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띵플리] 4. 조니 미첼 - Both Sides Now

jayd 2024. 2. 16.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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띵플리. 국내외 ‘띵곡(명곡)’들 속 이야기와 가사를 통해 생각(Think)거리를 선물하는 ‘플레이리스트’. 계절이나 사회 이슈 등에 맞는 다양한 곡을 선정, 음악에 얽힌 이야기나 가사 등과 함께 추천합니다. 음악은 시대의 감정을 반영하는 거울입니다. 장르와 시대, 국가를 가리지 않고 최신 팝 음악부터 숨겨진 명곡까지 다양한 음악 메뉴를 내놓겠습니다. 역사를 관통하는 대중문화의 역사와 흐름도 엿볼 수 있도록 구성할 계획입니다. 독자들과 함께하는 오프라인 청음회도 열 예정입니다. 띵플리 네번째 시간, 캐나다 출신 여성 포크 싱어송라이터 조니 미첼(Joni Mitchell)과 함께 합니다.

“양쪽을 봐”… 80대 포크 대모가 읊조린 이야기

4. 조니 미첼(Joni Mitchell)- Both Sides Now

▲ 조니 미첼이 1969년에 발매한 앨범 ‘Clouds’ 재킷. ‘Both SIdes Now’가 수록돼 있다.

2024 그래미 시상식. 조니 미첼이 무대에 올랐다. 1943년생인 이 노가수는 느릿느릿 자신의 히트곡 ‘Both Sides Now’를 부르기 시작했다. 캐나다 앨버타 출신의 싱어송라이터 조니미첼은 이렇게 오랜만에 다시 우리 기억 속으로 들어왔다.(1993년 한석규의 빈폴 광고 대사처럼)

Rows and floes of angel hair(줄지어 떠다니는 천사의 머리카락)

And ice cream castles in the air(공중에 떠있는 아이스크림 성)

And feather canyons everywhere(곳곳에 있는 깃털로 된 계곡들)

I‘ve looked at clouds that way(난 늘 그런 식으로 구름들을 봤어)

But now they only block the sun(하지만 지금은 해를 가리기만 할 뿐)

They rain and snow on everyone(비와 눈을 모두에게 뿌리지)

So many things I would have done(내가 해낼 수 있었던 수많은 일들)

But clouds got in my way(하지만 구름들은 내 앞길을 막지)

I’ve looked at clouds from both sides now(난 이제 구름을 양 쪽에서 보게됐어)

의자에 앉아 지팡이를 쿵쿵 거리며 느리게 그리고 깊게 읊조리는 그의 목소리는 여운을 남겼다. 그의 공연 실황을 담은 유튜브에는 이런 저런 감동의 글들이 올라왔다. “조니가 23살 때 Both Sides Now를 썼다는 걸 오늘에서야 알았다. 그 나이에 이런 곡을 쓸 수 있다니…”

조니 미첼이 혜성처럼 등장했던 60년대로 돌아가보자.

조니 미첼이 뉴욕의 그리니치 빌리지로 진출한 것은 1967년이다. 당시 이 지역에 모여든 포크 뮤지션들은 그 시대의 이상과 신념을 이끌어 나가던 선각자와도 같은 인물들이었다. 1960년대 포크음악은 베트남 전쟁 반대운동과 흑인 민권운동 등의 정치적 운동과 결합됐다. 피트 시거와 우드 거스리로 대표되는 반체제 음악인들은 물론 새롭게 등장한 밥 딜런, 필 옥스, 주디 콜린스, 그리고 우리의 영원한 누님 존 바에즈가 있었다.

그 가운데서, 사회적인 이슈보다는 음악적인 순수를 추구하는 그것도 캐나디언인 포크 싱어 조니 미첼의 존재는 그저 낯선 이방인, 그 자체였다. 그러나 오래지 않아 미첼의 천재적인 그라고 섬세한 조각 같은 음악들은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

주디 콜린스(Judy Collins)가 ‘both sides now’를 불렀고 역시 같은 곡을 취입한 데이브 반 론크(Dave Van Ronk), ‘Woodstock’을 록 취향으로 각색했던 크로스비, 스틸스, 내쉬 앤 영(Crosby, Stills, Nash & Young)과 매튜스 서든 컴포트(Matthews Southern Comfort), ‘The Circle Game’을 노래한 탐 러쉬(Tom Rush) 등이 조니 미첼에 대한 추앙대열에 합류했다.

명반으로 손꼽히는 초기 앨범 ‘Clouds(1969)‘, ’Ladies of the Canyon(1970)’, ‘Blue(1971)’등등은 여전히 우리 근처에서 어디에선가 여전히 숨쉬고 있다. 개인적으로는 ’Ladies of the Canyon‘에 실린 ’Circle Game’을 좋아하기는 하지만….

