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라노] 끊이지 않는 소방관 순직… 언제까지 비극 반복하나

허시언 기자 2024. 2. 18.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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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 공장 화재로 소방관 2명 순직
해마다 빠짐없이 소방관 순직 발생
고질적인 인력 부족 문제 해결해야
온전한 국가직 전환 이루어져야 해

“두 분과 함께해 영광이었습니다. 반장님들이 그러했듯이 내일부터 우리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 도움이 필요한 모든 사람에게 달려가 최선을 다해 그들의 생명을 지켜낼 것입니다. 남겨진 가족은 저희에게 맡기시고 떠나간 그곳에서 편안하게 영면하시길 바랍니다.”(문경소방서 윤인규 소방사)

경북 문경 신기동 공장 화재 현장에 구조작업을 하다 숨진 소방관을 추모하는 국화가 놓여 있다. 연합뉴스


뉴스레터 ‘뭐라노’의 마스코트 라노입니다. 지난 3일 문경소방서 고(故) 김수광 소방장과 박수훈 소방교의 영결식이 엄수됐습니다. 김 소방장과 박 소방교는 지난달 31일 경북 문경 육가공 업체 공장 화재 현장에서 인명 수색과 구조에 나섰다가 급속히 번진 불길에 고립돼 끝내 빠져나오지 못하고 순직했습니다. 함께 일했던 문경소방서 윤인규 소방사는 영결식에서 두 소방관의 영원한 안식을 기원했습니다.

우리는 매년 현장에서 돌아오지 못한 소방관의 명복을 빌어야만 했습니다. 2021년 경기 이천시 쿠팡물류센터 화재와 울산 상가 화재로 소방관이 1명씩 순직한 데 이어 2022년 경기 평택시 냉동창고 화재현장에서 소방관 3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지난해 3월 전북 김제시에서 발생한 단독주택 화재 때 소방관 1명이 돌아오지 못했고, 같은 해 12월 제주 서귀포시 주택 옆 창고 화재 때 소방관 1명이 영원히 복귀하지 못했습니다. 소방관이 순직할 때마다 조문 행렬이 이어지고, 정치권에서 재발방지책과 소방관 처우 개선 방안 등을 내놓지만 같은 문제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공노총) 소방노조와 소방을사랑하는공무원노동조합이 지난 7일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연합뉴스


‘2023 소방청 통계연보’에 따르면 2012년부터 2022년까지 순직한 소방관은 모두 47명이었습니다. 같은 기간 공무 중 생긴 질병과 장애로 업무수행이 불가능해진 공상자는 7235명에 달했죠. 해마다 빠짐없이 소방관은 책임을 다하다 목숨을 잃고, 수백 명에서 많게는 1000명이 넘게 몸과 마음을 다치고 있습니다.

소방 관계자들은 모든 문제와 사고의 원인은 인력 부족 문제로 귀결된다고 입을 모았습니다. 현재 소방공무원 1인당 담당 인구 수는 780명에 달합니다. 소방관 1명이 책임져야 하는 국민수가 780명이라는 뜻입니다. 소방관 수는 턱없이 부족한데, 신규 소방공무원 채용 수는 감소하는 추세입니다. 소방청 자료에 따르면 신규 채용 인원은 ▷2021년 4461명 ▷2022년 3814명 ▷지난해 1560명에 이어 올해 1683명으로 급감했습니다.

“지난해 3월 전북 주택 화재 때 인력 부족으로 소방관 2명만 투입이 됐다가 순직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같은 해 12월 제주 창고 화재 같은 경우 인력이 없어 구급대원이 소방 업무에 투입됐다가 사고가 났죠. 인력 부족으로 사고가 계속 예견돼 있는 겁니다. 소방 업무는 2인 1조가 원칙인데, 사람이 없어 그조차도 지켜지지 못할 때가 많습니다. 출동해야 할 곳은 많은데 결원 인원은 있고, 예비 인원이 없으니 사고가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소방노조 이창석 사무총장은 휴직·휴가 등으로 결원이 발생해도 대체 인력이 부족해 다른 팀에서 인원을 차출하거나 결원 상태로 근무를 하게 된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사고 위험이 높아지게 되는 것입니다.

사실 소방관에 대한 안전 대책이나 제도가 마련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소방관 순직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정부가 처우 개선을 약속하거나 소방청이 안전 관리 규정을 마련하는 등 대책 마련을 해왔죠. 문제는 이 같은 제도나 대책이 고질적인 인력 부족 문제 때문에 제대로 실행할 수 없다는 데 있습니다. 정책상으로는 존재하나, 실효성은 없는 제도만 가득한 것입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 김길중 사무처장은 현장 지휘관의 대처 능력도 문제로 꼽았습니다. 체계적으로 현장 경험을 쌓아서 지휘관이 되는 것이 아닌, 교육을 받고 임관을 한 뒤 행정 업무를 하다가 승진을 하면 지휘관이 되는 구조가 문제라고 지적했습니다. “행정 업무를 하시던 분들이 현장 지휘관이 되면 상황 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현장 경험이 충분히 있어야지 상황에 대해 적절히 판단할 수 있는데, 현장 경험이 부족한 지휘관이 진입 명령을 내리면 안 될 때 무리하게 대원들을 투입시켜 사고가 발생하기도 합니다.”

현재 소방공무원은 통일된 지휘체계가 없습니다.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을 이뤄냈지만 국가 예산을 쓰지도, 국가에서 인사를 관리하지도 않습니다. 시·도에 복속돼 있죠. ‘무늬만 국가직’이라는 쓴소리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통일된 지위체계가 없으니 법 개정도, 정책 시행도 쉽지 않은 것이 현실입니다. 인력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재난 현장에서 독립적인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온전한 국가직 전환이 이루어져야 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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