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긴 동물이 점령한 섬…‘치명적 귀여움’에 반한 인간 관광객들 줄 잇죠 [여프라이즈]

신익수 기자(soo@mk.co.kr) 2024. 2. 17.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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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프라이즈 = 매주 수요일을 주목해 주십시오. 매일경제신문 신익수 여행전문기자가 매주 수요일 쇼킹한 여행 랭킹을 전합니다. 이름하여, 여행 서프라이즈 ‘여프라이즈’. 전세계를 깜짝 놀라게 할, 상상초월, 여행가 소식들이 총출동 합니다. 간혹 제목으로 낚시도 합니다. 과장도 있습니다. 뭐, 어떻습니까. 여행이라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가슴 설레는 일인데. 글이 마음에 드시면, 네이버 기자페이지 구독, 좋아요 잊지마시기 바랍니다.
돼지섬 영상 캡쳐
인간이 살아야하는 섬. 그런데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동물이 이 섬을 점령해 버린 것. 어떤 스토리가 있어서일까. 여행 서프라이즈, 여프라이즈. 이번 편은 동물이 ‘점령한 섬’ 베스트다. 더 놀라운 것. 동물이 점령한 섬, 여행지로 인간들이 방문한다는 것이다.

1. 돼지가 점령한 섬...바하마 ‘돼지섬’

ENA 예능 ‘주사위 한 번에 대륙이동-지구마불 세계여행’에 등장해 난리난 곳, 바하마 돼지섬이다. 바하마 초호화 리조트를 예약하며 ‘플렉스(FLEX) 여행’을 선언한 빠니보틀이 연이어 방문한 곳이 다름아닌 바하마의 대표 여행 스폿, 돼지섬. 치명적인 귀여움을 자랑하는 돼지들이 해변가로 몰려들자 3MC와 원지, 곽튜브는 감탄사를 쏟아낸다. 원지는 “강아지 같다”고 감탄하고, 곽튜브는 “돼지의 새로운 발견이다. 귀엽다”라며 놀라움을 표현한다.

돼지 낙원 바하마 돼지섬.
이 섬은 남미 휴양지 바하마의 섬 엑쥬마(Exuma)다. 야생 돼지들의 천국으로 불리는 곳. 어느새 이 섬을 점령한 돼지들은 바다에서 수영을 즐기면서 잡혀 먹을 걱정을 하기는커녕 관광객들이 주는 먹이를 받아먹고 산다.

돼지들이 해변을 달리고, 능숙한 솜씨로 수영도 한다. 수영에 지치면 일광욕도 하고 낮잠까지 때리신다. 남미 바하마 군도에 위치한 무인도 엑쥬마 섬은 그야말로 돼지들의 천국. 그렇다면 언제부터 이 섬에 돼지들이 몰려들었을까.

다양한 추측이 있다. 바하마 역사학자 코델 탐슨은 “카라비안 돼지들의 기원은 수백 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며 “콜럼버스가 두 번째로 이곳을 항해할 때 동물들을 데려왔다. 지나가던 뱃사람들이 식용으로 몇 마리를 풀어놓고 떠나면서 돼지들이 살게 된 게 아니겠냐는 추정이 있다”고 설명한다.

이 돼지섬이 확인 된 건 지난 2009년. 이후 세계적인 관광명소가 됐으니, 돼지 팔자, 정말이지 상팔자다.

대이동 중인 홍게.
2. 홍게가 차지한 크리스마스 섬

‘죽기 전에 무조건 봐야 할 자연 절경’. 어떤가. 이쯤되면 최고의 여행지가 아닐까. ‘홍게들이 사는 섬’으로 불리는 ‘붉은 크리스마스 섬’에 따라붙는 수식어다. 개체수만 무려 1억여 마리. 이 홍게들이 연중 한 시즌에 대거 이동까지하는 놀라운 절경을 볼 수 있는 곳, 인도양 동쪽에 있는 한 작은 섬, 크리스마스 섬이다.

크리스마스 섬은 인도네시아의 자카르타에서 남쪽으로 약 500㎞ 떨어진 곳에 있다. 오스트레일리아의 비자치령에 속한다. 이 섬의 전체 인구는 약 2000여 명. 그러니, 인간 수 보다 수백배 많은 홍게들이 이 섬을 점령한 거나 다름없다.

우기가 찾아오면 섬에 숨어살던 1억여 마리의 홍게들이 동시에 밖으로 튀어나온다. 수많은 홍게의 대이동에는 이유가 있다. 일 년에 한번, 우기인 10월과 11월 사이 홍게들은 산란을 위해 숲에서 모두 나와 바다로 향해 대거 이동하기 때문이다.

