[Z시세] "짜장이 3일 맡길게요"… 행복한데 돈도 많이 번다

최재혁 기자 2024. 2. 20.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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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세대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

[편집자주]세상을 바라보고 해석하는 시각이 남다른 Z세대(1990년대 중반~2000년대 초반 출생 세대). 그들이 바라보는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요. 머니S는 Z세대 기자들이 직접 발로 뛰며 그들의 시각으로 취재한 기사로 꾸미는 코너 'Z세대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Z시세)을 마련했습니다.

반려가구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반려동물 호텔링, 유치원 등 관련 산업도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사진은 이승민씨의 반려동물 '짜장이'의 모습. /사진=이승민씨 제공
# 일곱살 푸들 '짜장이'와 함께 사는 반려인 이승민씨(남·25)는 최근 출장과 해외여행 등으로 집을 비울 일이 잦아졌다. 처음엔 혼자 남겨질 짜장이가 신경 쓰였지만 반려동물 위탁 서비스를 알게 된 후로는 걱정을 덜었다. 이씨는 "원래 다니던 동물병원에 (반려견을) 3일 정도 맡겼는데 꽤 만족했다"며 "(강아지를 키우다 보면) 불가피하게 집을 비울 일이 생길 수밖에 없는데 가끔 가다 한두번씩은 충분히 믿고 맡길 만하다"고 밝혔다.

반려동물을 기르는 '반려인'이 크게 늘었다. KB경영연구소가 발표한 '2023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반려동물을 기르는 '반려가구'는 552만가구로 전체 가구의 4분의1 수준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 8.8%가 최고치였던 반려동물 입양률은 2020년 12.4%로 처음으로 두 자릿수를 기록한 뒤 2021년 13.2%, 2022년 18.4% 등 가파르게 상승했다.

반려가구 증가와 함께 관련 산업도 빠르게 발전했다. 반려인의 가장 큰 고민거리인 '돌봄 공백'을 메워주기 위한 서비스가 대표적이다. 머니S 취재 결과 반려동물 호텔링, 유치원, 방문 탁묘·탁견 등 돌봄 서비스가 다양해지고 있다.



"연휴 기간마다 위탁 문의 쏟아져"… 반려동물 호텔


애견 호텔을 운영하는 탁은경씨는 연휴 기간마다 위탁 문의가 쏟아져 쉴틈이 없다며 혀를 내둘렀다. 사진은 탁씨가 운영하는 애견 호텔의 모습. /사진=최재혁 기자
전라북도 정읍에서 애견 호텔을 운영하는 탁은경씨(44·여)는 "지난 설 연휴 기간에 호텔 위탁 문의가 물밀듯이 쏟아졌다"며 "덕분에 쉴 틈 없는 연휴를 보냈다"고 혀를 내둘렀다.

탁씨가 운영하는 애견 호텔에는 동물 객실뿐 아니라 목욕실, 미용실, 실내·외 놀이터 등 반려동물 돌봄 시설이 모두 모여있다. 탁씨는 "보통 서울이나 수도권에선 애견 호텔 따로, 미용실 따로 운영하지만 지방의 경우 부지를 넓게 잡고 한 번에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밝혔다.

탁씨는 수도권과 달리 지방에선 넓은 부지에서 호텔과 미용 등 다양한 돌봄 서비스를 한번에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고 밝혔다. 사진은 강아지 미용을 선보이는 탁씨의 모습. /사진=최재혁 기자
이어 "한달 이상 반려견을 맡기는 경우도 있다"며 "장기간 위탁에 따른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총체적인 관리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탁씨는 "매일 견주에게 카카오톡으로 반려견의 안부를 전하거나 주기적으로 위생 미용을 하는 등 여러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호텔 위탁 없이 미용만 맡기는 손님도 많다. 하루 최대 세 팀씩 예약받는다"며 "강아지에 따라 (미용 시간이) 최대 3시간 넘게 소요되기도 한다"고 밝혔다. 이어 "강아지 털부터 발바닥까지 온 몸을 케어하기 때문에 여간 수고스러운 일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탁씨는 지난해 하반기에 3~4일 이어지는 연휴가 많아서인지 호텔 위탁 손님이 끊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지난 추석부터 이번 설까지 해외여행 등을 이유로 일주일가량 위탁을 의뢰한 손님이 많았다"며 "단골도 꽤 있어 이젠 우리 집 강아지 같은 애정이 느껴지기도 한다"고 전했다.

탁씨는 호텔에서 발생할 수 있는 반려동물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실시간 카카오톡 연락이나 위생 미용 등 총체적인 노력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사진은 탁씨가 운영하는 애견 호텔의 실외 마당에서 뛰어 노는 반려견들의 모습. /사진=최재혁 기자


"고양이 좋아해 펫시터 되기로… 돈도 버니 일석이조"


설 연휴기간 동안 한 고양이 인터넷 카페에는 방문 탁묘 구인 글이 60개 가까이 올라왔다. /사진=네이버 카페 '고양이라서 다행이야' 캡처
단기간 돌봄이 필요한 반려인들은 펫시터(주인 대신 반려동물을 돌봐주는 사람)를 통한 탁묘·탁견 서비스를 주로 이용한다. 설 연휴였던 지난주엔 펫시터를 구하는 반려인이 특히 많았다. 회원 수 70만명에 달하는 한 고양이 인터넷 카페엔 지난 일주일간 탁묘 구인 글이 약 60개 가까이 올라오기도 했다.

