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348> 아내가 세상을 버렸다는 소식 듣고 읊은 채제공의 시

조해훈 고전인문학자 2024. 2. 19. 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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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기는 한다만 어찌 서로 만날 수 있으랴(縱去那相見·종거나상견)/ 내가 가도 이미 때 늦었네.

'아내와 아이가 있는 저 남편은 얼마나 행복할까.' 좋은 집에 살고 높은 지위에 있어도 가족이 없으면 다 소용없다.

채제공의 아이는 태어나자마자 죽었고, 아내도 아이 낳고 얼마 있다 죽었다.

채제공은 아내도 아이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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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도 이미 때 늦었네(吾行已後時·오행이후시)

가기는 한다만 어찌 서로 만날 수 있으랴(縱去那相見·종거나상견)/ 내가 가도 이미 때 늦었네.(吾行已後時·오행이후시)/ 약봉의 서찰 받고서 마음 놀랐으니(驚心藥峯札·경심약봉찰)/ 녹문 기한 어겨 한으로 남았네.(遺恨鹿門期·유한녹문기)/ 도성에서 봄 기다림 아득하였고(古國迷春望·고국미춘망)/ 빈 집에서 밤 더딘 것 원망했으리라.(虛堂怨夜遲·허당원야지)/ 처량하게 이별할 때 했던 말은(凄涼臨別語·처량임별어)/ 차마 다시 떠올리지 못하겠네.(不忍更提思·불인갱제사)

위 시는 번암(樊巖) 채제공(蔡濟恭·1720~1799)의 ‘신미년(1751) 정월, 아내의 부고를 듣고 병산 관아에서 서울 집으로 가려 하는데 눈물을 훔치면서 심정을 쓰다(辛未正月聞室人喪報, 自屛衙, 將還京第, 抆淚述懷·신미정월문실인상보, 자병아, 장환경제, 문루술회)로, 그의 문집인 ‘번암집(樊巖集)’에 있다. 1751년 정월 채제공이 안동 병산(屛山)에 있을 때 부인이 숨을 거뒀다. 채제공은 1737년 18세 나이로 당시 15세 동복 오씨(同福吳氏) 오필운의 딸과 결혼했다. 벼슬살이한다고 아내에게 소홀했던 게 후회로 밀려온다. 한 해 전 채제공이 아버지를 뵈러 남쪽 고을로 갈 때 아내가 이런 말을 했다. “훗날 합장하는 일을 잊지 마세요.” 채제공은 아내의 부고를 듣고 눈 속을 헤치며 이미 숨이 끊어진 아내에게 달려갔다. 그렇게 가면서 ‘조령에서’·‘용인주막에서’ 등 여러 수의 시를 지었다.

그제 화개공용버스터미널 옆 쉼표하나 카페에 앉아 있었다. 카페 옆 미장원 김영이 원장이 이런 이야기를 했다. 남편이 건강이 좋지 않아 함께 화개 골짜기로 들어온 지인이 암에 걸려 갑자기 세상을 버렸다. 아내가 화개장터에서 장사하며 남편을 극진히 간호하였다. 김 원장은 “꼭 좋은 사람, 착하게 사는 사람을 먼저 데려간다”며 푸념했다.

채제공은 시 ‘용인주막에서’에서 아이를 포대기에 업은 주모와 땔나무 하는 남편을 보곤 무척 부러워했다. ‘아내와 아이가 있는 저 남편은 얼마나 행복할까.’ 좋은 집에 살고 높은 지위에 있어도 가족이 없으면 다 소용없다. 채제공의 아이는 태어나자마자 죽었고, 아내도 아이 낳고 얼마 있다 죽었다. 채제공은 아내도 아이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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