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3가지 악습’ 응축된 고발사주, 윤석열·한동훈 비겁한 침묵 [논썰]

박용현 기자 2024. 2. 16.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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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역사상 ‘최악의 사건’, 기획·지시자는 누구인가

그동안 검찰이 비판의 도마에 오른 사건은 무수히 많았습니다. 그런데 저는 개인적으로 이번에 유죄 판결이 내려진 ‘고발사주’ 사건이야말로 검찰 역사상 ‘가장 나쁜 짓’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치적 중립 위반, 권력의 사유화, 제 식구 감싸기. 이 세가지 검찰의 악폐가 가장 노골적인 형태로 한 데 응축돼 있기 때문입니다. 이 사건을 제대로 규명해 단죄하지 못한다면 검찰의 존재 이유는 송두리째 부정될 것입니다. 왜 그런지 하나씩 짚어보겠습니다.

1. 정치검찰의 끝판왕

이젠 ‘정치검찰’이라는 말이 하나의 보통명사로 취급될 정도입니다. 현 정부 들어서는 정권과 검찰이 한 몸이 됐다는 평가마저 받습니다. 그런데 고발사주는 정치검찰이라는 말로도 충분히 담아낼 수 없을 정도의 국기문란 범죄입니다. 아예 검찰이기를 포기한 행동입니다.

이번 법원 판결문에 명시됐듯, 고발사주는 검찰이 2020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선거에 영향을 끼치기 위해 특정 정당(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에 고발장을 만들어 전달한 사건입니다. 미래통합당이 전달받은 고발장으로 고발을 하면 검찰이 수사에 나서고, 고발장대로 수사 결론을 내리는 시나리오였을 것입니다. 검찰이 북치고 장구치고 다 하면서 수사권을 이용해 특정 정당에 유리한 국면을 만들려고 한 것입니다. 중립적이고 공정한 수사라는 근본 원칙을 어기는 데서 훨씬 더 나아가, 편파·불공정 수사를 자체 기획한 셈입니다. 그러니 검찰이기를 포기했다고 할 수밖에 없습니다.

기막힌 장면…고발사주 직전 윤석열 검찰총장이 한 말

여기에 기막힌 장면이 하나 있습니다. 고발사주가 감행되기 두달쯤 전이죠, 2020년 2월10일 대검찰청에서 4·15 총선에 대비한 전국 지검장 및 선거담당 부장검사 회의가 열립니다.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의 말입니다.

“검찰에게 정치적 중립은 생명과도 같은 것이어서 검사가 정치적으로 편향된 것은 부패한 것과 같다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선거 범죄에 대한 엄정한 수사는 정치의 영역에 있어 공정한 경쟁 질서를 확립하는 것으로 우리 헌법 체제의 핵심인 자유민주주의 본질을 지키는 일입니다.”

또 당시 검찰은 ‘울산시장 선거 개입’ 사건을 수사하면서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를 겨누고 있었습니다. 겉으로는 선거 범죄를 엄단하는 공정한 검찰 행세를 하면서 속으로는 검찰 스스로 선거 범죄나 다름없는 일을 저지르고 있었던 것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말에 대입하면, 당시 검찰은 부패했고 헌법의 핵심인 자유민주주의를 훼손한 것입니다.

이제 고발사주가 법원 판결로 확인된 만큼 윤 대통령은 자신이 검찰총장일 때 벌어진 이 심각한 범죄에 대해 입장 표명이 있어야 합니다. 최소한 지휘권자로서 철저한 반성과 사죄를 해야 합니다.

대선 때는 “괴문서” 되레 큰소리, 국민 속인 것

윤 대통령이 사과해야 할 이유는 또 있습니다. 이듬해인 2021년 9월 고발사주가 언론보도를 통해 폭로되자 당시 대선주자였던 윤 대통령은 기자회견을 열어 ‘정치공작’이라고 되레 큰소리를 쳤습니다.

“번번이 선거 때마다 이런 식의 공작과 선동을 가지고 선거를 치르려고 해서 되겠냐 하는 한심스러운 생각이 들어서 오늘 제가 여러분 앞에 섰습니다. 의원들도 면책특권 뒤에 숨지 말고 좀 신뢰성 있는 사람을 통해서 문제를 제기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런 괴문서를 가지고 국민들을 혼동에 빠뜨리고….”

