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 취소·연기… 사람 목숨이 장난인가요 ‘분노’ [집중취재]

한수진 기자 2024. 2. 19.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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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파업… 환자·보호자 발 동동
경인 의료현장 혼란 속 긴장감 고조
정부, 전공의에 ‘진료유지명령’ 발동
경찰 “주동자는 구속수사 염두”
19일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들이 집단 사직이 시작된 가운데 수원 성빈센트 병원에 전공의 파업 안내문이 붙어있다. 한수진기자

 

“2개월을 기다린 수술이 취소됐다는 일방적인 통보를 받았습니다. 사람 목숨이 장난인가요.”

19일 오전 9시께 수원 가톨릭대학교 성빈센트병원. 정형외과 접수처 벽면에는 ‘전공의 파업으로 정상적인 진료가 어렵다’는 안내문이 붙어있었다. 진료를 받기 위해 병원에 내원한 환자들은 안내문을 보고 발을 동동 굴렀다. 김모씨(여·50)는 “가뜩이나 예약이 어려운 대학 병원에서 이런 얘기를 들으니 골치 아프다”며 “수술 후 치료도 중요하다고 했는데, 어머니 치료가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선다”고 울분을 토했다.

비슷한 시각 수원 아주대병원 접수처도 진료를 기다리는 환자와 보호자로 가득했다. 아내와 함께 암투병 중이라는 박모씨(59)는 전공의 집단사직 사태에 대해 “아내도 아프고 나도 아픈데 언제까지 이런 상황이 이어질지 알 수 없으니, 눈앞이 깜깜하다”며 “국민의 생명을 가지고 장난 치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분당 서울대병원에서도 전공의 파업으로 수술과 진료가 연기된 시민들의 분노가 끊이지 않았다. 약을 타기 위해 5시간을 기다렸다는 한 시민은 “사람들이 죽어나가서 장례식장이 붐벼야 정신차리는 것이냐”고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인천에서는 수술이 취소됐다는 연락을 받은 환자도 있었다. 담낭염증 수술을 일주일 앞둔 A씨는 이날 인하대병원으로부터 ‘전공의 집단 사직 등으로 수술이 취소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다급한 마음에 여러 번 문의했지만, 병원 측은 “마취과 파업으로 인해 수술이 어렵다”는 말만 되풀이 했다. A씨는 “수술을 2개월 넘게 기다렸다”면서 “언제 다시 예약을 잡고 수술받을지 몰라 답답하기만 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에 반발하는 전공의들의 사직이 잇따르면서 '의료대란'이 현실화 되고 있는 가운데 19일 오후 도내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들이 환자들 사이로 이동하고 있다. 홍기웅기자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한 전공의들의 집단사직이 시작되면서 경인지역 병원 내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특히 필수 의료의 핵심인 전공의들이 대거 빠져나가면서 대체 인력이 마땅치 않은 의료현장에선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이날 의료계 등에 따르면 경인지역 곳곳의 대학 병원 등에서 전공의가 잇따라 사직서를 제출하면서 수술이 연기되거나 제때 진료를 받지 못하는 환자들이 속출했다. 이에 각 병원들은 대응책 마련에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지만, 수술을 미루거나 입원을 제한하는 등 환자 불편을 막지는 못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경찰과 검찰은 ‘강력대응’ 카드를 꺼내 들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의료계 집단행동으로 수사기관에 고발됐을 때 정해진 절차 내에서 최대한 신속하게 수사하고, 명백하게 법을 위반하고 출석에도 불응하면 개별 의료인에 대해 체포영장을 신청하겠다”며 “전체 사안을 주동하는 이들에 대해선 검찰과 협의를 거쳐 구속수사까지 염두하고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법무부는 “집단행동에 따른 국민 피해가 우려된다”며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한수진 기자 hansujin0112@kyeonggi.com
김샛별 기자 imfine@kyeonggi.com
오민주 기자 democracy555@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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