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진 특집] 지금 울진대게가 딱 제철입니다

이재진 2024. 2. 16. 0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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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22~25일 후포항서 대게축제
세계적 명품 울진 박달대게의 위용. 울진대게는 7년 연속 대한민국 브랜드 대상을 받았다.

정월대보름 무렵부터 계절풍이 불기 시작하면 울진의 대게잡이는 시작된다. 이때부터 알이 꽝꽝 여물고 살이 많은 상품이 잡히기 시작하는 것이다. 대게라는 이름은 큰 대大자를 붙인 '큰 게'란 뜻이 아니다. 길쭉한 다리가 대나무 같아 대게라고 한다. 몸통의 껍데기는 둥근 삼각형으로, 수컷은 길이 약 12.2cm, 너비 약 13cm이고, 암컷은 길이 약 7.5cm, 너비 약 7.8cm로서, 수컷이 암컷에 비해 크다. 깊이 30∼1,800m 바다의 진흙 또는 모래바닥에 산다. 암컷과 수컷의 서식처가 분리되어 있어, 어린 대게와 성숙한 암컷은 수심 200∼300m에 서식하며, 수컷은 수심 300m 이하에서 서식한다. 우리나라의 동해를 비롯해, 러시아의 캄차카반도, 일본, 알래스카주, 그린란드에 분포하는데, 한국 연안이 남쪽 한계선이다. 특히 울진대게는 7년 연속 대한민국 국가브랜드 대상을 받는 등 자타 공인하는 명품 대게로 인정받고 있다.

대게의 수명은 15~17년으로, 탈피를 반복하면서 몸집을 불린다. 수명이 10년 이상 된 대게는 크기뿐만 아니라 살이 꽉 차고, 맛도 좋은 최상품이 된다. 이게 '박달대게'다. 몸통 길이가 10cm 이상으로 몸통과 다리에 살이 90% 이상 차고 박달나무처럼 근육질이 조밀하고 단단한 대게를 일컫는다.

울진 앞바다 왕돌초에서 잡아올린 홍게들.

7년 연속 대한민국 국가브랜드 대상

대게 철을 맞은 울진 후포항은 하루 종일 분주하다. 어선들이 포구로 들어오면 곧장 경매가 시작되고, 낙찰 받은 대게는 전국의 미식가들 식탁에 오르기 위해 실려 나간다. 겨울 별미 대게는 통째 쪄서 찜으로 많이 먹지만 추운 겨울철 뜨끈하게 탕으로 먹는 것도 좋다. 먹기 좋게 잘라놓은 다리에 젓가락을 살짝 밀어 넣으면 게살이 쏙쏙 빠진다. 영덕 대게, 포항 대게처럼 지역명을 붙여 부르는데 별개의 종이 아니라 어획지역으로 구분하는 말이다.

배를 살짝 눌렀을 때 단단한 대게가 내장도 잘 들어 있고 싱싱하다. 또한 배 쪽에 진하게 내장색이 비치는 게 좋고 다리를 눌러봤을 때도 단단한 것이 상품이다.

짜리몽땅하고 작은 것이 암컷 대게다. 일본에서는 알배기 암컷 대게가 수컷보다 저렴한 가격에 유통된다. 빵게라는 별명은 배딱지가 찐빵처럼 둥글어서 붙여진 이름이다. 우리가 시중에서 먹는 대게는 모두 수컷이다. 암컷은 2만여 개의 알을 품는데 어자원 보호를 위해 포획이 금지돼 있다. 오죽하면 괜히 잡았다가 빵에 간다고 하여 빵게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울진대게를 먹는 방법은 다양하지만 일반적으로 쪄서 먹는걸 권한다.

서식장소에 따라 달리 부르는데 수심 200m 이하 연근해에서 잡히는 대게를 갓바리대게, 200~400m 사이의 먼바다에서 잡히는 것을 수심대게라 하는데 수온이 차고 수심이 깊은 곳에서 잡히는 것일수록 살이 꽉꽉 차있어 상품으로 인정받는다.