(2021년 9월8일 기자회견)

고발사주 사건의 공익제보자인 조성은씨는 이 장면을 본 뒤 자신의 신원을 밝히고 적극 나서기로 결심했다고 합니다.

“너무 웃긴 거예요. 얼마나 급했으면 뛰쳐나와서 괴문서라고 하겠어요. 저는 증거를 다 보고 있으니까 이 짓을 했던 사람이 검찰총장이라고 사실 믿기지 않았는데 뛰쳐나와서 손가락질 하는 것 보고 제가 맞서서 끝까지 싸워야겠다고 생각을 했고 이틀 뒤에 방송에 나가게 된 거예요.”

(2월2일 뉴스토마토 ‘노영희의 뉴스IN사이다’)

국민을 혼란에 빠뜨린 건 제보자나 언론이 아니라 윤 대통령이었습니다. 선거 기간에는 잡아떼고 넘어가는 게 상책이라고 여겼을 수 있지만, 결과적으로 국민을 속인 셈입니다. 유죄 판결이 난 만큼 국민 앞에 사과해야 할 대목입니다.

그리고 여기에서 더 큰 의문이 생깁니다. 고발사주가 이뤄질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은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을까요? 괴문서라고 잡아뗄 당시에도 모르고 있었을까요? 이 문제는 다음 주제와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2. 권력의 사유화

고발사주가 이뤄지기 직전인 2020년 3월 검찰에서는 또다른 심각한 비행이 저질러지고 있었습니다.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의 장모 최은순씨의 범죄 혐의를 비호하는 내용의 문건이 대검찰청에서 작성된 것입니다. 권순정 당시 대검 대변인이 이 문건을 적극 전파한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검찰총장의 장모가 저지른 범죄, 더구나 당시 검찰이 수사 중이던 사안에 대해 대검이 이런 문건을 만들어 전파하면 수사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검찰 조직이 검찰총장 개인의 변호사 역할을 하고, 나아가 검찰총장의 위세를 이용해 가족 관련 수사에 영향을 끼친 셈이 됩니다.

대검, 3월엔 ‘장모 비호 문건’ 4월엔 ‘고발사주’

‘권력 사유화’의 표본입니다. 검사는 국민으로부터 수사·기소권을 위임받은 공복입니다. 법치와 정의를 위해 사용하라고 막강한 권한을 준 것입니다. 그것을 자신의 가족 범죄를 비호하기 위해 사용한 것은 권력남용의 극치입니다. 비유하자면, 국민이 나랏일을 위해 쓰라고 낸 세금을 공직자가 자기 주머니에 넣은 것과 똑같습니다. 아주 질이 나쁜 범죄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후 대선 때도 ‘장모는 남에게 10원 한 장 피해를 준 적 없다’며 장모 최씨를 옹호했습니다. 그러나 최씨는 지난해 11월 ‘은행통장 잔고 위조’ 혐의에 대해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았습니다. 이 역시 국민한테 거짓말을 한 것입니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한마디 사과도 없습니다.

이것만으로도 엄청난 사건인데, 고발사주는 그 확대판입니다. 검찰이 만들어 국민의힘에 전달한 고발장에는 피해자가 윤석열, 김건희, 한동훈으로 적시돼 있습니다. 당시는 김건희 여사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으로,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검언 유착’ 사건으로 도마에 오르고 있던 시기입니다. 고발장은 김 여사나 한 위원장은 혐의가 없고 따라서 이들에 대한 의혹 제기는 근거없는 명예훼손이라는 취지로 작성됐습니다.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의 부인과 최측근 검사의 혐의를 벗겨주는 내용의 고발장입니다. 고발 대상은 이런 의혹을 제기한 이들로,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연루 의혹 등을 보도한 언론인까지 포함돼 있습니다. 수사를 통해 보복을 하겠다는 의도마저 느껴집니다.

이렇게 검찰이 해서는 안 되는 고발사주를 했는데, 그 고발장 내용조차 검찰총장 가족·측근을 비호하는 취지입니다. 권력 사유화가 극에 달한 사례입니다. 이 때문에 고발사주에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위원장이 개입하지 않았느냐는 의문이 더욱 커집니다.

