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발가락 절단하는 중증 동상, 미세 혈관 확장해 막는다…미국 FDA 치료제 첫 승인

폐동맥 고혈압 치료제로 쓰이던 성분 ‘일로프로스트’
첫 중증 동상 치료제… 임상시험서 효능 검증

중증 동상에 걸린 발 /미국 정형외과학회 제공

올겨울 북미 지역에 기록적인 한파로 동상(凍傷) 환자가 속출한 가운데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중증 동상 치료제를 허가했다. 중증 동상 치료제가 미국에서 허가를 받은 건 이번이 처음이다.

20일 피어스파마 등 외신 등에 따르면 미국 FDA는 에이코스 사이언스의 중증 동상 치료 주사제 오롤루민(성분명 일로프로스트)을 승인했다. FDA 약물평가연구센터의 심장학·신장학 부문 책임자인 노먼 스톡브리지 박사는 “신약 허가로 동상으로 손가락이나 발가락을 절단해 생명을 잃는 일을 줄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사람의 몸은 바깥 온도가 15도 이하가 되면 피부에 가까운 혈관을 수축시켜 중심 체온을 유지하려 한다. 아주 추운 날씨나 환경에 오랜 시간 노출되면 혈관이 지속적으로 수축해 신체 말단부에 공급되는 혈류가 줄어들면서 신체 조직이 손상되는데, 이것이 바로 동상이다. 동상이 심해지면, 추위로 인한 통증이 사라지면서 근육까지 소실된다. 현재는 중증 동상에 걸리면 미세 혈관을 확장시키기 위해 환부를 37~42℃ 정도의 따뜻한 물로 30~60분간 데우거나 동상에 걸린 부위를 절단하는 수술 외에는 치료법이 없다.

알로프로스트는 미세 혈관을 확장해서 동상을 치료하는 원리다. 이 약은 지난 2004년 미국 바이오기업인 코테릭스가 혈관을 확장해 혈액이 응고되는 것을 방지하는 방식의 폐동맥 고혈압(PAH) 치료제로 처음 개발했다. 씨비 바이오파마(CiVi Biopharma)의 자회사인 에이코스는 일로프로스트를 기술 이전 받아 주사 치료제 방식으로 제형을 바꿔서 중증 동상 치료제로 개발했다.

에이코스는 중증 동상 환자 47명을 세 그룹으로 나누어 임상시험을 진행했다. 한 그룹은 최대 8일 동안 매일 6시간씩 일로프로스트를 정맥 주사로 투여했다. 다른 두 그룹은 별도의 미승인 약물을 투여하되, 한 그룹은 미승인 약물과 함께 일로프로스트를 투여하고 다른 그룹은 일로프로스트를 투여하지 않았다.

연구팀은 초기 동상 발생 7일 후 뼈를 스캔했다. 초기 동상 발생 7일 후는 손가락이나 발가락의 절단 필요성을 판단하는 시점이다. 스캔 결과 일로프로스트만 사용한 16명의 환자 중 절단이 필요한 환자는 아무도 없었다. 반면 다른 그룹의 경우, 일로프로스트와 미승인 약물을 함께 사용한 환자 16명 중 3명이 절단이 필요한 상태였고, 일로프로스트를 사용하지 않은 그룹은 15명 중 9명이 절단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로프로스트의 부작용으로는 두통, 홍조, 두근거리는 심장과 평소보다 빠른 심박수, 메스꺼움, 구토, 현기증, 저혈압 등이 보고됐다. FDA는 이 같은 임상 결과를 바탕으로 일로프로스트를 승인했다. 일로프로스트의 가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며, 오는 봄 출시 예정이다. 에이코스는 중증 동상 외에도 혈액 순환 장애, 체외막 산소화(ECMO), 손가락·발가락 절단 위험이 있는 전신 경화증 치료제로의 활용법도 연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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