대게를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은 뭐니뭐니해도 조미료 없이 본연의 살맛을 즐길 수 있는 찜이다. 일본인들이 하는 말 중에 '게를 찜보다 더 맛있게 먹을 방법을 찾는 것만큼 시간 낭비는 없다'는 말이 있다. 드물지만 회로 먹기도 한다. 다리를 잠시 뜨거운 물에 담그면 속살을 쉽게 분리할 수 있는데 이를 얼음물에 담가 뒀다가 물기를 뺀 후 먹는다. 이렇게 먹으면 식감이 탱탱해진다. 대게요리에서 빠뜨릴 수 없는 게 내장. 대게 내장은 우리나라뿐 아니라 일본인들에게도 '카니 미소'라 하여 자다가도 벌떡 일어난다는 미식이다. 일본인들은 이걸 껍질째 숯불에 올려 구워 먹거나 김으로 말은 초밥 위에 얹어 먹기도 한다.

작년 후포항 대게 축제 모습. 대게잡이 체험. 버스킹 공연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올해 축제에서도 다양한 먹거리와 장터 등이 관광객들과 주민들에게 선보인다.

배를 살짝 눌렀을 때 단단한 것이 싱싱

얼마 전 수산시장에서 상한 대게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지만 좋은 대게는 배를 살짝 눌렀을 때 단단한 것이 내장도 잘 들어 있고 싱싱하다. 그리고 배 쪽에 진하게 내장색이 비치는 게 좋고, 다리를 눌러봤을 때도 단단한 것이 좋다.

익혀야 붉어지는 대게와 다르게 홍게는 살아 있을 때부터 붉은색을 띤다. 길가 트럭에 쌓아놓고 몇 마리에 얼마 식으로 파는 것은 모두 홍게. 살도 별로 없고 식으면 비린내가 심해 홍게는 맛없는 싸구려 게라는 이미지가 있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하급품이고 홍게 역시 살이 꽉 찬 상등품은 맛이 각별하다.

작년 후포항 대게 축제 모습. 대게잡이 체험. 버스킹 공연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올해 축제에서도 다양한 먹거리와 장터 등이 관광객들과 주민들에게 선보인다.

겨울 울진을 대표하는 울진대게와 붉은대게축제가 2월 22일부터 25일까지 나흘간 울진군(군수 손병복) 후포항 일원에서 열린다. 대게라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는 마니아들이 기다리던 대한민국 대표 대게 축제다. 이번 축제는'맛있는 대게여행, 후포항에서 모이자'라는 주제로 울진대게와 붉은 대게를 비롯한 후포항의 다양한 수산물과 청정 울진의 농산물 등 풍부한 먹거리와 볼거리를 즐길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들이 눈길을 끈다.

작년 후포항 대게 축제 모습. 대게잡이 체험. 버스킹 공연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큰 인기를 끌었다. 올해 축제에서도 다양한 먹거리와 장터 등이 관광객들과 주민들에게 선보인다.

함께 참여하는 후포항 대게축제

관광객들과 주민들이 울진대게와 붉은대게를 좀더 친근하게 체험할 수 있도록 '대게 빨리 먹기 경주', '집게발로 과자 먹기', '내 손으로 잡는 대게', '대게 경매' 등의 체험행사를 연다. 또한 '어부와 함께하는 KIT 만들기', '울진 마니아 가요제', '대게 플래시몹' 등 모두 함께 즐길 수 있는 축제로 진행할 예정이다.

더불어 '무료 요트 승선 체험', 울릉 썬플라워 크루즈 투어' 등을 통해 동해의 낭만을 색다르게 느낄 수 있는 기회도 마련할 계획이다.

손병복 울진군수는 "울진을 대표하는 축제인 만큼 축제를 찾은 모든 분이 안전하게 즐길 수 있도록 사전 준비를 철저히 하고 있다"며 "청정 동해와 금강송이 만들어내는 깨끗하고 맑은 공기를 가진 '대한민국의 숨, 울진'의 맛과 멋을 꼭 느껴 보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경북 울진군 평해읍 거일리와 후포항 일원에서 전승되는 '기줄댕기기' 놀이. 사진 남효선.

