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생 가수 이무진과 나눈 솔직 담백한 대화

리빙센스 2024. 2. 19.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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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SIC LOG

'이무진'이라는 세 글자

솔직 담백한 화법으로 보편적인 일상을 노래하는 이무진. 그의 노래는 듣는 이의 귓가와 마음에 어렵지 않게 당도해 깊은 울림을 남긴다. 시대와 세대를 초월한 감성을 지닌 2000년생 가수 이무진과 시간이 멈춘 듯한 공간 을지로의 '20세기 인쇄사무실'에서 나눈 대화.

2000년 12월 28일 출생. MZ세대 아티스트라 할 수 있는 이무진이 어른부터 아이까지 다양한 연령대에 걸쳐 큰 사랑을 받은 '신호등'이라는 메가 히트곡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데는 다양한 이유를 꼽을 수 있겠다. 먼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일상적인 소재를 쉬운 단어들로 재치 있게 풀어냈다는 점. 여기에 JTBC <싱어게인1> 첫 등장 신에서 "여보세요" 한 소절로 시청자의 고막을 단숨에 사로잡은 그만의 독보적인 보컬 톤이 합쳐지면 평범한 소재도 이무진스럽게 들린다. 또한 그는 또래 뮤지션이 으레 한글보다는 영어를, 화려하고 복잡한 비트를 택하는 것에 비해 꾸밈없는 말과 담백한 멜로디로 곡을 쓴다. 이런 남다른 행보에 대중이 기대하는 모습이 무엇인지 빠르게 파악할 줄 아는 나이답지 않은 영민함까지 더해져 그를 동년배 아티스트 중에서도 남다른 존재감을 발휘하게 했다. 최근에는 신곡 '에피소드'까지 높은 음원 순위에 안착시키며 다시 한번 대중가수로서의 입지를 단단히 다졌다. 이처럼 자신의 영역을 확실히 쌓아가는 그는 어느해보다 바쁜 2023년을 보내고 새해를 맞아 전국 투어 콘서트 마무리와 미국 콘서트 준비에 몰두 중이다. 그런 그와 <리빙센스>가 바람이 시린 어느 겨울날 을지로에서 만났다. 자신의 감정에 솔직한 2000년생다운 태도와, 2000년생답지 않은 자기 길에 대한 확신에 찬 태도까지 엿볼 수 있었던 이무진과의 인터뷰.

전국 투어 콘서트 '별책부록'의 마지막 공연 회차를 앞두고 있어요. 어떤 식으로 공연을 마무리하고 싶나요?

저 원래 눈물이 정말 없는 편이거든요. 근데 첫 단독 콘서트에서는 눈물을 흘리며 마무리했었던 터라 두 번째인 이번 '별책 부록'에서는 꼭 웃으면서 끝내고 싶어요.

두 번째인 만큼 처음보다 훨씬 능숙하게 공연을 소화했을 것 같은데요.

'별책부록1'과 '별책부록2' 사이에 정말 많은 무대에 올랐어요. 그 과정에서 대중들은 이무진이라는 가수에게서 어떤 걸 보고 싶어 한다는 걸 현장에서 몸소 느꼈죠. 그 경험들이 바탕이 되어 훨씬 성장한 모습을 '별책부록2'에서 보여줄 수 있었어요. 웹 예능프로그램 <리무진 서비스>에서 MC로 섰던 경험 등이 쌓여서 이제는 무대에서 관객과 훨씬 능숙하게 이야기도 나누게 됐고요.

전국 투어 콘서트에서 기억에 남는 순간을 하나 꼽아준다면요?

"올 한 해 가장 행복했던 일 5개를 뽑아달라"는 질문을 받았을 때, 정말 즉흥적으로 받은 질문이라 순간적으로 아무 생각이 안 나더라고요. 곧바로 대답하지 못한 저 자신을 보면서 속으로 놀라기도 했죠. 그 덕에 앞으로 일상에서 행복한 순간이 생길 때 마다 그걸 많이 되뇌고 살아야겠다는 생각도 했어요.

