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셋값 슬금슬금 오르는데... 정부, '임대 2법' 이러지도 저러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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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전셋값이 가파르게 뛰자, 계약갱신청구권을 소진한 이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계약갱신청구권을 쓰고 다시 재계약을 앞둔 이들은 전셋값을 상당히 올려줄 수밖에 없는 처지다.
4년 전 6억7,000만 원(2019년 8월)에 최초 전세 계약한 뒤 2021년 8월 계약갱신청구권으로 7억350만 원(5% 인상)에 한 차례 갱신했다가 재계약 시점에 현 시세에 맞춰 전셋값을 24%나 올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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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갱신권 소진 뒤 24% 올려 재계약
정부 폐지 외쳤지만 개선안 쉽잖은 상황
최근 전셋값이 가파르게 뛰자, 계약갱신청구권을 소진한 이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시세에 맞게 재계약하려면 전셋값을 많게는 20% 넘게 올려줘야 하기 때문이다. 사실상 4년 치 전셋값 상승률이 한 번에 반영되는 셈이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 7개월째 상승
하락세인 아파트 매맷값과 달리 전셋값은 상승 추세가 뚜렷하다. KB부동산 통계를 보면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해 6월부터 오름세로 돌아서 지난달까지 2.65% 올랐다. 물론 부산(-1.1%), 대구(-1.82%), 울산(-2.09%) 등 지역별 온도 차는 큰 상황이다.
그럼에도 주요 기관은 올해 전국적인 아파트 전셋값 강세를 전망하고 있다. 시장 침체로 매매 대기 수요가 대거 아파트 전세시장으로 유입되는 흐름이기 때문이다. 특히 올 아파트 입주 물량(1만9,635가구)이 수요(4만8,112가구)에 한참 못 미칠 것으로 예상되는 서울은 전셋값 상승 압력이 강하다. 정부의 의대 정원 발표 영향으로 유명 학군 지역 인근 아파트 전셋값도 들썩이고 있다.
여기에 더해 시장에선 올해 도입 4년 차를 맞는 '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이 전셋값을 다시 밀어 올리는 기폭제가 되는 건 아닌지 예의 주시하고 있다. 실제 임대 2법이 시행된 2020년 8월부터 2022년 6월까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22%(전국 19%)나 뛰었다. 집주인이 4년간 세를 올리지 못할 것으로 보고 시세보다 훨씬 높게 전세를 놓은 여파였다.
전세 재계약 때 24% 인상
계약갱신청구권을 쓰고 다시 재계약을 앞둔 이들은 전셋값을 상당히 올려줄 수밖에 없는 처지다. 2020년 7월 송파구 헬리오시티 전용면적 59㎡를 7억8,000만 원에 전세 계약한 이는 2년 뒤인 2022년 7월 계약갱신청구권으로 5%만 올려 8억1,900만 원에 갱신 계약했다. 올해 7월 재계약 시점엔 지금 시세대로라면 적어도 1억 원 넘게 올려줘야 한다.
같은 단지에선 지난해 8월 8억7,000만 원에 재계약한 사례가 있다. 4년 전 6억7,000만 원(2019년 8월)에 최초 전세 계약한 뒤 2021년 8월 계약갱신청구권으로 7억350만 원(5% 인상)에 한 차례 갱신했다가 재계약 시점에 현 시세에 맞춰 전셋값을 24%나 올려줬다. 세입자로선 4년 치 전셋값을 한 번에 올려준 셈이다.
이처럼 계약갱신청구권은 양날의 검인 측면이 있다. 특히 역전세가 기승을 부렸던 지난해 중순엔 전세 계약을 갱신하자마자 근처 싼 전셋집으로 이사 간다며 전세금을 빼달라는 세입자가 급증하면서 집주인의 전세금 반환 문제가 대두된 바 있다. 세입자에게 언제든지 계약을 해지할 수 있는 '갱신계약해지권'까지 부여하고 있기 때문에 빚어진 현상이다.
이런 우려 탓에 정부도 지난해 폐지까지 거론하며 대대적인 정책 변화를 예고했다. 그런데 최근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이 "다시 (법 개정 이전으로) 되돌아갈지는 고민해 봐야 한다"고 언급하는 등 정책 순위에서 밀렸다. 국토부는 올해 1월 결론지으려 했던 임대 2법 관련 연구용역도 3개월 연장했다. 제도가 이미 시장에 뿌리내려 개선안 도출이 쉽지 않다는 게 국토부 내부의 고민이다.
박덕배 금융의창 대표는 "제도 자체를 없애면 다시 한번 시장 혼란이 생길 수밖에 없다"며 "갱신계약해지권처럼 부작용을 빚은 조항부터 손질하는 게 우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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