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자꾸 장사가 잘되는데"… 부업으로 만든 면텐트 '대박'

황정원 기자 2024. 2. 20.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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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안형준 아늑 대표
마니아가 먼저 알아본 감성 면텐트
와디즈 펀딩 1만5000% 신화
안형준 아늑 대표(50)가 부업 삼아 만든 친환경 면텐트는 뛰어난 디자인과 성능으로 마니아 층을 확보하며 최근 3년간 누적 매출 60억을 기록했다. /사진=아늑
친환경 면텐트 '아늑'의 안형준 대표(50)의 본업은 사진가다. 청춘의 대부분을 '포토밸리'라 불리는 논현동에서 보냈다. 이름만 대면 누구나 알 만한 국내 톱 사진가의 스튜디오에서 수석 스태프로 일하며 '보그' '지큐' '바자' '에스콰이어' 등 글로벌 패션지를 비롯해 국내 유수 기업의 광고 사진 작업을 했다.

그때부터 개성과 감각이 남달랐던 것으로 유명했다. 구두 공장과 자동차 공업소만 가득하던 삭막한 성수동을 패셔너블한 핫플레이스로 만든 장본인도 그다.

2008년 사진가로서 독립을 결심한 안 대표는 남들처럼 뻔하게 논현동에서 스튜디오를 오픈하고 싶지 않았다. 그가 선택한 장소는 성수동 공장지대의 대형 창고 2층. 스튜디오 이름도 '창고'로 지었다. 뚝딱뚝딱 직접 인테리어를 한 뒤 패션계 지인들을 초대해 파티를 열었다.

본업이 사진가인 안형준 대표는 대림창고에 스튜디오를 오픈해 성수동을 핫플레이스로 만든 장본인이다. 브루클린 공장지대 카페를 연상케 하는 창고 스튜디오는 본인이 직접 인테리어했다. /사진=아늑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낡고 거대한 1층 창고, 2층으로 향하는 철제 계단과 커다란 메탈 격자 창틀, 그 사이로 보이는 삭막한 공장 풍경. 사람들은 그의 스튜디오를 보고 일제히 "브루클린 같아!"라고 외쳤다.

뉴욕의 브루클린은 버려진 공장지대를 카페, 호텔 등으로 개조한 곳이 많아 모던하고 힙한 인테리어와 삭막한 공장 풍경이 어우러진 색다른 풍경으로 유명한 곳이다. 창고 스튜디오가 딱 그랬다.

'브루클린 같은 스튜디오가 있다더라' 입소문이 나면서 패션화보와 광고 촬영, 업계 파티가 연이어 '창고'에서 진행됐다. 광고업계 사람들, 사진가, 패션모델, 연예인들이 쉴 새 없이 스튜디오를 드나들었고 인근 카페가 덩달아 트렌디해지기 시작했다. 성수동 부흥의 시발점, 대림창고는 그렇게 핫플레이스가 됐다.



아들을 위해 만든 친환경 면텐트


아늑 클래식 모델은 다양한 컬러의 원단을 조합해 주문 제작하는 방식이었다. 창업 초기에 참가했던 캠핑 박람회 부스 풍경. /사진=아늑
"그 무렵 아들이 한창 캠핑을 좋아하는 나이가 됐어요. 캠핑을 시작하려고 텐트를 알아봤는데 원단이며 디자인이며 마음에 드는 게 없는 거예요. '차라리 내가 직접 만들자'하는 생각에 겁도 없이 뛰어들었죠."

가장 먼저 원단 공부를 시작했다. 디자인을 하기에 앞서 재료를 잘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이와 함께 쓰는 것이니 이왕이면 친환경 재료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원단을 섭렵한 뒤에는 각종 부자재 공부로 넘어갔다. 이후 직접 디자인하고 샘플을 만들어 구현하고 수정하고 다시 만드는 작업이 이어졌다. 그렇게 해서 2016년 친환경 면텐트 '아늑'(ANUK)이 탄생했다.

"2015년에 회사를 설립했지만 제품 개발을 시작한 건 2011년이니 제품 개발에만 꼬박 6년이 걸린 셈입니다. 느리더라도 장인처럼 한땀 한땀 정성 들여 만들고 만든 뒤에는 검증하고 또 검증하느라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안 대표의 성격을 엿볼 수 있는 말이다. 아늑의 첫 모델은 100% 면으로 만든 8각 돔텐트였다. 애초에 아들과 캠핑하러 가려고 만들었으니 양산할 생각도 없었다. 홈페이지나 SNS(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주문이 들어오면 그때그때 제작하는 커스터마이징 방식으로 텐트를 만들어 소량만 판매했다.



뛰어난 디자인과 성능으로 마니아 형성… 와디즈 펀딩으로 '대박'


2020년 선보인 아늑 텐트 리뉴얼 모델은 와디즈 펀딩에서 1만5000%를 달성하는 신화를 썼다. 아늑8각 아이보리 모델. /사진=아늑
당시만 해도 국내에는 면텐트를 사용하는 사람이 거의 없었고 면텐트를 만드는 업체도 흔치 않았다.