“검찰총장 지시·승인 없이 이뤄졌을 가능성 제로”

우선, 고발장을 전달한 혐의로 이번에 징역 1년을 선고받은 손준성 검사장은 당시 ‘검찰총장의 눈과 귀’로 불리는 최측근 간부인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이었습니다. 상관인 윤석열 검찰총장과 그 부인, 한동훈 당시 검사장 등을 피해자로 하는 고발장을 만들면서 당사자들과 상의하지 않았다는 것은 상식과 맞지 않습니다. 당시 대검 감찰부장을 지낸 한동수 변호사의 이야기입니다.

“대검에 조금이라도 근무해본 사람이라면 검찰총장 지시 내지는 승인 없이 손준성 검사가 이렇게 위험한 일을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고발장에 윤석열과 그 부인 김건희, 또한 한동훈 검사가 피해자로 적시가 돼 있지 않습니까? 수사정보정책관은 직제상으로는 대검 차장검사 밑에 있지만 (검찰총장에게) 직보하는 관계거든요, 매일 아침에. 대검 부장들보다 앞서서 대변인하고 수사정보정책관은 직보하는 체계로 보고체계가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런 위험한 일을 혼자 독자적인 판단에서 임의로 작성해서, 더군다나 정당에 이런 고발장을 접수했을 가능성은 제로에 가깝다고 봅니다.”

(2월5일 ‘최경영의 정치본색’)

다음으로 더욱 결정적인 이유가 있습니다. 윤 대통령, 한동훈 위원장, 손준성 검사장, 권순정 당시 대검 대변인이 고발사주 직전 이례적으로 많은 연락을 주고받은 정황이 드러나 있습니다.

고발사주 전날 한동훈이 단톡방에 올린 사진 60장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결정문’과 공수처의 불기소 통지서 등을 보면, 한 위원장과 손 검사장, 권순정 당시 대변인이 참가한 카카오톡 단톡방 대화 및 한 위원장과 손 검사장 사이 대화가 고발장 전달 사흘 전인 3월31일 93회, 4월1일 66회, 4월2일 138회 등으로 급증했습니다. 특히 고발장 전달 전날, 한 위원장은 고발사주 관련 자료로 추정되는 사진 60장을 이 단체 대화방에 올리기도 했습니다. 어떤 사진들인지 참 궁금합니다. 한 위원장은 당시 부산고검에 근무하고 있었는데 대검 간부들과 이렇게 많은 연락을 취했다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습니다. 당시 윤석열 검찰총장과 한동훈 검사장도 4월1일 12회, 2일 17회나 전화통화를 했습니다. 또 이 시기에 한동훈 위원장과 김건희 여사가 4개월 동안 9차례 통화하고, 3개월간 332차례 카톡을 주고받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뉴스타파 보도를 보면, 고발사주 실행 나흘 전에는 윤석열 검찰총장과 손준성 수사정보정책관이 오찬을 함께 했고, 고발사주 바로 전날에는 윤석열 검찰총장과 권순정 대변인이 오찬을 했습니다.

그런데도 윤 대통령이나 한 위원장은 고발사주가 진행될 때 정말 아무 것도 모르고 있었을까요? 고발사주가 윗선의 개입이나 승인 없이 이뤄졌다는 것은 도무지 상상할 수 없는 일입니다. 그렇기에 이런 추론까지 나옵니다.

한동수 “이게 한동훈 검사(가 고발장을 작성했을) 가능성도 있다는 추론을 했습니다. 당시 열리지 않은 카톡 단톡방, 수많은 통화 회수들, 이례적으로 그 시기에 집중되잖아요. 이 과정에 합리적 의심이 든다.”

진행자 “사실상 이 고발장은 한동훈 당시 검사….”

한동수 “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 부분에 대해 재수사가 필요하다는 거죠.”

진행자 “(한동훈 위원장이) 당시 카톡을 주고받은 것은 김건희 여사 아니었나요?”

한동수 “그 기획을 누가 했을까? 머리, 가슴, 손, 발 등을 생각하면 머리는 누구였을까? 생각하면 그 피해자 중 일부인 김건희씨를 살펴볼 지점들이 있는 거죠.”

