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과 금해나, 어떻게 '킬러들의 쇼핑몰'의 미친 존재감이 되었나

정덕현 칼럼니스트 2024. 2. 16.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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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들의 쇼핑몰’, 민감한 외국인 연기지만 진정성이 느껴지는 액션

[엔터미디어=정덕현의 네모난 세상] 디즈니 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 <킬러들의 쇼핑몰>의 주인공은 이동욱과 김혜준이지만 그들 못지 않은 미친 존재감을 드러낸 배우들이 있다. 바로 극중 파신 역할의 김민과 소민혜 역할의 금해나다. 두 사람은 모두 한국인이지만, 극중에서는 각각 태국인, 중국인의 역할을 소화했다.

사실 외국인 역할을 한다는 건 여러모로 민감한 부분이다. 어설프게 했다가는 자칫 논란에 휘말릴 가능성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외국인이지만 한국에 살게 되면서 한국어를 하게 되는 역할이라면 특히 그렇다. 똑같을 수 없어 어딘가 어눌한 언어를 구사할 수밖에 없지만, 그것이 그들을 비하하는 뉘앙스로 읽히지 않게 해야 하는 어려움이 따른다.

이런 난점을 염두에 두고 보면 <킬러들의 쇼핑몰>에서 김민과 금해나가 보여준 연기는 다시금 재조명될 가치가 충분해 보인다. 김민은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밝힌 것처럼 파신이라는 태국인 역할을 하기 위해 그들의 문화와 언어를 이해하려는 노력을 했고 무엇보다 이 캐릭터의 아이덴티티에 가까운 무에타이 훈련을 열심히 했다고 한다. 마찬가지로 금해나 역시 살짝 어눌한 말투를 섞어서 대사를 했는데 그건 그가 보여줄 화려한 액션 연기와 적절한 부조화를 통해 이 인물에 인간적인 매력까지 더해준 면이 있다.

이 작품에서 김민과 금해나가 미친 존재감이 된 가장 큰 이유는 액션이다. 김민은 <카지노>에서 빅보스를 지키는 필리핀인 존 역할을 했던 전적이 있다. 독특한 외모 때문에 실제 외국인 같은 느낌이 자연스럽게 묻어나는 김민은 이번 <킬러들의 쇼핑몰>에서는 용병출신으로 함께 일하다 염증을 느껴 나오게 된 정진만(이동욱)의 든든한 동료이자, 홀로 남은 정지안(김혜준)에게 싸우는 법을 가르쳐준 사부 역할을 연기했다.

총, 칼, 맨몸 무엇이든 무기처럼 쓰는 액션 연기가 먼저 시선을 잡아끌지만, 이제 은퇴해 고독하게 지내다 정진만의 부탁으로 정지안을 돕게 되는 따뜻한 정이 느껴지는 이 인물의 내면 연기도 빼놓을 수 없다. 시청자들 입장에서는 주인공인 정지안이 어떻게든 살아남기를 바라게 되는데, 든든한 파신의 등장은 이 살벌한 전장 속에서도 시청자들이 기댈 수 있는 편안함을 느끼게 해준다.

반면 금해나가 연기한 소민혜는 처음에는 정지안을 죽이기 위해 나타난 킬러처럼 등장한다. 하지만 그가 정진만이 정지안을 보호하기 위해 보낸 인물이라는 게 드러나고 만만찮은 특급 킬러라는 사실이 시선을 빼앗는 액션으로 드러난다. 창고에서 불이 꺼진 채 수십 명의 킬러들을 상대하는 소민혜의 액션은 다시 봐도 압도적인 이 인물의 존재감을 드러낸다.

금해나는 이 역할에서 마치 영화 <니키타>의 여성 전문킬러 같은 모습을 보여주는데, 머리 스타일은 <레옹>의 마틸다가 성장한 듯한 인상을 줬다. 게다가 일부러 어눌한 한국어를 구사하는 모습은 압도적인 액션 연기와 더해지면서 이 인물의 인간적인 면모를 부각시켰다. 화려한 액션이 주는 멋진 모습과 더불어 따뜻한 인간적인 모습까지 그려낸 것. 최근 들어 <황야>의 안지혜나 <스위트홈>의 이시영처럼, 영화나 드라마에서 여성 액션 히어로들이 주목받고 있는데 금해나 역시 앞으로가 기대되는 배우다.

또한 외국인 역할이 작품 속에 자연스럽게 묻어날 수 있게 된 요인 중에는 과감한 신인의 기용도 한 몫을 차지했다는 걸 거론하지 않을 수 없다. 김민은 <카지노> 출연과 더불어 <택배기사>, <도적: 칼의 소리> 등의 작품으로 최근 발굴되어 주목되고 있는 배우이고, 금해나는 많은 독립영화들을 했지만 대중적으로는 잘 알려지지 않은 배우다. 바로 이런 신인의 강점이 외국인 역할을 보다 자연스럽게 수용하게 만든 면이 있다. 이 배우들을 처음 본 시청자들이라면 아마도 진짜 외국인들이 아닌가 생각했을 정도로.

최근 들어 OTT의 등장으로 콘텐츠 시장이 글로벌화 되면서 K콘텐츠 안에도 외국인 역할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고 앞으로는 더 많아질 전망이다. 실제 외국인 배우들이 참여할 수 있으면 더욱 좋겠지만 여러 제작 여건 상 아직까지는 쉽지 않은 일이다. 그래서 외국인 역할을 연기한다면 보다 그 문화에 대한 존중이 전제되어야 하고 그만큼 그걸 이해하고 제대로 구사하려는 노력도 따라야 한다. <킬러들의 쇼핑몰>의 김민과 금해나는 그 좋은 예가 아니었나 싶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디즈니 플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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