기사를 찾아보니 "음원 성적에 연연해하지 않는다"라는 말이 인터뷰 기사 타이틀로 쓰더라고요. 여전히 그런 편인가요?

지금에 와서는 되게 록스타스러운 발언이었다는 생각이 드네요. 당시에 저는 그 멘트가 기사 헤드에 쓰일 정도로 독특한 말인지 몰랐어요. 음원 차트 순위가 높으면 물론 기분이 좋지만, 음악을 하는 이유는 사람마다 꽤 다양하고, 그중엔 돈 이상으로 소중한 가치도 있잖아요. 성공하고 싶은 욕구는 물론 있죠. 그렇지만 적어도 저의 경우에는 돈과 숫자를 좇지 않았을 때 스스로 더 만족스러운 결과물이 나온다는 걸 알고 있어요. 이 시점에서 스스로 다시 그 질문을 던진다면, 지금의 저는 "신경 안 써야 한다"고 답할게요.

히트곡 '신호등'부터 신곡 '에피소드'까지. 두 곡 다 멜로디는 경쾌하지만 가사를 유심히 들어보면 마냥 밝기만 한 내용은 아니에요. 무진 씨는 평소 이런 식으로 노래에 반전을 주는 걸 좋아하는 편인가요?

밝은 노래를 잘하는 분들은 이미 업계에 저보다 많으시니까요. 대중성 있는 멜로디의 곡 안에서도 이무진다움을 담아내려 하다 보니 그런 식으로 곡을 구성하게 됐어요. 새드 엔딩을 선호하기도 하고요.

주로 사물을 보고 떠올린 이야기들로 곡을 쓴다고요.

테마는 항상 사물에서 시작해요. 예를 들어 노래를 만들다 막히는 순간에는 의자를 돌려 책상 뒤편에 놓인 빨대를 보는 거예요. 빨대가 사선으로 휜 모습을 발견한 다음에는 목소리로도 빨대라는 단어를 여러 번 뱉어봐요. 그러다 보면 어느새 괜찮은 게 만들어져 있을 때가 있죠.

무진 씨는 MBTI로 치면 두 번째 글자가 N직관형이 아닌 S감각형인 걸까요? 상상보다는 오감을 통해 정보를 습득하는 편인.

네. 아직 MBTI 검사를 진지하게 해본 적은 없는데, 굳이 따진 다면 S 같아요. MBTI 검사를 안 한 건 어떤 신념이라기보다는 정말 귀찮아서 그동안 하지 않았거든요. 근데 이게 이제는 팬들 사이에서 어떤 캐릭터처럼 되어버렸어요. 이젠 진짜 하면 안 될 것 같아졌죠.

요즘에는 어떤 사물을 보면서 생각에 빠졌어요?

'웅덩이'요. 얼마 전 회사 작업실로 가는 길에서 웅덩이 하나를 발견했어요. 초등학교 시절 저는 주로 땅을 보고 걷는 아이였어요.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땅바닥을 눈에 담게 되는데, 땅을 보고 걷는다는 건 마음이 차분해지는 긍정적인 점도 있지만 하늘 처럼 더 넓은 세상을 보지 못한다는 아쉬운 부분도 있잖아요. 그런 저에게 물이 찬 웅덩이가 마치 거울처럼 하늘을 보여준 거죠. 그 덕에 가끔은 하늘을 보며 걷는 버릇을 들여야겠다는 생각도 하게 됐고. 그 기억을 바탕으로 저에게 남다른 의미가 있는 프로그램인 JTBC <싱어게인 3-무명가수전>에서 추승엽 씨가 부른 '땅과 소년'이라는 곡을 만들었죠.

또 떠오르는 유년 시절의 기억이 있나요?

초등학교 때 또래보다 피부가 까만 편이었어요. 그걸로 놀림도 꽤 당했었죠. 어느 날은 수련회에 갔는데 절 자주 놀리는 애들과 한 방을 쓰게 된 거예요. 참다 참다 나중에는 달려들었는데 결국 역으로 제압당하기도 하고. 그 뒤로는 재미없다며 더 이상 안 놀리더라고요(하하).