이들의 이동에 치명적인 것은 바로 로드킬이다. 지나가는 차에 의해 밟혀 희생된 홍게들이 수십 수백마리에 달한다. 이 때문에 홍게 이동시기에는 도로가 봉쇄되고 ‘게의 대이동으로 통행 금지’라는 전용 간판까지 만들어질 정도. 홍게 새끼들은 바다에서 자라면서 바위로 몰려가고 본능적으로 숲속으로 이동한다. 홍게들의 강인한 정신력을 과시하는 집단 현상이다. 숲은 홍게들로 활기가 넘쳐 붉은 숲이 형성되고 이 섬의 점령자가 된다.

그렇다면 왜 ‘붉은 크리스마스 섬’으로 불릴까. 유래가 흥미롭다. 크리스마스 당일에 발견됐기 때문이란다.

이 곳을 가려면? 직항 편은 없다. 다만 호주에서는 일주일에 3번 비행기가 뜬다. 크리스마스 섬은 스쿠버 다이빙이나 스노클링 등 해양 스포츠를 즐기는 스쿠버 족들에겐 최고의 명소로 꼽힌다.

휴식중인 물개.[사진=픽사베이]
3. 남아공 물게섬을 아시나요

남아공 케이프타운 하면 누구나 희망봉을 떠올린다. 케이프타운 최고 여행 명소는 높이 1085m의 테이블마운틴. 그 높은 산의 정상부가 테이블처럼 평평하다고 붙은 애칭이다. 정상부는 길이만 3km에 달한다.

이곳에선 케이프타운 시내는 물론이고 그 앞의 테이블만과 남쪽으로 뻗은 반도가 한 눈에 막힌다. 그 반도의 끝이, 그 유명한 희망봉이다.

테이블마운틴은 걸어서 가기도 하지만 대게는 케이블카로 간다. 케이블카는 올라가면서 360도 회전을 하므로 색다른 추억을 남길 수 있다.

케이프타운에서 멀지 않은 여행 명소가 볼더스비치다. 이곳이 유명세를 탄 건 순전히 두가지 동물 덕. 하나는 펭귄이다. 어라, 이상하지 않은가. 펭귄은 남극에만 사는데? 맞다. 이곳에선 아프리카 펭귄을 만날 수 있다. 이곳 펭귄은 자카드 펭귄이라 불린다. 서식지는 출입 통제. 다만 아주 가까운 곳에서 놀랍게도 열대 펭귄을 관찰할 수 있다.

펭귄 말고 또 하나 놀라운 동물이 물개다. 물개가 점령한 섬으로 불리는 ‘돌섬’이다. 돌섬은 케이프타운 인근 폴스베이에서 쾌속선으로 35분 정도 나가면 닿는다.

물개섬으로 불리는 이곳. 놀랍게도 무려 6만 여 마리 정도의 물개가 둥지를 트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전세계에서 유독 이곳에서만 볼 수 있는 장관인 셈. 아쉬운 건 파도가 심한 날엔 배가 운행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고양이섬.
4. 이제는 사라지는 일본 고양이섬

주민수 보다 고양이가 더 많아 고양이 섬으로 불리는 일본 오이타현 사이키시의 후카시마. 마을 주민수라 해 봐야 현재 15명선. 이 가운데 65세를 넘긴 노인 수가 10여명이다. 전후 약 200여명의 주민들이 살았지만 다수가 섬을 떠나면서 무인도로 전락할 위기에 까지 처한 것.

이 섬이 고양이 섬이 된 건 과거로 돌아간다. 마을 주민들이 섬 앞바다에서의 어업 수익, 연금, 그리고 기부금을 지원받아 고양이 90마리(현재 기준)를 돌봐주었는데, 이 고양이들이 새끼를 낳으면서 개체수가 급증한 것.

고양이. [사진=픽사베이]
고양이가 사람보다 많았던 탓에 관광지로 꼽히며 많은 사람이 이곳을 방문했지만 지금 고양이 세대가 수명( 야생에서 약 16년 정도)을 다하면 고양이 섬도 사라질 위기를 맞고 있다.

2014년에는 고양이 개체수가 30마리 대로 급감하면서 매스컴을 탄 적도 있다. 명확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주민들은 농약 성분의 파란 물질이 묻은 정체불명의 음식이 고양이를 죽게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을 낳았다고 전해진다.

결국 감당하기 어려워진 주민들은 남은 고양이를 대상으로 지난 2019년 부터 중성화 수술을 진행하고 있다. 섬 주민은 “앞으로 몇 년 더 지나면 고양이를 돌볼 수 있는 사람이 줄게 된다”며 “사료 등을 챙기지 못하면 고양이가 불행해진다. 중성화 수술이 대안이 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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