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시장 축소판이라더니…'커플팰리스', 스펙 말고 뭐가 있나[TF초점]

최수빈 2024. 2. 1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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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적인 조건 중요해…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냐

Mnet 예능프로그램 '커플팰리스'가 시청률 굴욕을 맛보고 있다. /Mnet

[더팩트ㅣ최수빈 인턴기자] Mnet의 굴욕이다. 나왔다 하면 성공 길을 걸었던 연애 프로그램과 서바이벌 강자 Mnet이 만났지만 첫 방송부터 시청률 0%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화제의 인플루언서부터 방송인까지 출연진 라인업은 타 프로그램에 비해 호화롭지만 시청자들의 반응은 냉랭하다.

지난달 30일 첫 방송한 '커플팰리스'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내 인연을 찾기 위해 커플 메이킹 플레이스 '커플팰리스' 입소를 향한 싱글 남녀 100인의 대규모 웨딩 프로젝트다. 다양한 매력의 싱글 남녀 100인이 각자 외모와 경제력, 라이프스타일, 예측할 수 없는 결혼의 조건 등을 가감 없이 드러내 평생을 함께하고 싶은 동반자 찾기에 나선다.

'커플팰리스'는 방영 전부터 화제를 모았다. 그도 그럴 것이 Mnet은 '프로듀스' 시리즈, '스트릿 우먼 파이터'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서 서바이벌 강자의 모습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게다가 '환승연애' '나는 SOLO(솔로)' 등 여러 연애 프로그램이 시청자들에게 꾸준히 사랑을 받는 만큼 서바이벌 강자 Mnet과 연애의 조합은 어떨지 궁금증을 자아냈다.

또한 연애 프로그램 사상 100인의 싱글남녀라는 역대급 스케일이 예고돼 관심을 모았다. 출연진 스펙도 치과의사·한의사부터 대기업 회사원, 아나운서, 연 매출 100억 이상의 자산가까지 각 분야에서 최고의 스펙을 자랑하는 능력자들이 총출동했다. 비주얼 뿐만 아니라 압도적인 스펙까지 갖춘 매력 남녀들의 등장으로 설렘을 배가시켰다.

'커플팰리스'가 결혼을 상업화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방송 화면 캡처

하지만 베일을 벗은 '커플팰리스'는 첫 방송 시청률 0.2%(닐슨코리아, 전국 유료 가구 기준)로 출발했다. 지난 13일 방송된 3회는 0.5%로 소폭 상승했지만 여전히 0%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물론 시청률이 전부는 아니다. '커플팰리스'는 아직 3회밖에 진행되지 않았을뿐더러 요즘은 TV보다 OTT, 유튜브와 같은 매체를 통해 프로그램을 많이 접하기 때문이다. '커플팰리스'의 문제는 시청률에 있지 않다.

일각에서는 결혼이란 진중한 소재를 서바이벌로 상업화하는 것에 몰두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본격적인 서바이벌을 시작하기 전인 1라운드 '맨스 스피드 트레인'에서는 남자들의 결혼의 조건과 스펙, 외모를 공개했으며 2라운드 '레이디스 스피드 트레인'에서는 여자들의 스펙 등을 공개하는 것이 시작이다.

이들은 각각 꿈꾸는 배우자 혹은 결혼의 조건을 밝혔다. 허나 이 과정에서 일부 출연진은 "아이 4명 낳아달라" "남사친은 싫다. 위험한 내 직업 이해해달라" 등의 상대방을 배려하지 않는 발언이 나와 논란이 됐다. "20마리 개와 함께하길 원한다"는 출연자는 급격히 표 수가 하락했지만 '집과 혼수가 준비된 펫 사업가'라는 스펙이 밝혀지자 다시 호감도가 상승하기도 했다.

'커플팰리스'는 방송 내내 이런 식의 연출을 보여준다. 네티즌들은 "저런 조건을 맞춰야 결혼할 수 있다는 게 맞는 건가" "결국 스펙이 좋아야 결혼한다는 건가"라는 반응을 보였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커플팰리스'가 좋은 방송의 모습인가 싶은 생각이 든다"고 지적했다. /방송 화면 캡처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더팩트>에 "'커플팰리스'는 결혼할 때 현실적인 조건들이 중요하다는 뉘앙스를 계속 풍긴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그 스펙들이 모든 걸 대변하는 건 무리가 있지 않나"라며 "현실적인 조건들이 필요하기는 하지만 모두가 연애와 결혼에 있어서 그런 식으로 생각한다는 걸 적나라하게 보여준 게 과연 어떤 의미가 있나 싶다"라고 지적했다.

또 "연애할 때 서로가 함께 대화를 나누고 감정을 느끼는 과정들이 중요한데 '커플팰리스'에서는 이런 부분이 대거 생략된다. 그러다 보니 스펙을 강조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며 "조건 보고 '정략결혼' 하듯이 비춰지고 있는 것 같다. 이 점이 방송 프로그램의 어떤 자극성을 만들기는 하지만 실제로 좋은 방송의 모습인가 싶은 생각이 들기는 한다"고 덧붙였다.

이어 "'커플팰리스'는 시청률 0%대로 출발했다. 여타 프로그램을 봤을 때 0%대로 출발하더라도 프로그램이 괜찮으면 점차 상승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커플팰리스' 시청률이 오르지 않는 이유는 결국 시청자들도 프로그램에 깊게 공감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볼 수 있다"고 꼬집었다.

프로그램 취지 자체는 결혼을 상업화한 것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커플팰리스'를 바라보는 시청자들의 반응은 차갑다. 제작진의 스펙을 강조한 연출과 구성은 그런 비판에 힘을 싣는다. 2030 혼인율도 현저히 낮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 '커플팰리스'가 어떠한 이야기를 보여줄지 이목이 집중된다.

'커플팰리스'는 매주 화요일 오후 10시 방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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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부 | ssent@tf.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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