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 업체만 1만개...화장대 점령하는 인디 브랜드 [요즘 유행, 인디 혁명]

2024. 2. 20.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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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동안 화장품 업체 수 56% 증가
SNS 홍보 인디브랜드, 전례없는 호황
주요 ODM이 전체 생산의 96% 차지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 화장품 판매코너 [연합]

‘1만119개’. 식약처 기준 책임판매업체로 등록된 한국 화장품 회사(2022년 기준)의 수다. 매일 서로 다른 브랜드를 써 보면 27년이 걸린다. 1년 365일 동안 화장품 공부만 한다고 작정해도 하루 27개 브랜드를 알아야 한다. 문제는 그사이 수백 개의 브랜드가 세상에 나온다. 요즘 ‘화장품의 세계’다.

‘젠더리스(Genderless·성별을 구분하지 않는)’ 라카, ‘비건(동물 실험과 동물성 원료없이 만든) 지향’ 어뮤즈, ‘10·20대’ 롬앤.... 취향 만큼이나 다양한 인디 브랜드(신규 중소 화장품 브랜드)가 온라인 쇼핑 문화와 고물가라는 호재를 만나 전례 없는 전성기를 누리고 있다.

최근 신흥 뷰티 강자로 떠오르는 인디 브랜드들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일주일에 수천만원에 달하는 거래액을 기록하고 있다. 패션플랫폼 에이블리에 따르면 2022년 등장한 화장품 브랜드 프랭클리는 지난달 입점 이후 14일 만에 거래액 6000만원을 돌파했다.

이 플랫폼에서 같은 달 브랜드 셰르잔느는 단 7가지 상품만으로 2주 동안 8000만원 어치가 팔렸다.

인디 브랜드들은 2018년 6487개에서 2022년 1만119개로 4년 사이 56% 증가했다. 이렇게 인디 브랜드가 급증한 배경은 화장품 업계의 특성에 있다. 소비자가 만나는 화장품은 크게 LG생활건강처럼 제조사이면서 화장품을 판매하는 것과 위탁생산(ODM) 제품을 책임판매업체가 판매하는 경우로 나뉜다. 후자의 경우 공장과 오프라인 매장이 없어도 제품 기획부터 생산, 판매까지 가능해 인플루언서나 연예인 등 개인 창업자가 수도 없이 많다. 이런 이유로 화장품 업계는 다른 업계보다 진입 장벽이 낮다고 평가받는다.

여기에 인스타그램 세대라고 불리는 MZ세대들이 SNS(사회관계망서비스)나 플랫폼을 통해 ‘모바일 화장대’ 앞에 노출돼 있다. 10·20대가 즐겨 찾는 뷰티 채널인 올리브영의 입점업체 80%도 중소 브랜드다. 10·20대가 덜 대중적이지만 독특한 브랜드를 선호하는 소비 특징도 영향을 줬다.

에이블리 관계자는 “오프라인 매장이 없는 신흥 브랜드의 경우 ‘브랜드의 컬러와 감성’을 모바일에서 잘 표현한다”며 “다양한 플랫폼에서 뷰티 부문을 강화하다 보니 신규 브랜드들도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고 귀띔했다.

코로나19로 화장품 산업이 위축됐던 때, 한국콜마·코스맥스·코스메카 등 주요 ODM업체들이 인디 브랜드를 육성한 것도 빛을 발했다.

ODM업체들이 화장품 회사를 운영하려는 인풀러언서를 교육해 이들이 브랜드를 출시하게 지원한 셈이다.

실제 한국콜마는 2020년 화장품 사업 B2B 솔루션 플랫폼 ‘플래닛 147’을 만들어 개발 과정과 패키지 등 화장품 사업에 대한 교육을 제공했다.

2023년 연말까지 본사에 화장품 원재료, 제품 개발 의뢰 등을 체험하는 오프라인 공간을 운영해 방문상담도 진행했다. 그 결과 한국콜마의 지난해 매출은 2조1689억원(예상)에 달했다. 전년 대비 3000억원 가까이 증가한 규모다.

다양한 화장품 브랜드에 비해 특정 업체가 생산을 독점한다는 점은 주목할 대목이다. 피부 기반 기술 개발사업단이 지난해 8월 발표한 ‘한국 화장품 기업 현황 및 생산실적 분석’에 따르면 국내 화장품 생산은 전체의 7.2%에 해당하는 664개 기업이 전체 생산의 96%를 차지했다.

브랜드 이름은 다르지만, 해당 제품의 고향을 따져 보면 동일한 업체인 경우가 태반이라는 의미다. 일부 브랜드는 2차 포장재나 홈페이지 설명에 제조업자를 ‘제품 내 별도 표기’라고 표시해 이를 드러내지 않는 경우도 적지 않다.

한 업체 관계자는 “인디 브랜드 화장품 업체가 트렌드를 반영한 상품을 대형 ODM사와 협력해 찍어낸다면 제조·판매를 병행하는 업체는 연구와 생산을 같이 한다는 점에서 집중하는 영역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이어 “인디 브랜드는 오히려 마케팅 영역에서 승부를 보는 측면이 크다”며 “이런 속사정을 아는 소비자들은 브랜드보다 제조업체를 확인해 제품을 고른다”고 전했다.

김희량·전새날 기자

hop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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