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데드맨' 조진웅 "시나리오부터 믿음…신명 나게 연기했죠"

조은애 기자 2024. 2. 18.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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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조진웅이 스포츠한국과 만났다. 사진=콘텐츠웨이브(주)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이름을 사고파는 바지사장 세계를 그린 영화 '데드맨'이 신선한 소재와 파격적인 캐릭터에 힘입어 2월 극장가 호평의 중심에 섰다. 이름을 잃고 인생마저 빼앗긴 이만재로 열연한 배우 조진웅을 지난 6일 서울 종로구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만났다.

"하준원 감독님이 5년간 취재해서 쓰신 이야기래요. 그 과정에서 위험한 일들도 많이 겪으셨고요. 아무리 관심 있는 이야기라도 저 같으면 1년쯤 하다 포기했을 것 같은데 이걸 5년씩이나 집중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믿음이 가더라고요. 처음 만나서 시나리오에 대해 말씀하시는데 굉장히 열정적이셨던 기억이 나요. 무엇보다 인물의 감정이 서서히 변하는 지점이 흥미로워서 한번 도전해보고 싶었어요."

저축은행 사태로 파산한 이만재는 수중에 남은 이름 석 자를 팔아 바지사장 세계에 입문, 7년째 살아남는다. 한 벤처 기업의 사장 자리를 마지막으로 업계에서 떠나려던 찰나, 무려 1천억 원을 횡령했다는 누명을 쓴 채 이름도, 인생도 빼앗기고 '죽은 사람'이 된다. 이후 중국 사설 감옥에 갇힌 그에게 미스터리한 정치 컨설턴트 심여사(김희애)가 나타나 묘한 제안을 건넨다.

"레퍼런스를 찾아보려고 해도 비슷한 소재를 다룬 작품이 없어서 '얘도 참 기구하구나' 싶었어요. 뭘 참고하기보다 결국 제가 할 수밖에 없었는데 이런 게 더 재밌어요. 누구도 가보지 않은 삶이고 제가 하는 게 정답이 될 수 있으니까요. 오히려 상황 속에 스스로를 던져넣고 날 것 같은 리액션을 찾을 수 있었어요. 더군다나 저도 딸이 있어서 더 접근하기 쉬웠어요. '실제로 이만재 같은 상황에 처했다면 얼마나 환장하겠나' 싶은 마음이 절로 들더라고요. 그 다음엔 디테일을 많이 만들었어요. 재판 전, 후 그리고 끌려간 다음 내 심리는 뭔지 감정의 그래프를 최대한 정확하게 가져가려고 노력했어요."

빼앗긴 인생을 되찾으려는 이만재와 그를 이용할 전략을 세우는 심여사, 아버지를 잃고 복수의 기회를 노리며 이만재의 뒤를 밟는 공희주(이수경) 등 '데드맨' 속 등장인물들은 이름을 중심으로 엮여 각자의 목적을 위한 처절한 레이스를 펼친다. 세밀하게 얽힌 관계와 바지사장, 명의 거래 범죄 등 다소 생소한 소재를 다루면서도 '데드맨'이 집중력을 유지할 수 있었던 건 이들의 호연 덕분이다. 그중에서도 조진웅은 이름 때문에 인생을 잃은 남자의 절박한 사투를 촘촘한 연기로 채웠다. 메가폰의 센스도 빛났다. 지난 2006년 봉준호 감독 '괴물'의 공동 각본을 맡았던 하준원 감독은 첫 장편 연출이라는 사실을 믿기 어려울 만큼 섬세한 시선과 박진감 넘치는 템포로 참신한 범죄 추적극을 완성했다. 봉준호 감독은 최근 '데드맨' 팀과 GV를 이끌며 든든한 지원군으로 나서기도 했다.

"하 감독님은 현장에서 절대 화를 안 내는 분이었어요. 그렇게 상냥하게 '한 번만 더 가자'고 하는데 반항할 수도 없고요. 나이가 동갑이라 오히려 서로 더 격을 지켰던 것 같아요. 항상 제 연기의 가치를 높게 평가해주셨어요. 아는데 당하는 거죠.(웃음) 덕분에 더 신명 나게 연기할 수 있었고요. 현장에서 오래 일하신 분이라 신인이라는 느낌은 안 들었어요. 나중에 알고 보니 봉 감독님의 부사수였더라고요. GV 끝나고 다 같이 저녁 식사를 했는데 두 분이 좀 비슷한 것 같더라고요. 현장에서 테이크 많이 가는 건 닮은 것 같은데 서로 아니라고 해서 많이 웃었어요."

특히 적군과 아군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는 이만재, 심여사의 미묘한 관계는 '데드맨'을 끝까지 흡입력 있는 드라마로 만든 힘이었다. 조진웅이 극한 상황에 치달은 이만재의 굴곡을 유연한 연기로 그려낸 가운데, 김희애는 대범한 카리스마로 팽팽한 긴장감을 유지했다. 조진웅은 과감한 이미지 변신에 나선 김희애를 향해 "경이로웠다"며 존경심을 드러냈다.

"항상 TV 속에 존재하는 배우라고 생각했지, 저랑 같이 작업하는 순간은 상상할 수 없었죠. 늘 바쁘실 것 같고요. 근데 현장에서는 어려운 선배 느낌이 전혀 없었어요. 워낙 성격이 좋으시고 털털하시고 편안하게 만들어 주시니까요. 근데 막상 연기를 시작하면 심여사 카리스마에 응집된 에너지를 보여주시는 모습을 보고 상당히 놀랐어요. 현장에 계신 것만으로도 의미가 컸고 특별히 말씀하지 않아도 호흡에서 느껴지는 파워가 있었어요. '너 후배지? 나랑 연기하는 거야'가 아니라 '나 심여사고, 넌 이만재야'라고 판을 깔아두시니까 함께 하는 배우로서 편안했죠."

지난해 '대외비', 넷플릭스 '독전2', '데드맨'에 이어 '노 웨이 아웃' 출연까지 확정한 조진웅은 최근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작품 제작에 나서며 활동 폭을 또 한 번 확장했다. 지난 2021년 단편 '력사: 예고편'을 선보이며 감독으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준 그에게 연출과 제작을 향한 꿈은 현재진행형이다. 조진웅은 "아무도 이 이야기를 만들어 주지 않아서 직접 만들게 됐다. 정말 재밌을 것"이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예전부터 단편 영화 작업도 해봤지만 많은 사람들이 하나의 숏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는 게 감사하고 경이로워요. 아마 감독들은 다 똑같은 마음일 거예요. 아무리 힘들어도 현장에서 '춥다', '고단하다', '피곤하다' 이런 말이 절대 나올 수가 없어요. 제가 첫 영화 연출할 때 매일 밤 숙소에서 조감독이랑 울었어요. '이걸 위해서 다들 이렇게까지 한다고?' 하면서요. 디렉션 할 때도 무전기로 '컷' 하면 될 걸, 그게 건방져 보일까봐 막 뛰어가서 하게 되는 거예요. 다들 애쓰는 게 감사하니까요. 이번 작품도 정말 잘 만들 거예요."

 

스포츠한국 조은애 기자 eun@sportshankoo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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