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앨범에 선생님 사진 없어요…“개인정보 동의 받아야”

조윤영 기자 2024. 2. 19.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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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용·범죄 사례 늘어나며 교사들 꺼려
2023년 2월8일 서울 시내 한 고등학교 앞에 마련된 꽃다발 가판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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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학교 졸업앨범에서 교사들의 사진이 사라지고 있다. 교사들이 자신의 사진이 합성돼 무단으로 배포될까 봐 개인정보 노출을 꺼리고 있다는 게 교사들의 설명이다.

장대진 서울교사노동조합 수석부위원장은 19일 문화방송(MBC) 라디오 프로그램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교권 추락의 한 양상으로 이해하면 되느냐’는 진행자의 물음에 “안타깝지만 그 일환 중 하나의 모습이라고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답했다.

장 수석부위원장은 “서울 같은 경우 초등학교 교사들의 사진은 거의 없어지는 추세라고 보면 된다”며 “실제 졸업하는 연도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사들의 사진도 없애는 학교도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현상은 최근 교사들의 얼굴이나 음성이 촬영‧녹화‧녹음‧합성돼 무단으로 배포되는 피해가 발생하자 교사들이 개인정보 노출을 꺼리면서 확산된 것으로 풀이된다.

장 수석부위원장은 “2020년 텔레그램 엔(n)번방 사건 뒤 교원(과) 학생에 대한 허술한 개인정보 관리 관행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었다”며 “그 뒤부터 서울에서는 교사들의 동의를 받아야만 앨범에 교사들의 사진을 게시하는 문화가 정착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당시 엔번방 가운데 하나인 ‘박사방’ 운영자 조주빈의 공범인 전 사회복무요원 강아무개씨가 학창 시절 담임 교사를 스토킹하고 협박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교사들의 사진이 범죄에 악용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왔다. 서울교사노조가 2020년 4월 전국 교사 8122명을 대상으로 졸업앨범 관련 온라인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0.6%가 ‘본인의 사진 자료가 범죄에 악용될까 봐 불안하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서울교사노동조합 제공

실제 졸업앨범에 실린 교사 사진을 우스꽝스럽게 바꿔 공유하는 문제 외에도 교사들의 초상권이나 인격권을 침해하는 피해가 잇따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 수석부위원장은 “졸업앨범(에 실린 교사) 사진을 이용해 지역 맘카페 등에서 본인의 동의를 받지 않고 공유하는 사례, (교사) 사진이 도용돼 악의적으로 사용됐다고 경찰에 의뢰했지만 사진이 국외 애플리케이션에 게시돼 범인을 잡지 못했다는 사례, 학생 삼촌이 앨범(에 실린 교사) 사진을 보면서 전화가 와 만나자고 한 사례 등 일반적으로 사진을 우스꽝스럽게 바꿔놔 공유하는 것 이외에도 많은 문제가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교사의 얼굴과 다른 신체 사진을 합성하거나 우스꽝스럽게 합성하고, 합성에 머무르지 않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유포하는 사례들도 있었다”고 덧붙였다.

장 수석부위원장은 “유희일 수도 있고 엔번방 사건 경우에는 이거(교사 사진)를 성적으로 (악용)하려는 의도일 수도 있고 의도는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교사 개인의 동의 없이 무분별하게 졸업앨범에 교사의 사진을 올리는 관행 자체에 대한 문제가 있다고 볼 수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서울시교육청은 2021년 이후, 또 인천이나 다른 (지역) 교사노조에서도 시·도교육청과의 정책 협의를 통해 차차 하나의 문화로 (졸업앨범을 제작할 때 교사에게) 개인정보 제공 동의를 받는 것으로 돼 가고 있다”며 “아마 전국적으로도 (교사에게 개인정보 제공 동의를 받는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한편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비대면 수업으로 전환하면서 수업 중인 교사의 영상‧화상‧음성 등이 촬영‧녹화‧녹음‧합성돼 무단으로 배포되는 피해가 발생하자 교육부는 2021년 10월 ‘교육활동 침해 행위 고시’ 개정안을 발표했다. 이에 따라 교사의 영상·사진·음성을 허락 없이 유포하는 교육활동 침해 행위를 한 학생은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에 따라 교내·외 봉사, 특별교육, 출석정지, 학급교체, 전학, 퇴학 등 학교교권보호위원회의 조처를 받을 수 있다.

조윤영 기자 jy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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