최근 무진 씨에게 음악적인 자극이 있었다면?

잔나비 정규 앨범 3집 <환상의 나라>요. 마치 한 편의 잘 만든 연극 극본처럼 앨범 하나에 기승전결이 완벽하게 담겨 있어요. 요즘에는 싱글만 내는 게 추세잖아요. 누군가는 정규 앨범이 소용 없다고 말하기도 하죠. 그런 시대상과는 반대로 간 점이 또 잔나비스럽달까. 최근에 <2023 KBS 연예대상> 스페셜 무대를 최정훈 형과 함께 준비하면서 직접 말씀드리기도 했어요. 앨범 정말 좋았다고. 그때 형이 이런 말을 해주더라고요. "만드는 과정 자체가 내 음악을 다시 깊이 알아갈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해. 그게 바로 정규앨범이야." 그 얘기가 많이 마음에 와 닿았죠.

대학교 복학을 앞둔 무진 씨. 한 인터뷰에서 꿈을 '코로나19 종식'이라고 답하기도 한 코로나19 학번인데요. 캠퍼스로 돌아가면 어떤 것들을 꼭 하고 싶어요?

다 같이 밤도 새우고, 합주도 하고, 노래도 만들며 열정이 가득한 집단 안에 어울려 보는 거요. 지금도 충분히 작업할 수 있는 환경은 조성되어 있지만 '정답'을 정해놓지 않은, 청춘의 한가운데 놓인 이들만이 건드릴 수 있는 영역이 또 있다고 생각하거든 요. 그들과 함께 하는 것. 그게 복학하는 가장 큰 이유죠.

실용음악을 전공했지만, 지금은 대중음악가의 길을 걷고 있잖아요. 실용음악과 대중음악. 그 둘의 차이를 설명해 준다면요?

음. 향에 비유해 볼게요. 어떤 사람이 조향하는 일에 취미를 갖고 있다고 쳐봐요. 혼자 이 향 저 향 섞어보기도 하면서 자신만의 실험을 이어가겠죠. 근데 그 결과물이 반드시 대중에게 사랑을 받을 향이다라고는 확답할 수 없잖아요. 그게 실용음악의 길 같아요. 음악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연구를 위한 배움을 이어가는 것. 대중음악은 꼭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도전할 수 있는 영역이죠.

어느 순간에 '나는 대중음악을 해야겠구나' 생각했어요?

<싱어게인1> 출연 당시에는 코로나19 학번이라 정말 할 게 없었거든요. 그 김에 나는 대중들에게 어떤 평가를 받을 수 있을까라는 단순한 호기심에서 프로그램에 참여하게 됐죠. 그래서 머리도 세팅하지 않은 곱슬기 그대로고. 그때 제 목소리가 대중에게 먹힌다는 걸 비로소 알게 됐어요.

만약 실용음악이 아니라면 대학교에서 뭘 전공했을까요?

제가 이과 머리는 진짜 없지만, 열심히 공부해서 화학을 전공한 뒤 조향 쪽을 탐구해 보고 싶어요. 향수에 관심이 많거든요. 건축학과도 괜찮을 것 같고. 결국에는 무언가 만들어내고 결과물을 창출해 내는 곳으로 가지 않았을까요? 저 자체가 꼭 음악이 아니더라도 어떠한 과정을 통해 결과물을 창작해 내는 일을 선호하는 성향의 사람이니깐요.

특별히 좋아하는 향수가 있어요?

메르세데스 벤츠의 '벤츠 맨'이라고 아세요? 약간 삼촌 스킨 같은 향인데, 독하기도 해서 실제로 뿌리면 피하는 사람도 있어요. 근데 저는 그 향이 좋아요. 사람들이 단어에서 받는 인상을 그대로 구현해 낸 향수라고 해야 할까. 창작자의 입장에서 그러한 향을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성취감이 컸을 것 같거든요. 어쩌면 저에게는 아직 발표하지 않은 정규 앨범이 '벤츠 맨', 최근에 낸 '에피소드'라는 싱글이 실제로 제가 자주 뿌리고 다니는 클린의 '웜코튼'에 가까울 수 있겠네요. '웜코튼'은 대중의 입장에서 자주 뿌리고 싶은 향이겠죠.

