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바오도 속상할 것 같아서”…작별을 준비하는 ‘판다 할부지’ [주말엔]
2020년 에버랜드에서 국내 최초 자연 번식으로 태어난 자이언트 판다 푸바오가 올해 4월이면 중국으로 떠납니다.
푸바오가 곧 중국으로 반환된다는 소식에 많은 이들이 아쉬워하고 있는데요.
이별의 아픔이 누구보다 클 사람이 있습니다.
푸바오의 탄생부터 모든 순간을 함께 한 '강바오' 강철원 사육사를 만나봤습니다.
■ 대한민국 최초 판다 사육사
강철원 사육사는 1994년에 처음 판다를 만났습니다.
당시 한국에 처음 온 판다 밍밍과 리리를 맡게 되면서 강 사육사는 '판다 아빠'의 길을 걷게 됐습니다.
5년 정도를 함께 했지만, 외환위기 탓에 밍밍과 리리를 중국에 조기 반환하면서 판다와의 인연이 끊기는 듯 했습니다.
하지만 18년이 지난 2016년, 국내에 판다 한 쌍이 다시 오게 되면서 강 사육사가 이들을 담당하게 됩니다.
강 사육사는 판다 아이바오와 러바오의 경계심을 허물기 위해 판다 우리 옆에서 잠을 자기도 하고, 이들이 먹을 대나무를 찾아 전국을 헤매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시간이 흘러 2020년에 푸바오가, 2023년엔 쌍둥이 루이바오·후이바오가 태어나 강 사육사는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 '판다 할부지'
강철원 사육사에게 최고의 순간은 2020년 7월 20일, 푸바오의 탄생입니다.
아이바오와 러바오 커플이 자연 임신에 성공해 딸 푸바오를 낳았습니다.
판다는 1년에 임신 가능한 날이 고작 3일인 데다, 혼자 있는 걸 좋아해 짝짓기가 쉽지 않은 동물입니다.
17년도부터 아이바오와 러바오를 짝지어주려는 시도가 있었지만, 이런 판다의 번식 특성 때문에 거듭 실패했는데 사육사들의 계속된 노력 끝에 첫 자연 번식에 성공하게 된 겁니다.
강철원 사육사에게 '판다 할부지'라는 별명이 붙게 된 순간이었습니다.
"푸바오라는 아이는 저에게 굉장히 큰 감동으로 다가온 아이죠. 푸바오의 울음소리가 울려 퍼졌을 때 세상에서 처음 느껴보는 감동을 받았습니다."
푸바오와 함께 한 시간은 감동과 긴장의 연속이었습니다.
판다라는 동물이 멸종 취약종으로 희귀하기도 하고 국내에서 처음으로 새끼 판다를 사육하다 보니 강 사육사는 늘 긴장과 부담 속에서 푸바오를 돌봤습니다.
하지만 푸바오가 성장을 하면서 보이는 모습들, 걸음마를 하면서 다리를 붙잡고 매달린다거나 팔짱을 끼고 어깨에 손을 올리며 위로하는 듯한 표현을 하는 순간들은 강 사육사에게 큰 감동을 줬습니다.
■ 떠나야 할 운명
해외에서 태어난 판다들은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 따라 만 4세가 되기 전에 중국의 판다 서식지로 돌아가야 합니다.
푸바오도 예외가 아닙니다.
4월이면 더는 볼 수 없다는 생각에, 에버랜드 판다월드에는 푸바오를 한 번이라도 더 보려는 관람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개장 전부터 '오픈런'이 벌어지고 있고 판다월드 앞에서 입장객들이 2시간 이상 대기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 이별을 준비하는 자세
강철원 사육사는 푸바오의 탄생부터 모든 과정을 함께해 왔습니다.
가족과도 같은 푸바오를 중국으로 보내는 것은 그에게 큰 아픔일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강철원 사육사는 덤덤하게 작별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푸바오와의 이별이 아쉽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강철원 사육사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자기에게 맞는 짝도 만나야 하고 판다의 생을 살기 위해서는 돌아가는 게 맞는 거죠. 제가 보살피고 있을 때 최선을 다해서 교감하고 보살펴 주고, 보낼 때는 응원하면서 보내는 게 맞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인터뷰 때 덤덤한 그의 말과는 다르게 푸바오와 함께 둘만 있을 때는 아쉬운 마음을 감추지 못합니다.
"푸바오. 너 4월 초에 간다고 해서 할부지 너무 속상한데 그래도 할부지가 속상해하면 푸바오도 속상할 것 같아서 할부지는 그냥 덤덤하게 푸바오한테 잘해주면서 잘 생활할 거야."
"푸바오 있는 동안에 할부지가 잘 챙겨줄 거니까 절대 걱정할 필요 없어. 알겠지? 앞으로도 남은 시간 행복하자."
강철원 사육사는 98년에 헤어진 판다 리리와 18년 만에 중국에서 다시 만난 적이 있습니다.
그때 리리가 강 사육사의 목소리를 듣고 달려와 반겼다고 하는데요, 당시의 감동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는 강 사육사.
이제는 푸바오와도 헤어질 시간입니다.
오랜 시간이 지나고 언젠가 다시 서로 만나게 된다면 푸바오도 강철원 사육사를 기억할 수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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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욱 기자 (hulkcam@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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