1975년 조니 미첼은 밥 딜런의 기획 순회공연에 합류한다. ‘재밌어서’가 동행 이유다. 이른바 ’롤링 선더 레뷰(Rolling Thunder Revue)‘에는 존 바에즈를 비롯, 조니 미첼, 엘렌 긴즈버그, 자크 레비 등 30여 명이 동행했다.

마틴 스콜세지의 다큐영화 ’롤링 선더 레뷰(Rolling Thunder Revue)‘에 출연한 조니 미첼은 당시 남자 뮤지션들과 논쟁을 통해 이렇게 주장(?), 아니 대들었다고 한다. “밥 딜런이나 레너드 코헨같은 남자 작곡가들만 우상이라니, 내가 만든 곡이 그만 못하다는 것이냐”

그러면서 ‘아니마 아니무스’를 놓고 밤샘토론을 했다는 기억이 이어진다. 약물과 술이 어우러진 투어 한복판에 남녀 뮤지션이 모여앉아 아니마(anima·남성의 무의식 인격의 여성적 측면)와 아니무스(animus·여성의 무의식 인격의 남성적인 면)를 따지고 있었다니.

▲ 2000년 발매된 조니 미첼의 앨범 ‘BOTH SIDES NOW’ 재킷. ‘Both SIdes Now와 함께 1970년대 작 A case of you 등이 수록돼 있다.

좌우간 조니 미첼은 여성 싱어송라이터의 원조격이었고 또 여성 기타리스트로는 최고의 위치에 올랐다는 평가(잡지 ‘롤링스톤스’가 100대 기타리스트를 정했는데 그 중 여성으로서는 으뜸을 차지했다고 함)도 있어 그의 밤샘 토론이 틀린 얘기는 아니었던 것 같다.

그랬다. 빌보드 순위에 넘버텐에 들어간 유명곡 하나 없이 평생을 지냈지만 그의 명성은 사그러들지 않고 그의 추종 세력들은 믿음과 존경을 거두지 않고 있다. 마돈나와 테일러 스위프트도 조니 미첼을 자신에게 결정적 영향을 준 가수로 인정한다니 그 영향은 논외로 해야할 듯 싶다.

당시 지미 헨드릭스, 짐 모리슨과 함께 요절한 ‘3J’로 널리 알려진 1943년생 동갑내기 여성록커 재니스 조플린이 약물과 남자, 술에 쩔어 27세의 나이로 사망할 당시, 조니 미첼은 영롱한 어쿠스틱 기타와 피아노 선율, 맑고 순수할 데 이를데 없는 투명한 목소리로 50년을 건너 뛴 지금까지도 우리의 마음을 흔들고 있다.

영화도 그렇다. 조니 미첼의 아침을 두드리는 맑은 목소리는 2022년, 제94회 아카데미 시상식 작품상을 받은 영화 ‘코다’를 통해 다시 유명세를 탔다.

17살 루비(에밀리아 존스)가 아빠(트로이 코처·아카데미 남우조연상·농인 배우), 오빠와 함께 물고기를 잡아 생계를 유지하면서도 동시에 통역사까지 해야하는 상황. 우여곡절 끝에 버클리 음대 오디션에 참가하게 된다. 여기서 부른 곡이 ‘Both Sides Now’. 수화와 함께 부른 이 노래는 이 영화가 왜 작품상을 받았는지에 대한 수많은 논란을 잠재울 만큼 감동적이다.

사실 이전에는 영화 ‘러브 액츄얼리’ 속 삽입곡으로 익숙하졌던 노래다. 이 영화에서는 엠마 톰슨이 남편의 외도를 확신하며 눈물지을 때 ‘Both Sides Now’가 흘러나온다. 장면은 감동적이었지만 단어 그대로 ‘양다리를 걸친 남편’을 의미하는 것 같아 좀 불편했던 기억도 있지 않았나 싶다.

▲ 오랳 80세의 조니 미첼(왼쪽)이 이달 초 열린 2024그래미어워즈에서 최우수 포크 앨범상을 수상하고 이 시상식 첫 공연까지 꾸몄다. 브랜디 칼라일(오른쪽)이기타 연주와 백업 보컬을 맡아 함께 했다.

그와 함께 노래했던 밥 딜런과 바에즈 등은 어느새 80세를 훌쩍 넘었다. 누구는 노벨문학상을 타고 누구는 그런 밥에 대해 ‘사회 문제에는 관심없는 철부지’ 취급하며 늙어가고 있다. 그리고 또 누구는 의자에 앉아 지팡이를 의지하며 ‘Both Sides Now’를 노래한다. 결국 양 쪽을 다 봐야한다는 것.

노가수는 우리를 응시하며 이렇게 얘기하는 것 같다. “바보들아! 구름이 나쁜 것도 좋은 것도 아니야. 양쪽을 봐…사람 사는 것도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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