매달 뮤지션에게 물어보는 질문입니다. 어떤 제약도 없이 원하 는 대로 꾸밀 수 있다면 집을 어떤 식으로 구성하고 싶어요?

방 하나를 완전히 키치한 느낌으로 꾸며볼래요. 귀여운 게 제 취향은 아니거든요? 근데 그냥 아무 제약 없이 마음껏 꾸며본다는 가정을 하니 오히려 완전히 저답지 않은 방을 만들어보고 싶어졌어요. 쿠로미 인형도 채워 넣고. 근데 그 방은 절대 제가 쓰진 않을 거예요!(웃음)

<리빙센스>에게 보내준 플레이리스트에 '멋진 가요'라는 짧지만, 강력한 타이틀을 붙여줬어요. 선곡 이유와 그러한 제목 을 붙인 이유는?

우선 한곡 한곡 제가 정말 좋아하는 노래들이고요. 리얼 사운드가 들어간 곡들 위주로 골라봤어요. 모두 우리 가요의 멋이 살아 있는 한국적인 것들이죠. 사실 요즘에는 가요의 입지가 굉장히 좁아진 것 같거든요. 가요라고 불리기 힘든 팝적 성향의 노래가 시중에 많죠. 저도 데뷔 초에는 '나는 K-팝 아티스트인가?'라는 고민을 하기도 했어요. 시간이 좀 흐른 지금에는 좀 알 것 같지만요. 저는 그냥 한국 가요를 부르는 대중 가수예요. 그걸 또다시 영어로 표현하면 K-팝이 되어버리지만(웃음). 저는 'K'라는 어 단어가 안 어울릴 정도로 꽤 한국적이거든요.

확실히 K-팝과 가요 두 단어가 주는 어감은 같지만 다르죠. 스케줄을 소화하지 않는 평소에는 주로 뭘 하며 시간을 보내요?

아이쇼핑을 하거나, 좋아하는 술을 마셔요. 술은 특히 위스키나 테킬라 같은 독주를 좋아하는 편이죠. 안주 조합을 추천해 본다면 육사시미에 우니(성게알)를 추천합니다. 여기에 사케 한 잔. 가끔 저에게 스스로가 주는 상이기도 해요. 혹은 클래식하게 소주에 보쌈 조합도 좋고요.

혹시 끌어당김의 법칙에 대해 믿으시나요?

친한 형이 최근에 이런 말을 하더라고요. 제가 "저 요즘 하는 일마다 너무 잘되니까 무섭다. 상상한 그대로 된다"라고 했다고. "안 좋은 일이 생겨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여서 두렵다"는 말까지 했대요. 그걸 듣고 나서야 의식하진 못했지만 나도 모르게 끌어당김의 법칙을 쓰고 있었다고 생각했죠.

그거 아시죠? 더 많은 이들에게 선포할수록 이뤄질 가능성이 높아지는 게 '끌어당김의 법칙'인 거. 2024년 이무진의 미래 일기를 써 주신다면요.

"이무진은 작품적으로도 상품적으로도 부끄럽지 않은 정규 앨범을 낸다." 단순히 멜로디가 좋은 것을 넘어서요. 기승전결이 완벽하면서도 들었을 때 거슬리는 것 없이 스무스하게 진행되는 12곡에서 13곡의 곡들로 묵직하게 채워져 있길 바랍니다.

이무진이 추천하는 새해맞이 플레이리스트는 스포티파이 '리빙센스-뮤직로그' 채널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리빙센스 스포티파이 채널 보기

CREDIT INFO

editor권새봄

photographer김연제

장소 협조20세기 인쇄사무실@mangwoosamlim

스타일링윤인영

메이크업최선화선화인

헤어 박지현선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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