탁묘·탁견은 보통 중개 플랫폼이나 인터넷 애완동물 카페에서 구인이 이뤄지는데 크게 '방문 탁묘·탁견'과 '탁묘·탁견처 위탁'으로 나뉜다. '방문 탁묘·탁견'를 신청할 경우 펫시터가 직접 서비스 이용자의 자택에 방문해 일정 기간 돌봐준다. '탁묘·탁견처 위탁'은 이용자가 직접 펫시터가 있는 장소로 찾아가 맡기는 방식이다.

지난달 고양이 돌봄 플랫폼을 통해 사흘간 방문 탁묘 서비스를 신청한 신모씨(여·30세)는 "내가 요청한 부분을 업체에서 대부분 맞춰줬다"며 "밥그릇을 놓을 위치와 세척할 때 사용하는 세제 등 꽤 많은 걸 요구했는데 잘 들어주셔서 좋았다"고 밝혔다.

동물에 대한 애정만 있다면 누구든 펫시터가 될 수 있다. 서비스 이용자에 따라 '성별' '나이' '돌봄 경험' 등 제한 사항을 걸기도 하지만 그리 까다로운 조건이 아니어서 의지만 있다면 언제든 펫시터로 활동할 수 있다. 따라서 동물을 좋아하는 직장인의 경우 주말이나 주중 저녁에 틈틈이 펫시터가 되기도 한다.

직장인 박모씨(25·여)는 "3개월 동안 고양이 임시 보호를 했는데 막상 입양 보내고 나니 너무 허전했다"며 "고양이를 놔두고 집을 비울 때 불안함을 잘 알기에 도움을 주고 싶은 마음 반, 고양이와 교류하고 싶은 마음 반으로 펫시터를 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동물과 함께 시간도 보내고 돈도 벌 수 있는 점이 (펫시터의) 큰 장점"이라며 "일하는 거지만 행복감을 느낀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아울러 "돈도 꽤 많이 벌 수 있다"며 "자식과도 같은 반려동물을 맡기는 일이다 보니 보수에 신경을 쓰는 것 같다"고 귀띔했다.



잇따르는 돌봄 서비스 사건·사고에… "여전히 불안해"


반려동물 돌봄 산업이 나날이 커지고 있음에도 일각에서는 여전히 "남의 손에 내 아이를 맡기는 게 불안해 (돌봄 서비스 이용을) 꺼리게 된다"고 우려하기도 한다.

두살짜리 비숑프리제 '소금이'를 키우는 안소민씨(25·여)는 "주변에 강아지 유치원이 있어 (소금이도) 한번 이용해볼까 생각했지만 막상 보내려니 불안한 마음이 들어 포기했다"며 "펫시터와 애견 호텔 관련 사건·사고가 하도 많아 불안하다"고 말했다.

이어 "제주도 여행을 갔을 때 애견 동반이 안 된다는 말을 뒤늦게 듣고 급하게 호텔에 맡긴 적이 있지만 웬만하면 주변 반려인 지인들에게 (위탁을) 부탁하는 편"이라며 "아직까진 그런 인식이 많은 것 같다"고 설명했다.

2세 비숑프리제 '소금이' 견주 안소민씨는 펫시터와 애견 호텔 등에 대한 불안한 마음이 여전히 크다고 말했다. 사진은 '소금이'의 모습. /사진=안소민씨 제공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애완동물 관련 피해구제 건수는 모두 708건으로 매년 200건 이상 발생한다. 지난해 7월에는 가수 장필순씨의 반려견이 애견 호텔 측 과실로 사망했다는 의혹이 제기돼 경찰이 수사에 나서는 일도 있었다.

고의든 과실이든 사고가 발생할 경우 반려인과 업체는 감정싸움을 넘어 경찰 고소와 소송전까지 이어진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이 동물사료와 애완동물판매업종에만 한정돼 반려인과 업체 간 분쟁을 조정할 실질적인 대책이 없기 때문이다.

이에 업체는 사고에 대처하기 위한 나름의 방안을 내놓았다. 모 고양이 돌봄 업체는 고객이 실시간으로 돌봄 과정을 확인할 수 있도록 펫시터에 보디캠을 설치했으며 주기적으로 근황 사진을 보내 안심할 수 있도록 했다.

애견 호텔을 운영하는 탁씨는 "(호텔을 운영하면서) 가장 예민하게 신경 쓰는 부분"이라며 "견주와 실시간 카톡 소통은 물론이고 매장에 상시 대기 인원을 배치해 불의의 사고를 예방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재혁 기자 choijaehyeok@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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