극히 일부 마니아만 해외에서 많은 수고와 비용을 들여 제품을 구입했다. 아늑이 만든 면텐트는 500만원이 훌쩍 넘는 해외 고가 브랜드와 비교해도 손색없을 만큼 디자인과 성능이 뛰어난 반면 가격은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

당연히 시장에서는 곧장 반응이 왔다. 독창적인 디자인, 친환경 면 원단, 짱짱한 바느질을 캠핑족들이 알아봤고 금세 '로망 텐트'로 자리 잡았다. 특히 안 대표가 독자적으로 개발한 텐트용 면 원단은 타 캠핑용품 업체에서 원단 공급을 의뢰할 만큼 대대적인 히트를 쳤다.

때마침 감성 캠핑 트렌드와 함께 면텐트 붐이 일어나면서 아늑 텐트도 토종 면텐트로서 당당히 대표 모델 중 하나로 꼽히게 됐다. 핀란드, 일본, 타이완 등에서 SNS 사진만 보고 연락이 와서 기업 간 거래(B2B) 수출을 이뤄내기도 했다. 밀려드는 주문에 더 이상 맞춤 제작으로는 수요를 감당할 수 없을 지경이 되자 안 대표는 다음 단계를 준비할 시기가 왔다는 것을 직감했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2019년 3월에 공장을 멈추고 1년간 연구개발(R&D) 작업에 몰두했습니다. 양산을 위한 기술 개발과 생산 단가를 낮추기 위한 비용절감이 과제였죠. 이듬해 기존 제품 대비 27% 정도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선보이게 됐고 40% 더 저렴한 면혼방 신제품도 출시할 수 있었습니다."

제품 개발에 성공한 안 대표는 2020년에 와디즈 펀딩을 진행했다. 결과는 놀라웠다. 무려 1만5000%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달성해 와디즈 신화의 주인공이 됐다.

"펀딩을 시작하고 컴퓨터로 페이지를 들여다보면서 저도 깜짝 놀랐어요. 숫자가 무시무시하게 올라가더라고요. 1분 만에 3억, 10분 만에 5억…. 특별히 홍보를 하지도 않았는데 뜨겁게 호응해 주신 고객들께 정말 감사했어요. 그만큼 많은 분들이 아늑 텐트가 나오길 기다리셨다고 생각하니 더 좋은 제품과 가격으로 보답하고 싶더군요."

스튜디오 한쪽 구석에서 조용히 텐트를 만들던 그는 신제품 출시 이후 3년 만에 누적 매출 60억원의 판매고를 올렸다. 부업이 본업을 앞지른 것이다.



끊임없는 연구개발, 라인업은 늘리고 단가는 내리고


아늑 보라는 그늘막 형식의 천막에 문이나 룸을 체결해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디자인된 쉘터다. /사진=아늑
캠핑족 사이에서 아늑은 '한번쯤 꼭 갖고 싶은 면텐트' '직접 사지 않더라도 체험해 보고 싶은 텐트'로 통한다. 이처럼 아늑의 인기가 폭발하자 최근 경기도 파주와 용인에는 아늑 텐트만으로 꾸린 이색카페도 등장했다.

안 대표는 R&D를 통해 안정적인 생산 시스템이 갖춰진 뒤 신제품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하고 매년 새로운 모델을 선보이고 있다. 면혼방 돔텐트에 이어 '모기장 쉘터', 변형과 응용이 가능한 다용도 쉘터인 '아늑 보라', 천장 개방이 가능한 파이어쉘터 타입의 '아늑 멍쉘터' 등을 연이어 출시했다.

이달 말에는 아늑 보라의 업그레이드 버전 출시가 예정돼 있다. 천장과 입구를 높여 활동성을 키우고 면혼방 재질로 출시해 무게는 낮춘 모델이다. 가격대는 기존 모델 대비 36% 저렴하다. 아늑 보라에 이어 순차적으로 콤팩트한 사이즈의 1인용 텐트와 2인용 텐트도 출시한다.

"올해 출시한 제품은 1년 동안 유통업체의 손을 거치지 않고 직판만 하는 방식으로 가격을 낮춰 고객들에게 혜택을 돌려드릴 생각입니다."

아늑은 내년이면 10주년이다. 안 대표는 10주년에 더욱 깜짝 놀랄 만한 제품 라인업과 이벤트를 준비 중이라고 살짝 귀띔했다.

그는 여전히 스튜디오도 운영하고 있다. 한손에는 카메라, 다른 손에는 텐트를 든 남자 안형준 대표. 성수동 공장지대를 한국의 브루클린으로 만들고 캠핑업계에 친환경 면텐트 붐을 일으킨 그가 다음에는 또 어떤 유행을 몰고 올지 기대된다.

황정원 기자 jwhwa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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