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감과 위로 사이… 서울서 맞춰진 춘천의 조각들

김여진 2024. 2. 19.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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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국제조각페스타 춘천부스 호평
서울 코엑스 전시에 별도 부스
지역재단 참여 경기 김포 등 2곳
김수학·백윤기·이상윤 등 9명
나흘간 국내외 조각계와 소통
안성환 등 지역 작가 개인 참여
예능 출연 빅터조 관객 호응도

국내 최대 규모의 조각 아트페어에 춘천지역 조각가들의 다양한 작품세계가 펼쳐졌다. 춘천문화재단은 18일까지 서울 코엑스에서 15일부터 나흘간 열린 제13회 서울국제조각페스타에 후원부스를 설치, 특별전을 통해 지역 조각가들의 작품을 선보였다. 한국조각가협회 주최로 국내외 조각가 3000여명과 전시부스 140여개가 마련된 이번 페스타에서 춘천지역 부스는 단연 돋보였다. 김수학·박재현·백윤기·이상윤·이완숙·이정혁·정춘일·빅터조·최중갑 작가 등 지역 조각가 9명이 이 공간을 통해 관객을 만났다.

▲ 페스타 관객들이 춘천 특별전이 진행되고 있는 부스를 관람하고 있는 모습.

■ 춘천문화재단 특별전 마련 호응

조각 장르에 특화된 전시 프로젝트를 통해 이 장르의 성장 방안을 찾아 온 재단은 지역 조각예술을 홍보하기 위해 이번 부스 운영을 결정했다. 공간 운영에 들어간 비용은 1500만원. 재단은 원로(백윤기)와 신진(이상윤) 작가를 먼저 추천한 후 다양한 세대의 조각가 7명을 공모로 선발했다.

▲ 서울국제조각페스타에 참여한 빅터조
▲ 춘천문화재단이 서울조각페스타에서 운영한 춘천 특별전 부스 속 빅터조 작, ‘ㅊㅊ(춘천-청춘)

빅터조 작가는 페르소나인 강아지 캐릭터 ‘바우’와 함께 했다. 춘천과 청춘을 함께 상징하는 작품 ‘ㅊㅊ’이 춘천의 조각세계로 안내하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어린왕자’로 변신한 바우와 사막여우도 동심을 자극했다.

▲ 서울국제조각페스타에 참여한 정춘일
▲ 정춘일 작 ‘다이버’

철 소재를 중심으로 정크아트를 선보여 온 정춘일 작가는 높이 197㎝ 규모의 대형작품 ‘예술가의 초상2’, 실제 인테리어 조명으로 활용가능한 ‘다이버’ 등으로 시선을 끌었다. 친근한 여인의 모습, 따뜻한 집과 나무를 빚어내 마음을 데워주는 이완숙 작가의 작품들도 호응을 얻었다.

도내 다른 지역에서 활동하는 조각가들도 잇따라 방문해 교류의 장이 되기도 했다. 참여 작가들은 “저변을 넓혀 온 춘천 조각예술의 오늘을 국내외 조각계에 알릴 기회가 생겨 뜻깊다”고 밝혔다. 관객 안정민 씨도 “단일 지역단위의 부스는 보기 드문데, 한 중소도시에서 다양한 조각작품들이 탄생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돼 흥미로웠다”고 했다. 빅터조 작가의 경우 최근 방영중인 데이팅 예능 ‘나는 SOLO, 그 후 사랑은 계속된다’에 출연중이어서 관객들의 사진촬영 요청이 잇따르기도 했다.

이날 아트페어가 4일간의 일정을 마무리 한 가운데 부스 내 작품 판매도 이뤄졌다. 작가 지원을 위한 지역 문화재단 차원의 참여는 춘천과 경기 김포문화재단 2곳 뿐이었다.

재단은 예술인에 대한 직접 지원 규모가 감소되는 추세를 고려, 이번 페스타와 같은 전시참여 등 간접 지원 방안을 적극 찾겠다는 방침이다. 최연호 춘천문화재단 이사장은 “지역 작가 홍보와 미술시장 활성화를 위해 조각가, 지자체, 문화재단의 협력체계를 더 단단히 구축해 나가겠다”고 했다.

▲ 서울국제조각페스타에 참여한 양재건

■ 전쟁의 아픔, 대리석 조소로… 양재건 교수 부스 주목

단단해 보이는 남성의 상체, 심장 근처에 큐브 모양 철제 구조물이 쿡 박혀 있다. 가장의 무게감을 보여주는 직설적 조소, 양재건 작가(강원대 명예교수)의 ‘슈퍼맨’이다. 이처럼 삶의 단면과 감정들을 토르소로 표현해 온 양 작가가 작품의 온도를 바꾼 것은 개인전을 준비하던 2010년 초 천안함 침몰 소식을 들은 이후였다.

그의 2010년 작품 ‘기억 Memory-2010326’은 침몰한 배를 상징하는 듯 부러진 조형물이 일렁이는 물결 무늬 위에 놓여있다. 그 밑으로 눈물 자국이 깊게 패여있는데, 눈물방울은 조각작품 뒷편에 흐른다.

▲ 양재건 작 ‘공존’ 시리즈
▲ 양재건 작, ‘슈퍼맨’
▲ 양재건 작 ‘아주 가벼운 날개’ 시리즈

신작 ‘공존’ 시리즈도 이와 궤를 같이 한다. ‘공존 Coexistence-20220224’와 ‘공존 Coexistence-20231007’ 등 작품 제목 속 숫자(날짜)에서 작품의 시작지점을 유추해 볼 수 있다. 이들 숫자는 각각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러시아-우크라이나전쟁이 일어난 날짜들이다. 대리석에 채색한 색들 속 뜻도 그제서야 보인다. 전쟁을 치르고 있는 각 국가들의 국기 색들이 이들 작품을 이루고 있다.

올들어 완성한 신작인 ‘아주 가벼운 날개’ 시리즈들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 전쟁 속에서 날개를 펴보지도 못한 채 무고하게 숨진 어린 생명들을 위한 작품이다. 작은 토르소에 남은 상처, 그 뒤로 돋아난 가냘픈 날개가 추모의 마음을 불러온다.

이들 작품을 서울국제조각페스타에서 공개한 양재건 작가는 “질서없는 혼돈과 양극의 갈등, 그 속에서 이유도 모르고 희생된 이들을 생각하며 새 작품들을 작업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재단 특별전 부스와 별도로 지역 작가들이 개인 부스를 마련해 관객들과 소통했다.

▲ 서울국제조각페스타에 참여한 안성환

안성환 작가는 특유의 안온한 분위기가 가득한 ‘무심’ 시리즈 등 따뜻한 위로가 담긴 작품들로 부스를 채웠다.

▲ 이상윤 작가의 작품.

강원대를 졸업한 이상윤 작가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가 연상되는 토끼 캐릭터를 의인화, 초현실적 공간 설정 속에 우리의 일상을 은유했다.

김여진 beatle@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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