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에세이] 디지털 대전환을 맞이하는 교육자의 자세

정도준 부산일과학고 교사 2024. 2. 20.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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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도준 부산일과학고 교사

제4차 산업혁명의 등장과 함께 코로나19가 가져온 언택트 문화의 확산은 사회 전반에 걸쳐 ‘디지털화’에서 ‘디지털 대전환’으로의 변화를 앞당기고 있다.

‘디지털화’가 아날로그 형태의 정보를 디지털 형태로 전환하여 업무의 생산성을 높이거나 의사소통을 지원하는 것이라면, ‘디지털 대전환’은 디지털화된 정보를 토대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것을 의미한다. 제4차 산업혁명을 컴퓨터와 정보통신기술의 발전에 바탕한 제3차 산업혁명인 ‘디지털 혁명’의 연장선에서 바라보는 것도 그 이유다.

교육 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학교 수업에 디지털 기술을 단순히 적용하거나 활용해 보는 것을 넘어 2022년 교육부를 중심으로 ‘디지털 인재양성 종합방안’이 발표되며 디지털 기반의 교육을 위한 보다 근본적인 체제 변화가 시도되고 있다. 국내 다수의 교육 관련 학회에서도 ‘디지털 시대 교육과 교원의 역할’, ‘디지털 기술의 교육적 활용’ 등을 주제로 학술대회를 개최하며 변화의 흐름에 동참했고, 국내 정보기술 기업이 주축이 된 에듀테크 산업 또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미래 교육을 위한 정부와 학계, 기업의 발 빠른 대응과 진심 어린 고민은 교사로서 반갑지 않을 수 없다. 물론 미래에는 학교가 사라질 것이라는 전망은 제외하고 말이다.

코로나19 확산 당시에는 교육 환경의 갑작스러운 변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학교와 교사, 학생의 역할이 재정립되며 비(非)일상이 새로운 일상이 되었다. 과거에는 태풍이 오거나 전염병이 발생하면 학교의 불가피한 휴업 결정으로 수업에 공백이 생겼지만, 이제는 원격수업 체제가 구축돼 인터넷이 연결된 기기만 있으면 언제 어디서든 수업이 가능해졌다. 수업이 이루어지는 시간과 공간의 확장은 학교와 학교 밖 자원을 효과적으로 연계해 디지털 학습생태계의 구축과 함께 교육 내용과 교육 방법을 다양화했다. 위기의 순간 등장한 새로운 가능성이 미래 교육을 위한 중요한 마중물이 된 것이다.

우리나라 교육에서 디지털의 활용을 강조한 것은 사실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1년 교육과학기술부(현 교육부)는 정보통신기술 기반의 ‘스마트교육 추진 전략’을 발표한 적이 있다. 이 전략에서는 디지털 환경의 발전에 따라 정보기술을 활용한 창의적 학습사회로의 가속화를 위해 디지털 교과서의 개발 및 적용, 온라인 수업과 평가의 활성화 등을 주요 추진과제로 삼았다. 이는 OECD, UNESCO 같은 국제기구에서 21세기 학습자의 핵심 역량으로서 정보통신기술의 활용 능력을 강조함에 따라 세계적인 교육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자연스러운 시도였다. 하지만 스마트하지 않은 정책과 성급한 추진은 막대한 예산 투입에 비해 디지털 교과서의 미비한 효과성, 스마트기기 사용에 따른 역기능 등의 논란을 가져왔고, 결국 교육 현장의 공감과 실질적인 변화를 끌어내지는 못했다.

어쩌면 스마트교육은 교육의 디지털화를 기대한 나머지 교육의 본질까지도 디지털화하려 했는지 모르겠다. 디지털화는 투입한 비용 대비 산출의 극대화를 의미하는 효율성의 향상이 주목적이므로, 학생 개개인의 숨겨진 가치를 발견해 이를 지원해 나가는 교육과는 다소 거리가 멀다. 더욱이 앞으로 교육 환경은 학생들의 사회문화적 배경이 점점 더 다양해질 것으로 예상되므로, 디지털화에 머물러서는 교육의 본질을 실현할 수 없다. 이제는 디지털 대전환의 목적인 ‘새로운 가치 창출’에 주목해야 하며, 새롭게 추진될 교육 정책뿐만 아니라 현재 추진되고 있는 교육 정책 또한 이에 근거해 충분한 숙고와 논의의 시간을 가져볼 필요가 있다.


우리 사회의 디지털 대전환도, 교육의 변화도 현재 진행형이다. 교육과 디지털의 새로운 관계를 정립해 나가기 위해서는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으면서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아야 한다. 우보천리(牛步千里)라고 했던가. 학교가 사라질지언정, 교육자에게는 그 어느 때보다 책임감 있는 신중한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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