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건축분쟁 해결사, 허종택 변호사

2024. 2. 2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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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전원속의 내집> 창간 25주년_ 과거와 현재, 미래를 큐레이션하다

인생에서 가장 어려울 수많은 순간과 그를 위로하는 말이 함께 적힌 법률사무소의 간판이 이곳저곳 늘어서 있는 서초동 법원 거리. 그 어려운 순간 중 하나일 긴장된 표정의 내방객이 오가는 법률사무소에서 법률가다운 단정한 모습의 허종택 변호사와 이야기를 나눴다.


“세상 모든 법정 분쟁은 이기는 것 보다 애초에 일어나지 않게 대비하고,
미리 준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법률사무소 집 허종택 변호사
고려대학교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사법고시에 합격하여 10년 넘게 건축 로펌인 [법률사무소 집]의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건국대학교 부동산대학원을 수료하였고, 현재 서울시 명예 하도급 호민관으로 활동하고 있다. www.lawzip.co.kr


다사다난했던 작년은 어떻게 보냈나

소송이라는 것이 종결되는 시기가 따로 정해진 것이 아니고, 길게 진행되다 보면 몇 년 동안 재판이 진행되기도 한다. 2018년부터 진행해 오던 건축주-시공사 분쟁이 있었는데 작년에서야 광주고등법원에서 최종 승소 판결이 선고되고, 그대로 확정되었다. 아무래도 소송을 오래 수행한 사건이 좋게 마무리되어 특별히 기억에 남는다.


올해는 제도나 법에서 바뀌는 게 많을까

일단 ‘정책’과 ‘법령’은 구분이 필요할 것 같다. 법률가들이 다루는 내용은 정책이 아니라 법령이다. 정책은 매해 바뀔 수도 있지만, 법령은 사실 그렇게 자주 바뀌지는 않는다. 다만, 근래 판례 중에서는 몇 가지 주목할 부분이 보인다.


어떤 판례를 주목해야 할까

최근 신탁 부동산에 관한 임대차 계약 체결에 있어 공인중개사의 구체적인 설명 의무를 설시한 대법원 판례(대법원 2023. 8. 31. 선고 2023다224327 판결)가 있었다. 공사 현장 소음과 관련해 위법성을 판단하는 ‘사회 통념상 참아내야 할 정도(수인 한도)’를 꼭 넘지 않더라도 피해가 현저하면 위법행위로 평가할 수 있다는 판례도 있었다(대법원 2023. 4. 13. 선고, 2022다210000 판결). 마지막 주택 임차인이 계약갱신 요구를 한 상황에서 임대인이 주택을 처분해 제삼자가 새 임대인이 되었을 때, 계약갱신 거절권을 행사할 수 있는 기간 안이라면 실거주를 이유로 갱신 요구를 거절할 수 있다는 판례(대법원 2022. 12. 1. 선고 2021다266631 판결)도 주목할 만하다.

1 공사가 중단된 상황에서 공사 대금 산정에 대한 내용을 소개한 2020년 4월호 칼럼. 기성고 산정은 공사 비용을 정산하고 후속 공사를 이어가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2 2020년 5월에 발행된 추가공사대금에 대한 칼럼. 추가공사가 생기는 이유부터 분쟁 예방 대책까지 짚었다.3 민간건설공사 표준도급계약서. 명확한 계약서와 내역서 등 서면화된 자료는 추후 건축 분쟁을 막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요즘 건축 경기 침체와 관련해, 법조계에서도 어떤 변화를 느끼고 있나

아무래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의 위기로 인해 진행 예정이던 신규 개발사업이 대출 연장이 되지 않아 사업이 중단되거나, 진행 중인 개발사업이 자금이 흐르지 않아 중단되는 등 어려움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 공사가 완료되어도 원활하지 못한 분양이나 임대로 인해 공사대금을 지급받지 못하는 시공사들이 발생하고 있고, 이것이 그대로 공사대금을 청구하는 법적 분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아 법조계에서도 시장의 어려움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상황이다.


