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려지는 부품인가” 롯데면세점 협력직원 무더기 해고 논란

이병기 기자 2024. 2. 19. 16: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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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면세점 김포공항점 전경. 롯데면세점 홈페이지 갈무리

 

“‘롯데가 돈이 없어서’, 이 말이 우리가 들은 유일한 해고 이유입니다. 그것도 일반 직원한테 전해 들었어요. 우리는 롯데면세점이 쓰다가 필요 없으면 버리는 부품인가 하는 자괴감이 듭니다.”

김포국제공항 국제선 DF1구역 롯데면세점 안내데스크에서 근무했던 이미리(29·가명)씨는 구정 연휴 전인 지난 2월7일 롯데의 아웃소싱 업체인 A사로부터 일방적으로 해직 통보를 받았다. 지난달 초 1년 계약을 한 지 불과 한달 만이다.

A사는 이씨에게 해직을 통보하면서도 인수인계를 위해 명절 연휴를 지난 14일까지 근무하라고 했고, 이씨는 따를 수밖에 없었다.

이씨는 “롯데면세점 김포공항점에 오래 다닐 생각으로 지난해 12월 강북구 수유동에서 인천 서구로 이사를 했다”며 “이제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함에 눈물만 난다”고 말했다.

지난 2018년 1월부터 롯데면세 김포공항점에서 근무한 이씨는 2년간 근무하다 코로나19 여파로 공항 운영이 어려워지자 잠시 다른 일을 했다. 이후 지난해 6월1일 재입사해 다시 열심히 일했지만, 돌아온 건 해직 통보였다.

김주연씨(40·가명)는 롯데면세 김포공항점에서 10년 넘게 안내데스크 업무를 맡은 베테랑이다. 그동안 아웃소싱 업체는 4차례나 변경됐음에도, 김씨만은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김씨 역시 최근 해고 통보를 받았다.

김씨는 “코로나19를 지나 다시 롯데면세점 안내데스크에 섰을 땐 감동으로 울컥해 눈물이 났다”면서도 “오랜기간 자리를 지켰는데, 갑자기 이렇게 쫓겨나니 너무 허망하다”고 했다.

19일 면세업계에 따르면 롯데면세점은 아웃소싱 업체인 A사를 통해 김포공항점, 명동본점, 월드타워점 등의 인력 80여명을 최근 해고했다.

김재호 인하공전 교수는 “롯데나 A사가 직원들 해고를 계획했다면 사전에 협의과정을 거쳤어야 한다”며 “특히 서비스 분야인 면세 사업에서 종사자들 처우는 (기업 이미지 등에)민감한 문제로 작용한다”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지만 누구도 책임을 지지는 않는 모양새다.

A사 관계자는 “퇴직 직원들에게 실업급여를 받게 하고, 일부는 유급 처리도 할 계획”이라며 “흔한 일은 아니지만, 우리도 어떻게 하기 어려운 한계에 부딪혔다”고 답했다.

또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면세업계 불황이 장기화하면서, 도급 업무량 감소가 커져 내린 결정”이라고 해명했다. 이어 “추후 업황이 개선되면 업체와 상호 이익을 위한 긴밀한 협의를 최우선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롯데면세점은 주류와 담배 등 연간 400억원 규모의 김포공항 DF2구역 신규 사업자 운영권을 놓고 신라면세점과 경쟁을 벌이는 중이다.

이병기 기자 rove0524@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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