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효과 상장 공기업까지 번져…지역난방공사 상한가 등 공기업주 폭등

유소연 기자 2024. 2. 19.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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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역난방공사 본사 전경 (홈페이지 갈무리)

에너지 공기업인 한국지역난방공사가 19일 상한가로 마감했다. 2010년 1월 상장한 이래 처음이다. 지역난방공사 주가는 이날 장 초반인 오전 9시 19분 4만3350원으로 전 거래일보다 1만원(29.99%) 올랐다. 이후 장중 주가가 출렁이기도 했지만 결국 상한가에 장을 마쳤다. 가스공사, 한국전력 등 다른 상장 공기업들의 주가도 이날 급등세를 보였다.

그래픽=백형선

정부가 공공 기관 경영 평가 때 주주 가치 제고 노력도 본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정부가 한국 증시 저평가(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겠다며 ‘기업 밸류업(가치 상승) 프로그램’을 준비하자 그 효과가 자동차, 금융 등의 업종을 거쳐 공기업까지 번지는 양상이다.

◇상장 공기업 7곳 일제히 급등

지역난방공사 주가가 상한가를 기록한 것은 증시에서 이례적인 일로 꼽힌다. 상장 이래 하루 주가 상승률이 10%를 넘긴 날은 지난달 29일(13.28%)과 2020년 10월 19일(12.02%) 두 번에 불과하다. 작년 말 기준 지역난방공사 최대 주주는 정부(34.55%)다. 한전·한국에너지공단·서울시 등 공공 기관과 지자체(40.44%)를 제외하고 나머지 25.01%가 일반 투자자다.

이날 한국가스공사(12.71%)와 한국전력(9.95%), 한전KPS(8.19%), 한전산업(5.71%), 강원랜드(5.94%), 그랜드코리아레저(GKL·6.55%) 등 상장 공기업들의 주가도 동반 급등세를 보였다. 그간 주가가 지지부진해 ‘만년 소외주’로 꼽히는 공기업들이 이날 일제히 급등한 것은 정부가 올해부터 상장 공기업 경영 평가 항목에 주주 가치 제고 노력을 반영하겠다고 했기 때문이다. 올겨울 온화한 기후가 이어지며 난방 수요가 줄자 최근 천연가스 가격이 떨어지며 에너지 공기업들의 수익성이 개선될 것이란 기대감도 일부 반영됐다.

그래픽=백형선

◇올해부터 ‘배당 적정성’ 평가

앞서 16일 기획재정부는 공공 기관 경영 평가단 워크숍을 열고 올해 경영 평가를 공식 시작했다. 매년 공기업과 준정부 기관의 실적을 판단해 점수를 매기는 경영 평가 결과는 기관장 거취나 임직원 성과급을 좌우한다. 그런데 기재부는 지역난방공사, 한국가스공사, 한국전력, 한전KPS, 한전산업, 강원랜드, GKL 등 상장 공기업 7곳의 ‘배당 적정성’ ‘소액주주 보호’ 같은 주주 가치 제고 노력을 ‘재무 성과’ 평가의 하위 항목으로 포함한다고 했다.

그동안 상장 공기업들은 마진이 줄더라도 정부의 가격 억제 정책으로 인해 가격 인상이 어려웠고 이익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여겨졌다. 실제 실적 개선 방법은 여전히 안갯속이다. 일례로 한전은 총부채 규모가 200조원이 넘었지만 물가 자극을 우려해 작년 3분기부터 올해 1분기까지 3분기 연속 가정과 소상공인, 중소기업 전기료를 동결했다. 게다가 한전은 2021년과 2022년 2년 연속 적자를 이유로 배당을 하지 않았다. 한국가스공사는 2022년 1조4970억원 순익을 냈지만 미수금을 이유로 상장 이래 처음으로 배당을 하지 않았다. 가스공사는 2022년 도시가스 요금을 38.5% 올리며 ‘난방비 대란’이 발생하자 가스 요금을 동결하고 있다.

◇”공기업도 테마주화… 실적 개선 여지 살펴야”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단 주주 가치 제고 기대감이 상장 공기업들의 주가를 밀어 올린 것이다. 시장에선 상장 공기업 중 저(低)PBR(주가순자산비율) 주식이 적지 않아 26일 발표될 정부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영향권에 있다는 기대가 생겼다고 보고 있다. 이미 저PBR 수혜주로 묶여 주가가 급등한 자동차, 금융주와 같은 길을 갈 것이란 기대인 것이다.

이날 상한가로 마감한 지역난방공사는 PBR이 0.29배에 불과하다. 한국전력(0.36배)과 한국가스공사(0.25배)도 PBR이 1배가 되지 않는다. 나머지 상장 공기업 4곳은 PBR이 1배가 넘지만 주주 가치 제고를 경영 평가에 반영한다는 소식에 덩달아 올랐다.

다만, 증시 관계자는 “공기업 주가도 테마화돼 하루 만에 폭등 수준으로 올랐다”며 “단순히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만 고려하지 말고 실제로 실적 전망은 어떠한지, 구체적인 주주 환원책이 있는지 등을 살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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