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엔튜닝] 동물도 박자를 탄다고?

이지혜 기자 2024. 2. 17.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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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도서가 = 북에디터 정선영] “다음 칼럼 주제로 음악의 3요소에 대해서 써보는 건 어때요? 리듬, 멜로디, 하모니 어느 하나 수월하게 못한다.”

기타 선생님 말이다. 매우 약이 올랐지만 반박의 여지가 없다.

기타를 배운 지 어언 1년. 사실 가장 답답한 사람은 나다. 하루가 멀다하고 왜 못하냐며 스스로 채근한다. 가장 큰 문제는 리듬이다. 칼럼에도 여러 번 썼지만 나는 기타만 잡으면 리듬 감각이 현저히 떨어진다. 입으로 박자를 세거나 발을 굴러보아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입 따로 손 따로 발 따로, 아수라장이 되고 만다. 대체 이 박자와 리듬이 무엇이기에 나를 이렇게 힘들게 할까.

누가 북에디터 아니랄까 봐 나는 궁금한 게 생기면 일단 책부터 찾고 본다. 최근 내 궁금증에 답을 줄 책을 찾았다. 제목은 <음악, 밀당의 기술>, 이미경 음악교육학 교수가 쓴 이 책은 음악에서 시간을 구성하는 요소인 박자와 리듬을 심리학적, 사회학적, 생물학적, 진화학적 등 관점에서 살펴본다.

먼저 박자와 리듬의 개념부터 정리해보자. 책에 따르면 “보통 우리가 음악을 들을 때 박과 리듬의 인지는 동시에 일어난다.” 그러나 음악적으로는 다른 개념이다. “리듬은 음의 길고 짧음을 의미하는데, 뒤에 나오는 음과 비교한 상대적 길이의 차이라 할 수 있다. 박자란 박, 즉 음악적 문맥에서 느껴지는 규칙적 진동의 모임이다.” 이제야 조금은 이해되는 듯하다.

음악에서 박은 여러 층위에서 발생하는 구조를 재빠르게 구조화해야 하는데, 박치는 이 박의 인지와 박에 맞춰 행동하는 데 결함이 있는 경우다. 박치는 대체로 음을 지각하는 데는 문제가 없으며, 음악이 아닌 다른 리듬적 행동에서는 심각한 결함이 없다.

또한 박치는 “거의 대부분의 음악에서 박을 찾는 것에 큰 어려움을 겪었으나 메트로놈에 반응하는 것은 가능했고 말의 리듬을 따라하는 것에도 전혀 문제가 없었다. 다만 속도가 변하거나 방해가 발생했을 때 다시 적응하는 데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했다.”

놀라운 것은 앵무새나 바다사자 같은 동물도 리듬에서 박을 추출하고 거기에 자신의 행동을 맞출 수 있다는 점이다. 세상에, 동물도 하는 일을 나는 왜...

생후 2~3일 된 아기도 박을 느끼고 이런 규칙적 박을 선호한다고 한다. 말하자면 타고나는 것인데, 그렇다고 바로 박에 맞추어 행동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양육과 성장 과정에서 훈련을 받아야 한다. “음악의 박에 행동을 정확하게 맞추는 능력은 일반적으로 4세가 되기 전에는 나타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다.”

이런 나의 탐구 정신에 기타 선생님이 무슨 말을 할지 뻔하다. “그럴 시간에 연습하세요.”

아무튼 박치 혹은 리듬치에 대한 나의 궁금증은 어느 정도 해소되었다. 그런다고 내 리듬 감각이 갑자기 좋아질 리 만무하지만, 궁금증이 풀렸으니 연습에 좀 더 집중할 수 있을 것 같다.

다음에는 해부학 책을 좀 볼까. 최근 손가락이 잘 안 벌어져 지판을 넓게 잡지 못하는 내 왼손의 가동범위가 궁금해졌으니 말이다.

|정선영 북에디터. 마흔이 넘은 어느 날 취미로 기타를 시작했다. 환갑에 버스킹을 하는 게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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