(2월13일 ‘장윤선의 취재편의점’)

한동훈 위원장 역시 윤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고발사주 유죄 판결 이후 보름이 지나도록 아무런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습니다. 두 사람의 개입 여부에 대해선 제대로 수사가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앞으로 철저히 진상이 규명돼야 할 핵심적인 의혹 지점입니다.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은 이밖에도 이 사건과 관련해 직접적으로 책임져야 할 일이 있습니다.

3. 더러운 손 감싸기

이번에 징역 1년을 선고받은 손준성 검사장은 앞서 재판이 진행 중이던 지난해 4월 대검찰청 감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습니다. 이후 9월에는 ‘검찰의 꽃’이라고 하는 검사장으로 승진까지 했습니다.

전형적인 ‘제 식구 감싸기’입니다. 저는 ‘제 식구 감싸기’라는 말 대신 ‘더러운 손 감싸기’라는 표현을 쓰자고 제안합니다. 수술하는 의사의 손이 더러워서는 안 되듯이 범죄를 수사하는 검찰은 스스로 깨끗한 손을 가져야 하는데, 비리와 범죄를 저지른 검사를 감싸는 행위는 그 더러운 손으로 수사하는 것을 용인하는 행위이기 때문입니다. 검사 비위를 엄격하게 다루겠다고 공언했던 이원석 검찰총장도 ‘더러운 손 감싸기’에서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고발사주는 검찰의 ‘깨진 유리창’…방치하면 범죄 소굴 될 것

또 하나의 웃지 못할 장면입니다. 이원석 검찰총장은 지난 5일 대검찰청에서 열린 전국 선거전담 부장검사 회의에서 “깨진 유리창을 그대로 놓아두고 방치하면 절도나 파괴와 같은 더 큰 범죄로 점차 악화되는 현상을 범죄학에서는 ‘깨진 유리창 이론'이라고 부른다”며 선거범죄에 초기부터 철저히 대응하라고 주문했습니다. 서울중앙지검은 이튿날 선거 관련 중점 단속대상 범죄에 대해 신속하고 엄정하게 대응하기로 했는데, 그 대상에 ‘공무원의 선거개입’이 포함돼 있습니다.

유체이탈이라고 해야 할까요. 검찰이 직접 선거에 개입한 국기문란 범죄를 무혐의 처분하고 그 장본인을 승진까지 시켜놓고선, 무슨 선거범죄를 엄단하겠다는 것인지 말문이 막힙니다. 고발사주는 검찰의 ‘깨진 유리창’입니다. 이것을 방치한다면 ‘깨진 유리창 이론’에 따라 검찰은 더 큰 범죄의 소굴이 될지도 모릅니다.

조성은 “무혐의 하고 했던 그 과정들 다 위법하거든요. 어떻게 보면 고발사주 사건보다 ‘은폐사주’가 더 심각한 범죄라고 생각합니다. 대검찰청이 조직적으로 은폐하려고 허위 공문서를 작성하고 허위 처분을 했기 때문에 이런 것까지도 다 수사할 수 있도록 제가 2라운드를 한번 해봐야 되지 않을까, 그런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2월2일 뉴스토마토 ‘노영희의 뉴스IN사이다’)

공익제보자 조성은씨의 말처럼 검찰이 이 사건을 축소하고 은폐한 과정도 철저히 규명돼야 합니다. 특히 손 검사장 승진은 인사권자인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전 법무부 장관이 직접 책임져야 할 부분입니다.

풀리지 않는 의문들, 재수사·특검으로 밝혀야

고발사주 유죄 판결 이후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에 대한 고발도 잇따르고 있습니다.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 “당시 범행에 따라서 이익을 본, 이익을 볼 수밖에 없는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과 한동훈 당시 검사장에 대해서도 공범으로 수사해달라는 고발을 하기에 이르렀습니다.”(2월7일)

고발사주 사건은 손준성 검사장에 대한 유죄 판결에도 불구하고 풀리지 않는 의문점이 너무 많습니다. 이대로 묻기에는 사안이 너무 중차대합니다. 재수사를 통해, 그것이 안 되면 특검을 통해서라도 반드시 밝혀야 합니다. 논썰이 계속 주시하도록 하겠습니다.

기획·출연 박용현 논설위원 piao@hani.co.kr

연출·편집 조소영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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