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 지난해 6위 KIA가 올해 우승 후보인 또 하나의 이유

이성훈 기자 2024. 2. 16.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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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수다] 지난해 KIA의 엄청난 불운


'3강'

절대다수의 전문가들이 평가하는 올 시즌 판도다.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 맞붙었던 LG와 KT, 그리고 KIA가 가장 좋은 전력을 갖췄다는 거다. 이범호 KIA 신임 감독도 이런 평가에 적극 동의한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선수들도 그렇게 생각하고요. 다른 팀 9개 구단도 그렇게 평가한다면 그게 맞겠지요." (2월 14일 인터뷰)

KIA는 지난해 6위에 그쳐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6위 팀이 바로 다음 해 우승후보로 꼽히는 건 흔치 않은 일이다. 사람마다 예측의 근거는 다를 것이다. 필자가 꼽는 이유는, 지난해 KIA가 어마어마한 불운에 시달렸다는 사실이다. 즉 특별한 전력 보강 없이 '운이 정상화' 되기만 해도, KIA의 순위는 꽤 높아질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기대 승률'보다 너무 낮았던 '실제 승률'

야구는 상대팀보다 점수를 더 내야 이기는 경기다. 안타를 더 치거나 실책을 덜 해도, 점수를 한 점이라도 더 주면 진다. 그래서 득점이 많고 실점이 적어야 강팀이 된다. 이 원리에 착안해 '세이버메트릭스의 아버지' 빌 제임스가 만든 지표가 이제는 널리 알려진 '피타고리안 승률'이다. 팀의 득점과 실점을 이용해 구하는 '기대 승률'이다. 공식은 몇 가지 버전이 있는데, 가장 대중적인 건 '득점²÷(득점²+실점²)'이다. 학창 시절 수학 시간에 배운 '피타고라스 공식'과 비슷한 모양새 때문에 '피타고리안 승률'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KIA는 지난해 726점을 내고 650점을 내줬다. 그래서 피타고리안 승률이 0.555. 우승을 차지한 LG에 이어 전체 2위였다. 그런데 실제 승률은 이보다 한참 낮은 0.514에 그쳤다. 실제 승률이 피타고리안 승률보다 0.041이나 낮았던 것이다.

이런 경우는 매우 희귀하다. 2015년 시작된 '10구단 체제'에서, 실제 승률이 피타고리안 승률보다 이보다 낮았던 경우는 한 팀뿐이다.

세이버메트릭스계에서는 이런 일이 생기는 이유를 크게 두 가지로 본다.

1. 불운.
2. 허약한 불펜.

두 번째 이유부터 보자. 불펜이 약한 팀은, 당연히 접전을 패배할 가능성이 높다. 즉 전체 패배에서 '적은 점수차의 패배'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다. 접전, 즉 득실점차가 적은 패배는 피타고리안 승률보다 실제 승률에 상대적으로 더 큰 피해를 끼친다. 가령 '4대 5 패배'와 '1대 9 패배'는 실제 승률에서는 똑같은 1패다. 하지만 1대 9 패배가 '적은 득점과 많은 실점' 때문에 피타고리안 승률을 더 깎아 먹는다. 그래서 불펜이 약한 팀은 실제 승률이 피타고리안 승률보다 낮은 경우가 많다.

그런데 지난해 KIA의 불펜이 약했다고 보기는 애매하다.

지난해 KIA 구원투수진의 평균자책점은 3.81. LG에만 뒤진 전체 2위였다. 구원 투수들의 WAR은 9.59로 LG, KT에 이어 3위였다. 즉 어떤 기준으로 봐도, KIA의 불펜이 약하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마무리투수 정해영이 다소 흔들렸지만, 임기영이 리그 최고 수준의 롱릴리프로 활약했고, 전상현, 최지민, 장현식 등도 쏠쏠한 역할을 했다. 그러니까 피타고리안 승률보다 터무니없이 낮은 KIA의 실제 승률이, 불펜 탓이라고 보기는 무리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남는 건 '불운'이다.

726점을 내고 650점을 내줘 승률 0.550을 기록해야 마땅한 팀이, 엄청난 불운을 만나 6위로 내려왔다는 것이다.

그런데, '기대승률 0.550'의 근거가 되는 '726득점과 650실점' 역시, 불운의 흔적이 보인다.
 

너무 적었던 최고 타자들의 출전 시간

지난해 다른 매체에 쓴 것처럼, 나성범은 프로야구사에 남을 엄청난 위력을 뽐냈다. 야구인생 내내 약점이던 삼진을 극적으로 줄이면서, 약점이 없는 타자가 됐다. wRC+는 타자의 '리그 평균 대비 공격력'을 보여주는 지표다. 지난해 나성범의 wRC+는 208.2. 지난해 최고 타자 노시환의 159.3보다 한참 높다. 21세기 한국 야구에서 200타석 넘게 들어서 wRC+ 200을 넘긴 타자는 단 3명뿐이다.

그런데 나성범은 이 실력을 발휘할 기회가 턱없이 부족했다. 두 차례 치명적인 부상 때문에 253타석에 들어서는데 그쳤다. 나성범만 그랬던 게 아니다. 팀 내 wRC+ 2위 최형우(153.8), 김도영(133.4) 모두 부상 때문에 규정타수를 채우지 못했다. 팀 내 최고 타자 3명이 합계 1146타석 밖에 들어서지 못한 것이다. LG의 최고 타자 3명(홍창기-오스틴-문보경)이 들어선 1768타석에 비해 무려 600타석 이상 모자란다. 지난 시즌 '최고타자 3인방'이 KIA보다 덜 뛴 팀은 키움밖에 없다.

이전 3시즌 연속 580타석을 넘긴 나성범의 지난해 부상이 '예견된 사태'라고 보기는 어렵다. 이제 21살이 되는 김도영이 '유리몸'이라고 볼 근거도 빈약하다. 즉 나성범과 김도영의 부상 결장은 필연보다는 우연에 가깝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다.

만약 나성범과 김도영이 다른 팀의 '보통의 중심타자'들처럼 500타석 정도 들어섰다면?

선수가 펼친 모든 플레이의 '득점 가치'를 더해, 선수가 창출한 (혹은 까먹은) 점수를 추정한 지표를 RC(Run Created)라고 한다. 고안된 지 40년이 넘은, 세이버메트릭의 '고전적 지표'지만 지금도 꽤 유용하다. 나성범이 지난해 253타석에서 창출한 RC는 66.9. 1타석당 0.26점을 생산한 것이다. 그런 나성범이 500타석에 들어섰다면 RC 132 정도를 기록했을 거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같은 방식으로 계산하면 '500타석 김도영'은 RC 73 정도를 찍었을 것이다. 둘이 합쳐, 지난해 실제로 기록한 RC 125보다 80점가량 높은 205점을 생산했을 거라는 추정이 가능하다.

이들이 빠진 자리에 들어섰던 '대체 선수'들의 RC를 빼도, KIA의 팀 득점이 60점 가까이 높아졌을 거라고 계산할 수 있다. 지난해보다 60점을 더 냈다면 KIA의 총득점은 786점이 된다. 리그 1위 LG의 762점보다 24점이 많다. 실제로 KIA는 지난해 나성범과 김도영이 함께 뛴 6월 23일부터 9월 29일 사이에, 압도적인 리그 최강의 공격력을 뽐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이성훈 기자 che0314@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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