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승아의 두 번째 결혼에 실망한 까닭('세 번째 결혼')

박생강 칼럼니스트 2024. 2. 16.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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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근히 고급스럽던 ‘세 번째 결혼’, 더 강력한 사이다를 원합니다

[엔터미디어=소설가 박생강의 옆구리tv] 평일 저녁 일일드라마에서는 참치통조림과 설탕을 잔뜩 넣은 김치찌개 맛이 난다. 달고, 짜고, 맵다. 하지만 평범한 저녁 식탁에 이만한 요리는 없다. 김치찌개 끓일 시간이 없는 사람들은 그래서 대신 저녁 7시의 일일드라마를 보면서 밥을 먹는다.

MBC <세 번째 결혼> 역시 달고, 짜고, 매운 다른 일일극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주인공 정다정(오승아)은 악녀의 양념을 잔뜩 집어넣은 소시오패스 친구 강세란(오세영)에 의해 인생의 나락으로 떨어진다. 강세란은 정다정의 빛 좋은 바보 남편 백상철(문지후)과 불륜으로 임신하고, 뒤늦게 찾은 다정한 정다정의 친부 신덕수를 죽음으로 몰아넣으며, 자신의 핏줄이지만 정다정이 친딸로 알고 키운 송이 역시 죽음에 이르게 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여기에 강세란은 자신의 범죄 행각의 증거를 잡은 정다정을 절벽에서 밀어 떨어뜨리기까지 한다.

큰 줄거리를 보면 <세 번째 결혼>은 흔한 막장 일일극의 절차를 충실하게 반복한다. 착한 여주인공과 못된 악녀의 대립, 출생의 비밀. 여기에 여주인공을 위해 나타나는 흑기사까지 고루 갖추고 있다.

그런 이유에서인지 <세 번째 결혼>은 방송 초기에는 큰 화제를 모으지는 못했다. 비슷비슷한 결의 일일극이란 오해를 사기 딱 좋았다. 게다가 배우 안내상과 일일극 악역의 단골 배우 오승아를 제외하고는 눈에 들어오는 주연급 배우들도 거의 없었다. 하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세 번째 결혼>은 평범한 일일극과 다른 존재감 있는 일일극의 매력을 보여줬다.

일단 계속해서 강세란의 고구마 악행이 계속되지만 그럼에도 이야기 전개는 늘어지는 느낌이 없었다. 짠맛, 단맛, 매운맛을 섞어가며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 맛이 있었다. 여기에 은근히 고급스러운 느낌도 있었는데, 그건 바로 정다정과 왕요한(윤선우)이 그려내는 로맨스 덕이었다.

이 두 주인공은 진중하고 우아한 기품이 있는 남녀로 설정되어 있다. 드림식품 본부장 왕요한은 기품은 있지만 허세 없고 진중한 매력을 가진 돌싱남이다. 정다정 역시 단아하고 올곧은 성품에 진중한 인물로 설정되어 있다. 단 정다정은 어린 시절의 삶이 박복했고 소시오패스 친구와 어벙한 남편을 옆에 두어 인생에 풍파가 많다.

정다정이 그녀가 지키려 했던 소중한 가정이 깨어진 후, 그녀 곁에서 위로가 된 사람이 바로 왕요한이었다. 그런데 두 사람은 서로 선을 넘지 않으며 조심스럽게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는 식으로 사랑의 감정을 키워간다. 이 우아하고 느릿한 로맨스는 일일극 특유의 정서와는 거리가 멀지만, 오히려 <세 번째 결혼>이 좀 더 있어 보이는 드라마도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했다.

당연히 시청자들은 정다정의 마지막 결혼은 왕요한과 함께 진짜 행복을 찾아가는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 드라마의 제목은 <세 번째 결혼> 아닌가? 그렇다면 정다정이 한 번 더 하는 두 번째 결혼은 어떤 결혼일지 호기심이 일었다. 그 궁금증 역시 <세 번째 결혼>을 보게 하는 동력이었다.

그리고 큰 사고로 부상을 입은 정다정이 강세란 앞에 나타난 후 <세 번째 결혼>의 두 번째 결혼이 무엇인지 시청자는 알게 되었다. 바로 정다정의 친모이지만 서로가 모녀 사이인 것을 모르는 민해일의 전남편 왕제국(전노민) 회장이 그 주인공이었다. 정다정이 왕제국 회장의 새 부인으로 등장하면서, 왕제국의 며느리 자리를 꿰찬 강세란은 위기에 몰린다.

하지만 위기에 몰린 강세란과 달리 그간 <세 번째 결혼>을 지켜본 시청자들은 '경악'할 수밖에 없었다. 결국 자신의 친모의 전남편과의 결혼이라니? 하지만 그보다 더 뜨악한 건 이제 시어머니로 변해 강세란을 쥐어뜯을 것 같던 정다정의 악행이었다. 정다정이 뜨거운 맛을 보여주겠다고 했지만 겨우 팥죽 끓여라, 그러다가 팥알 던지고 족집게로 팥알 주워라, 하는 식의 악행이 이어진 것이다. 아니, 묵묵한 성격에도 화가 나면 생고등어 따귀 때렸던 그 정다정은 어디 간 것일까?

<세 번째 결혼>은 일단 시청자가 생각지도 못한 두 번째 결혼으로 주목을 끌기는 했다. 하지만 정다정의 시어머니 변신 반격이 아직은 그리 시원한 느낌은 아니다. 그 점이 아쉽다. 사이다는 아니어도 동치미 정도의 시원함은 좀 있어줘야 할 것 같은데 말이다.

칼럼니스트 박생강 pillgoo9@gmail.com

[사진=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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