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NLL=유령선”…북 해상 화력 증강에 무력충돌 우려[정충신의 밀리터리 카페]

정충신 기자 2024. 2. 18.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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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장 “北 전술핵무기·핵EMP· 핵어뢰등 대응시 작은 무력충돌이 핵전쟁 확대 경계”
비궁·천무·K-9·스파이크 등 ‘즉강끝’ 응징태세…북한은 해안포 개방
서해 NLL 충돌시 확전 우려…“남북 어느 때보다 상황관리 필요” 목소리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4일 새로 개발한 지상대해상 미사일 시험발사를 지도했다고 15일 밝혔다.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2월 14일 오전 해군에 장비하게 되는 신형 지상대해상 미사일 ‘바다수리-6’형 검수 사격 시험을 지도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홈페이지 캡처

북한이 올해 들어 벌써 두 번이나 ‘한반도 화약고’ 서해5도 일대 북방한계선(NLL)을 콕 찍어 무력행사 위협을 가해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남북은 이미 이곳에서 제1·2연평해전, 대청해전 등 3 차례 해전을 치른 바 있다. 북한이 또다시 NLL 무효화를 위한 도발을 시도하면 언제든 폭발할 수 있는 활화산이나 다름없다. 서해 NLL을 ‘한반도 화약고’라 부르는 이유다.

김 위원장이 연초부터 "남조선 전 영토 평정 위한 대사변 준비"등 핵전쟁 위협 분위기를 고조시키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전면전’을 위한 전략·전술·작전적 군사 동향은 감지되지 않고 있다. 반면 앞으로 총선·대선 등을 겨냥한 ‘재2 천안함 폭침’과 유사한 기습적이고 강도높은 국지전 도발과 같은 회색지대 도발 가능성은 점증하고 있다.

북한의 수사적 위협이나 우리 군의 대비태세를 볼 때 서해 NLL 지역에서 충돌이 발생하면 ‘확전’ 우려가 제기된다. 이 때문에 남북 서로가 어느 때보다 상황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정성장 세종연구소 한반도전략센터장은 "만약 북한 경비정이 NLL을 침범하고 무력화를 시도하면 남북 간 무력충돌 발생 가능성이 높으며, 북한은 이 기회를 이용해 핵과 미사일 능력 고도화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으로 백령도나 대청도, 소청도 포격까지 감행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올해 1월 5∼7일초 3일간에 걸친 서해 NLL 인근 300여발의 포병사격 훈련을 연속 실시한 것은 유사시 백령도와 연평도 등을 초토화하기 위한 훈련을 뜻한다는 것이다. 정 센터장은 "남북한이 모두 ‘압도적인 대응’ 기조를 유지하면 재래식 무기에서 열세에 놓인 북한이 전술핵무기나 핵 전자기펄스(EMP)탄 또는 핵어뢰등으로 대응함으로써 남북한 간 작은 무력충돌이 단기간 내에 핵전쟁으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북한은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4일 새로 개발한 지상대해상 미사일 시험발사를 지도했다고 15일 밝혔다. 조선중앙통신은 김 위원장이 “2월 14일 오전 해군에 장비하게 되는 신형 지상대해상 미사일 ‘바다수리-6’형 검수 사격 시험을 지도했다”고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 홈페이지 캡처

군 당국은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월에 이어 2월에도 ‘북방한계선’을 적시하며 도발 위협을 가하자 NLL 일대 경계감시 수위를 높이고 있다. 북한군이 도발할 경우 그 원점에 포탄 세례를 퍼부을 장비들을 점검하는 등 즉각 응사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지상 접적지역 대비태세 못지않게 백령도와 연평도 등 서북도서를 방어하는 해군 및 해병대 장병들의 군기도 바짝 섰다고 한다. 군의 한 관계자는 18일 "김정은이 계속해서 서해 NLL을 수사적으로 위협함에 따라 이 지역 방어를 책임지는 부대에 경계감시 강화 및 장비 운용 태세 점검 등의 지시가 이미 내려갔다"며 "서북도서방위사령부도 지휘관과 장병들에게 경각심을 갖고 대비태세에 전력을 쏟도록 당부하고 있다"고 전했다.

군에 따르면 서북도서 이북 북한군 4군단 지역 화력 태세는 2018년 9·19 군사합의 이전으로 복귀한 것으로 알려졌다. 감시장비 등을 통해 파악된 해안포 포문 개방 기지만도 수십여곳에 달한다.

올해 1월 6일 오전 인천 옹진군 대연평도 조기역사관에서 바라본 북한 황해도 한 해안마을 인근에 설치된 해안포의 포문이 열려있다. 북한은 이날 오후 연평도 북서방 개머리 진지에서 방사포와 야포 등으로 포탄 60여발을 발사했으며, 이 중 일부는 서해 북방한계선(NLL) 이북 해상 완충구역에 낙하했다. 연합뉴스

북한은 서해 NLL 이북지역에 130㎜(사거리 27km), 76.2㎜(〃 12km) 등 250∼300여 문의 해안포를 배치했고, 일부 지역에는 152mm(〃 27㎞) 지상곡사포(평곡사포)도 있다. 이 중에서 서북도서와 그 해안을 직접 사정권에 둔 해안포는 100여문에 달한다. 연평도 북쪽 갈도 등 4군단 관할 부대에 밀집 배치된 사거리 20여㎞의 122㎜ 방사포도 위협적이다.