이런 시기에는 건축 분쟁의 어떤 유형이 두드러지나

공사대금 청구 사건은 앞서서도 언급했지만, 그와 함께 승소 이후에 추심하는 것도 큰 문제다. 승소했다고 돈을 바로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 추심해도 돈을 반드시 회수할 수 있다고 장담할 수도 없다. 의뢰인들은 억울해하지만, 당사자가 정말 돈이 없으면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한편, 최근 건설업계의 자재 가격 상승 여파가 지속되면서 공사 기간 중 물가 변동에 따른 계약금액 조정 관련 분쟁도 빈번해지고 있다.


상호 신뢰는 중요하지만, 계약과 의사소통은 명확해야 한다.
계약서는 세밀하게, 모든 내용은 서면화하는 게 중요하다.
건축주와 시공사 서로가 믿고 나아갈 수 있는 방법이다.


<전원속의 내집>과는 2년 반 가깝게 만나왔다. 그간 가장 기억에 남는 주제를 꼽는다면

아무래도 건축주와 시공사 사이의 법률관계와 관련된 쟁점들이 많은 것 같다. 시공사가 공사를 중단할 경우에 대해 2020년 3월호부터 공사 중단 시 법률관계와 관련해서, ‘기성고 감정’, ‘추가공사’ 등에 대해서 연재했다. 일반인들이 살아가면서 건축주의 지위에서 공사하게 되는 경우가 그리 많지는 않지만, <전원속의 내집> 독자들의 경우 예비 건축주들도 많고, 건축 업계 사람도 많아 가장 강조하고 싶은 주제로 꼽고 싶다.


<전원속의 내집>과는 어떻게 접점을 가지게 되었나

소송 건을 진행하다 보면 분쟁이 발생할 당시에 법적인 지식이 있었다면 충분히 피할 수 있었던 사건들을 많이 접하게 된다. <전원속의 내집>과 만나기 전에는 일반 대중을 상대로 법적 쟁점과 관련된 글을 쓸 기회가 잘 없었다. 연재 제안이 오고, 평소 소송을 진행하면서 사건 당사자들이 미리 알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내용이나, 실생활을 하면서 주변에서 겪을 수 있는 쟁점들에 대하여 글로 정리해 봤다. 사건의 당사자가 아닌 <전원속의 내집> 독자들이 연재 글을 읽고, 분쟁을 미연에 방지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나름대로 정성스럽게 썼다.


건축 분쟁이 없으면 좋겠지만, 생긴다면 어떻게 준비해야 할까

상담 전에 먼저 전화가 오면 당부하는 말이 있다. 관련된 자료는 전부 다 들고 오라고. 대부분 일반인은 어떤 일을 진행하면서 법적 분쟁을 미리 염두에 두고 진행하지 않는다. 건축주로서 일을 시작할 때 호의적으로 시공사를 만나면 공사를 믿고 맡긴다. 그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다만, 믿는다는 이유로 중요한 의사결정을 서면으로 잘 남기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일차적으로 계약서가 가장 중요하고, 그다음으로 내역서와 도면, 의사소통 내용을 확인할 수 있는 이메일, 메시지 등이 중요하다. 그런데 상당수 건축주는 세부 내역 없이 ‘평당 금액’을 구두로 이야기하고 만다. 이러면 나중에 분쟁이 생겼을 때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증거가 될 것은 우리가 분류할 테니 모든 자료를 다 가져오라고 이야기한다. 그렇게 해도 자료가 많지 않을 때가 더 많다. 이것은 건축주뿐만 아니라 시공사에도 중요하다. 건축주가 말을 바꾸거나 정당한 공사대금을 지급하지 않으려 할 때, 시공사에서도 증거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독자들에게 제안하는 예방책은

일단 상호 신뢰는 좋지만, 엄연히 계약 관계에 따라 일이 이뤄진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시공 단계의 건축주라면 계약 체결 이전에 너무 낮은 공사대금을 제시하는 시공사는 경계하는 게 좋다. 공사가 진행 중이라면 시공사와의 의사소통 내용이나 공사 기간 중 의사결정을 되도록 서면화해 두는 것을 추천한다. 기존 건물주 입장에서는 임대차와 건물 관리에 관한 기본적인 법 지식을 평소 습득해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법적 분쟁은 발생했을 때의 정확한 대응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분쟁을 미연에 방지하는 것이다.


구성_ 신기영 | 사진_ 변종석

ⓒ월간 전원속의 내집 2024년 2월호 / Vol.300 www.uuj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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