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곳곳 멧돼지·들개 출몰에…"호신용품 갖고 다녀"

박광온 기자 2024. 2. 20. 06: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지난 16일 북한산국립공원서 멧돼지 출몰
해당 장소서 400m 내려가면 주거지 밀집
최근 4년간 서울 멧돼지 출몰 출동 1896건
서울대 등 서울 도심에선 들개 공격 문제도
"포획·사살 외 선제적 관리 방법 마땅찮아"
[서울=뉴시스] 지난 16일 오후 5시59분께 서울 도봉구 북한산국립공원 별별모험놀이터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에 멧돼지 2마리가 찍혀 소방당국과 도봉구청이 수색에 나섰다. (사진=도봉구청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박광온 기자 = 최근 서울의 야산, 근린공원과 주택가에 들개와 멧돼지 등 야생동물 출몰이 잇따르며 시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포획·사살 외에는 선제적인 관리 방법이 마땅치 않아서다.

20일 도봉소방서에 따르면, 지난 16일 오후 5시55분께 서울 도봉구 북한산국립공원 내 위치한 놀이터에 "멧돼지가 출몰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즉시 출동한 소방 당국은 경찰·구청 등과의 협력을 통해 오후 7시30분께 2마리를 포획틀에 가두고, 10분 뒤인 오후 7시40분께 사살했다. 이후에도 4마리를 추가로 발견해 모두 사살 조치한 것으로 파악됐다.

멧돼지가 발견된 장소인 북한산국립공원 내 놀이터는 약 400m만 내려가면 주민들의 주거지가 있는 곳으로 자칫 인명피해 등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었다.

앞서 지난해 10월엔 북한산국립공원 내 심산(心山) 김창숙 선생과 단주(旦洲) 유림 선생 묘역이 멧돼지가 파헤쳐 망가진 일도 발생했다.

김창숙 선생(1879~1962년)은 1919년 유림단 독립청원운동(일명 파리장서 운동)을 주도하는 등 대한민국 임시정부에서 활동한 독립운동가이며, 유림 선생은 대한민국임시정부의 국무위원을 지낸 인물이다.

당시 수유 묘역을 관리하는 서울북부보훈지청은 김창숙 선생 묘 인근에 그물망을 설치했으나, 이마저도 멧돼지에 의해 찢기기도 했다. 이후 복구 작업을 진행한 국가보훈부는 열흘 만인 지난 23일과 24일 해당 묘역들을 모두 복구했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9월까지 서울에서 멧돼지 출몰로 인한 출동 건수 499건으로, 전년 같은 기간(237)건보다 약 2.1배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최근 4년간 서울 내 멧돼지 안전조치 출동 건수는 총 1896건으로, 연도별로 보면 ▲2020년 576건 ▲2021년 442건 ▲2022년 379건 ▲2023년(1~9월) 499건이다.

[제주=뉴시스] 제주시가 포획한 야생 들개. (사진=제주시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들개' 문제도 떠오르는 위험 요소다. 지난달 24일 서울대학교 내 중앙도서관에서 들개 2마리가 학생들을 위협한 일이 벌어졌는데, 당시 중앙도서관 근처 계단에서 한 학생이 들개와 마주치자 들고 있던 물건을 휘둘러 쫓아냈다고 한다.

이후 해당 학생은 대학생 온라인 커뮤니티인 '에브리타임'에 "오후 11시에 중도 끝나고 중앙계단을 내려오다가 들개들한테 공격당했다. 들고 있는 물건 휘둘러서 쫓아내긴 했는데 공격당한 건 처음이라 많이 당황스러웠다. 지금 혹시나 학교에 계신 분들 혼자 다니지 말라"는 내용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또 지난달 30일에는 서울 관악구 청룡산 산책로에서 들개가 행인들을 위협하고 있다는 신고가 접수되기도 했다.

서울시청과 관악구청 등에 따르면 서울 시내 산속을 배회하는 들개는 약 200여마리로 추산된다. 버려진 개들이 산에서 새끼를 낳아 들개 수를 불렸다고 한다.

이처럼 서울 도심 곳곳에 멧돼지나 들개 등 위협적인 야생 동물이 출현함에 따라 시민들은 공격당하지 않을까하는 두려움을 호소하기도 했다.

서울 도봉구에 사는 박모(29)씨는 "평소 밤에 공원 산책을 즐기는데, 멧돼지나 들개 등 야생 동물을 맞닥뜨린다고 생각하면 온몸이 얼 것 같다"며 "그래서 야생 동물 퇴치용 스프레이와 호루라기 등도 혹시 몰라 갖고 다닌다"고 전했다.

서울대학교 철학과에 다니는 이모(22)씨도 "지난번에 들개에게 공격당했다는 이야기를 듣고서, 밤에 교정을 거닐 때 조금 무섭다는 생각이 든다"며 "가끔 교정에 반려견을 데려오는 사람들 있는데, 반려견이 짖는 소리만 들어도 들개 아닌가 두렵기도 하다"고 전했다.

[울산=뉴시스] 울산시 남구가 지난해 5월23일 오후 옥동 정토사 인근 공한지에서 총기로 포획한 야생 멧돼지. (사진=울산 남구 제공) 2023.05.2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이처럼 멧돼지나 들개 등 야생동물의 출몰로 시민들이 불안에 떨고 있는 상황인데 이들에 대한 관리는 주먹구구식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멧돼지는 환경부가 지정한 대표적인 유해야생동물이나, 포획해 사살하는 것 외에는 개체수 조절 등에 대한 마땅한 대책이 없는 상황이다.

서울소방재난본부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관계 당국들이 총을 쏴 사살하거나 사냥개를 풀어 죽이는 방식으로 해결하고 있다"며 "선제적으로 문제를 막는 방법으로서는 한계가 있어 예산이나 방법 등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들개는 현행법상 '인가 주변에 출현해 사람에게 위해를 주거나 위해 우려가 있는 맹수류'로 분류되지 않아 수렵 대상이 아니다. 야생동물이 아닌 유기 동물로 취급돼 지자체나 소방 당국의 총기 사용이 금지돼 있는 것이다.

또 관악구의 경우 들개 목격 신고가 접수되면 구에서는 들개 출몰 경고 현수막을 부착한다. 유기견(들개) 안전포획단이 목격 현장의 탐문을 통해 서식 개체 수와 출몰 장소를 확인해 포획 틀을 설치한다. 현재 34개의 포획 틀을 운영 중이다.

아울러 유치원, 학교, 산책로 등 안전 취약 지대에 출몰해 주민의 안전을 심각하게 위협하는 들개에 대해서는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수의사가 포함된 포획 업체에 전문 포획을 의뢰하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lighton@newsis.com

Copyright ©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