특히 김 위원장이 지난 14일 신형 지상대해상(지대함) 순항미사일인 ‘바다수리-6형’ 검수 사격시험을 지도하면서 동·서해함대의 ‘해안미사일병대대’ 전투편제 개편안을 승인함에 따라 신형 지대함 미사일과 지대지 단거리 미사일 등의 추가 배치가 예상된다. 김 위원장이 "검수사격시험에 크게 만족했다"고 발표한 것은 개발이 완료돼 곧 실전배치에 들어간다는 의미다.

지상대해상 미사일은 바다에 있는 함정을 지상에서 쏘아 격퇴하는 무기로, 북한판 ‘반접근’(A2/AD) 전략 일환으로 개발되는 전력이다. NLL 일대를 초계하는 우리 유도탄고속함과 호위함 등이 표적이다. 특히 지대함 순항미사일은 서해5도 우리 레이더망을 피해 해안선을 따라 초저공 비행(시스키밍·Sea Skimming)하며 은밀하게 접근해 서해5도 초계활동 중인 우리 초계함 호위함 등 우리 함정에게 매우 위협적이다.

우리 군은 NLL 이북 지역의 북한군 동향을 면밀히 주시하면서 기습 도발에 대비하고 있다. 백령도와 연평도에는 북한의 지대함미사일 위협 등에 대응해 ‘비궁’이 배치돼 있다. 2.75인치(70㎜) 유도로켓 비궁은 적외선 영상 탐색기로 다중 표적을 동시에 감시할 수 있어 여러 대의 공기부양정이나 지상의 도발 표적을 때릴 수 있다. 차량 탑재형으로 기동성이 좋고, 차 한 대에 탑재된 2개의 발사장치에 2.75인치 유도로켓을 가득 장전하면 동시에 40발을 쏠 수 있다. 사거리는 5∼8㎞에 이른다.

갱도에 숨은 북한 해안포는 사거리 20여㎞의 이스라엘산 ‘스파이크’ 미사일로 대응할 수 있다. 1발당 3억원 가량의 스파이크는 2013년부터 서북도서에 배치된 무기다. 다연장로켓 ‘천무’도 도발 원점과 그 주변을 무력화할 수 있다. 사거리 80여㎞에 달하는 천무는 239㎜ 유도탄과 227㎜ 무유도탄, 130㎜ 무유도탄을 모두 발사할 수 있다. 227㎜ 무유도탄 1기에는 900여 발의 자탄이 들어 있어 축구장 3배 면적을 단숨에 초토화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목표물에서 15m를 벗어나지 않을 정도로 정밀 타격이 가능한 무기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무시하고 연평도와 백령도 북쪽에 이른바 ‘국경선’을 그어 군사적 대비태세를 강화하겠다고 밝혀 긴장 수위를 끌어올렸다. 연합뉴스 그래픽

K9 자주포도 즉각 응사 태세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1월 서해 NLL 인근 북측 지역에서 해안포 위주로 약 200발을 발사하자 K9 자주포 등으로 두배에 달하는 400발 이상을 응사한 바 있다. NLL 남쪽에서 초계 임무를 맡고 있는 2500t급 및 2800t급 호위함에 탑재된 사거리 150㎞의 전술함대지 유도탄도 지상의 도발 지휘시설과 지원세력을 응징할 수 있는 전력으로 꼽힌다. 군은 이들 전력을 상시 대기태세로 유지하며 유사시 ‘즉강끝’(즉시, 강력히, 끝까지 응징) 원칙으로 응징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날씨가 풀리면서 백령도와 연평도 등 서북도서 어민들이 조업을 준비하고 있고, 중국 어선들의 불법 조업에 따른 해상 경비도 강화되는 시기여서 서해 NLL 일대가 특히 위험해졌다.

김 위원장이 NLL을 "유령선" "불법무법"이라고 규정하며 "연평도와 백령도 북쪽 국경선 수역에서의 군사적 대비태세를 강화할데 대한 중요지시"를 내림에 따라 충돌 가능성은 한층 커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북한이 해상 단속 활동에 나선 우리 군 활동에 대해 "국경선 침범"이라는 등 트집을 잡아 무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어서다.

북한은 2007년 11월 평양에서 열린 2차 남북 국방장관회담과 그해 12월 제7차 남북 장성급회담에서 돌연 ‘해상경비계선’을 제기했다. 당시 회담에서 북측 해상경비계선과 남측 NLL 사이를 평화수역으로 정하고 그 안에 공동어로구역을 설정하자고 주장한 것이다. 이 해상경비계선은 서해 NLL 남쪽으로 그어졌다.

당시 회담에 대표로 나섰던 한 예비역 장성은 "북한은 NLL과 서북도서 중간에 교묘하게 해상경비계선을 그었다"면서 "북한이 주장한 백령도와 연평도 북쪽 국경선은 2007년 제시한 해상경비계선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북한은 9·19 군사합의 논의 과정에서도 서해 완충구역을 2007년 제시한 해상경비계선을 기점으로 하자고 했으나 우리 측이 논의할 대상이 못 된다고 단칼에 거부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 측이 북한의 NLL 무력화 기도를 차단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정충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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