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안전한 아파트에 살 권리

김창성 기자 2024. 2. 19. 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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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파트엔 철근이 있다."

임시 거처를 마련하기 위해 인근 아파트나 빌라 등의 전·월세를 구하는 과정에 이를 악용한 시세 올리기 수법도 흔히 발견된다.

마트에서 5000원을 내고 산 물건이라도 불량이 생기면 교환이나 환불이 가능한데 수억원 내지 수십억원 값을 지불한 아파트에 하자가 빈번하게 터지는데도 이를 제대로 책임 지는 이가 없다면 정말 심각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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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부실시공과 하자 문제가 잇따라 불거지며 입주자들의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4월 지하주차장 붕괴 사고가 발생한 인천광역시 검단아파트 건설현장. /사진=뉴시스
"우리 아파트엔 철근이 있다."

최근 온라인에 게시된 한 글이다. 지인끼리 각자 사는 아파트의 장점을 자랑하며 "우리 아파트는 커뮤니티 시설이 좋다", "우리 아파트는 조식을 사 먹을 수 있다", "우리 아파트는 조경이 좋다" 등의 말을 하자 20년 된 아파트에 사는 이가 "우리 아파트엔 철근이 있다"고 말해 웃음이 터졌다는 일화다.

실제 사건일 수도 있고 지어낸 말일 수도 있지만 이 대화가 시사하는 바는 우습지 않다.

변두리 작은 건설업체도 아닌 최고 브랜드를 자랑하는 아파트 시공사들이 사회를 뒤흔든 부실시공의 원인을 제공했다는 점에서 절대 경각심을 잊어선 안된다.

대형건설업체들을 조롱하는 에피소드는 또 있다. 어느 부부가 신축 아파트 입주자 사전점검에 나섰는데 아내가 내 집 마련의 기쁨으로 눈물을 흘리자 남편이 "그만 울고 빨리 하자 찾아"라고 말했다는 일화다.

두 이야기를 가볍게 웃어 넘길 수 없는 이유는 분명하다. 일상에서 비싼 금액을 내고 구매하는 것 가운데 실물을 확인하지 못하는 대표적인 두 개가 바로 아파트와 자동차다.

하자 여부를 확인하지 못하고도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십억원을 지불해야 한다. 자동차의 경우 문제가 발생하면 시정조치(리콜)를 받아 수리에 들어가고 심각한 경우 교환도 받을 수 있다.

무엇보다 자동차는 문제가 생겨도 렌터카나 대중교통 등 대안이 있다. 하지만 아파트에 문제가 생기면 일상은 거의 올스톱이다. 입주 일정에 맞춰 이사 준비 등을 계획한 가구는 최악의 경우 길거리에 나앉아야 하게 된다.

임시 거처를 마련하기 위해 인근 아파트나 빌라 등의 전·월세를 구하는 과정에 이를 악용한 시세 올리기 수법도 흔히 발견된다.

마트에서 5000원을 내고 산 물건이라도 불량이 생기면 교환이나 환불이 가능한데 수억원 내지 수십억원 값을 지불한 아파트에 하자가 빈번하게 터지는데도 이를 제대로 책임 지는 이가 없다면 정말 심각한 문제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고자 아파트 공정률 후반부에 분양을 하는 '후분양' 확대 정책이 한때 추진됐지만 건설업체들의 반발로 사실상 무산 위기에 놓였다.

건물의 뼈대라고 할 수 있는 철근을 비용 감축 의도로 빼먹고 벽에서 물이 줄줄 새는 일도 빈번한데 부실시공에 대한 책임으로 영업정지를 받아도 행정소송으로 맞대응하니 보는 이들을 씁쓸하게 한다.

모델하우스의 화려함 뒤에 숨은 아파트 부실시공 문제를 이제는 더 진지하게 봐야 할 때가 됐다. 샤워도 안한 몸에 향수만 뿌린다고 향기가 날 수는 없는 법이다.

자사 브랜드 아파트가 최고라고 내세우는 대기업 시공사들은 그에 걸맞는 품격도 지녔으면 한다. 소비자는 '안전한 아파트'에 살 권리가 있다.


김창성 기자 solrali@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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