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산 “재즈멍 때리며 위로 받으세요” [인터뷰]
김준·김광석·이장희 등 가요 재해석
“혼자 눈물 흘린 곡들 담담하게 담아
과거 명곡에 생명력 불어넣는 과정”
원테이크 녹음으로 생생한 음향까지
국악·K팝도 접목 “재즈는 창의성 등대”
4월 서울재즈페스타 등 대중화 ‘간절’
中 자스민 첸, 日 게이코 리 초청 무대
올해로 데뷔 28년을 맞는 우리나라 대표 재즈 보컬리스트 웅산은 ‘등대’를 향해 쉬지 않고 달린다. 재즈 뮤지션으로서 스탠다드 재즈를 부르고 발표하는 것, 직접 작사·작곡한 자기 음악을 내는 것 그리고 재즈 대중화 프로젝트까지 ‘삼각 편대’를 짰다. 그 중 대중화 행보의 핵심인 가요 리메이크 재즈 앨범 ‘사랑 그 그리움’은 2020년 첫 발표 후 벌써 세 번째다. 겨울의 한가운데서 새 앨범을 발매했고, 상반기 중 재즈 매니아를 위한 LP판도 한정 발매한다.
최근 서울 충무로에서 만난 웅산은 “은은한 수묵 담채화의 색감을 닮은 음반”이라고 소개했다. 재즈풍이라고 하지만 화려하고 밝은 스윙댄스와는 거리가 멀다. 오히려 여백이 많아 조용한 숨소리마저 집중해 듣게 되는 곡들이다. 첫 트랙 ‘겨울비는 내리고’를 시작으로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네’ ‘다시 이제부터’ ‘겨울비’ ‘안녕이란 두 글자는 너무 짧죠’ 등이 쓸쓸함을 품고 흘러나온다. “날카로운 소리와 빠른 템포는 배제했어요. 요즘 음악은 너무 빠르고 반복적이기만 하잖아요. 이 앨범은 악기의 공간을 최대한 비워서 듣는 분들이 자기만의 추억이나 힐링 포인트를 찾을 수 있도록 했죠.”
잘 알려진 가요를 보컬 실력자가 소화했지만, 음악은 쉬이 만들어지지 않았다. 음반에 실린 곡들은 모두 웅산 안에서 오래 품어졌다가 밖으로 나왔다. 시인과 촌장의 명곡 ‘가시나무’는 녹음하기 전 3년 동안 집에서 홀로 기타·피아노를 치며 부르고 또 불렀다. 김광석의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도 마찬가지다. 눈물도 많이 흘렸다. “무덤덤하게 부를 수 있게끔 삭히고 삭혀 덜어냈죠. 애써 신파처럼 슬프게 부른 노래는 이 음반에 없어요. 요즘 사람들이 바쁜 일상 속에 ‘불멍’ ‘물멍’ 등 치유의 시간을 찾듯, 이 음반을 들으며 ‘재즈멍 때리기’를 할 수 있을 만한 음악입니다.”
대선배에 대한 존경을 담은 선곡도 특징이다. 재즈계 대부 김준이 만들고 부른 ‘사랑하니까’ ‘미워할 수 없는 너’를 실었다. 그는 지난해 사비를 털어 김준 헌정 음반 ‘왓 어 원더풀 월드’ 발매를 주도하기도 했다. 웅산은 “우리나라 재즈 1세대는 돈을 쫓기보다 재즈란 장르를 받아들여 개척한 분들”이라며 “과거의 명곡을 후배들이 다시 부르면 곡과 메시지에 생명력을 불어넣을 수 있다”고 했다. 또 “나도 후배들에게 그런 귀감이 되고 싶다”는 다짐을 되새겼다.
음향에도 남다른 공을 들였다. 웅산 음반은 고급 장비를 갖춘 오디오 애호가들 사이에서 비교 청음용으로 정평이 나 있다. 녹음실에서도 무대 위에서처럼 모든 악기가 구간을 끊지 않고 동시에 연주하는 ‘원테이크’를 고수하는 것이 특징이다. 웅산은 “2004년 첫 음반을 미국에서 녹음할 때부터 그렇게 배웠다”며 “제 음악적 감성을 읽어주는 파트너들과 함께하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했다. “원테이크에서만 나오는 자연스러움이 있어요. 어마어마한 집중력으로 노래하는 내공이 고스란히 녹아들죠. 종종 연주자의 침 넘기는 소리, 숨소리 등이 담기기도 하지만 그 순간의 몰입감이 더 좋아요.”
웅산은 “게으른 뮤지션이 되지 말아야겠다고 늘 생각한다. 아직까진 해보고 싶은 다음 과제가 계속해서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계속 이어질 ‘사랑 그 그리움’ 시리즈의 후속작에선 뉴진스 등 K팝 아이돌 노래의 리메이크를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당장 6월엔 미국 뉴욕의 유서 깊은 재즈 클럽 ‘버드랜드’에서 유명 색소포니스트 데이브 리브먼과 공연한다. 리브먼이 참여하는 정규 음반 작업도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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