'왕돌초' 품은 울진 거일마을은 '울진 박달게' 원조마을

남효선(시인·언론인)

동해연안 갯마을인 경북 울진군 평해읍 거일리는 예부터 '울진대게 원조 마을'로 전해지는 곳이다.

지방자치제 실시 이후 '원조'라는 용어가 부쩍 늘어 신뢰도가 신통치 않지만, 여전히 '원조' 논쟁이 뭇 사람들의 시선을 끄는 데 일조하는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다. 대게 철만 돌아오면 울진을 비롯한 동해 연안에서는 원조 논쟁이 벌어진다.

최근 울진군은 원조 논쟁을 중단하기로 했다. 소모적이라는 판단 때문이다. 그 대신 울진군과 군민들은 세계적 특산물로 자리 잡고 있는 '울진대게'의 변별력을 되찾는 데 힘을 모으기로 했다.

울진대게는 고문헌에 '자해紫蟹'는 '죽해竹蟹'로 표기돼 있다. 또 실제 울진대게 주산지인 죽변·후포항에서는 울진 연안에서 잡히는 대게를 '박달게'로 부르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 이같은 기록은 <신증동국여지승람>, <대동지지> 등 관찬 사료에서도 확인된다.

또 울진 연안에서 수집되는 민속자료와 민간신앙 등에서 울진대게는 △ 형태적 측면에서는 대게의 다리 모습이 대나무竹 마디를 닮은 데서 대게로 불리고 있는 점과 △ 동해연안 바닷가 마을의 큰 명절인 '영등' 신격神格으로 대게가 등장하고 있는 점 △ 대게 중에서도 크고 잘생긴 것을 '박달게'라 부르고 있는 점 등이 확인된다.

경북 울진군 평해읍 거일리와 후포항 일원에서 전승되는 '달넘세' 놀이. 이 울진지방 대동놀이에는 '울진대게'의 생태적 특성이 고스란히 투영되어 있다. 사진 남효선.

대게 생태 반영한 전통놀이 '기줄댕기기'

울진 어민들이 크고 단단하고 잘 생긴 대게를 '으뜸'과 '처음', '단단함'의 뜻을 지닌 '박달'을 차용해 '박달게'라 부르는 데서도 대게의 주생산지가 울진지방임을 확인할 수 있다.

특히 고문헌과 민속자료 등을 통해 '울진박달게' 주산지로 확인된 평해 거일리는 마을 모양이 '게의 알'을 닮은 데서 명명된 '게알', '기알'에서 어휘 전승된 지명이라는 점과, 조선 선조 때 영의정 아계 이산해 선생이 시詩에서 거일리를 '해진蟹津', '해포蟹浦'로 기록한 데서 예부터 이곳이 울진대게 주요 생산지였음을 확인할 수 있다.

대게는 울진지역의 전통놀이에도 깊숙하게 투영돼 있다. 울진지역에 광범위하게 전승되는 대게를 소재로 한 대표적 전통놀이는 '기줄댕기기'와 '달넘세'다. 이 중 '기줄댕기기'는 대게의 생태를 반영한 놀이다. '기줄댕기기'는 울진 바닷가 마을의 여성 중심 대동놀이 형태로 전승돼왔다.

몇 해 전 울진군축제발전위원회는 평해·후포지역 여성들로 '달넘세 놀이단'을 꾸리고 '기줄댕기기'와 '달넘세 놀이'를 복원해, 울진의 대표적 먹거리축제인 '울진대게와 붉은대게축제'의 킬러 콘텐츠로 자리매김했다.

고문헌과 민속자료를 통해 '울진대게 원조' 마을로 전승되는 경북 울진군 평해읍 거일리. 사진 남효선

울진대게 주산지 '왕돌초'

이처럼 역사·문헌적 사료와 구전자료 등을 토대로 대게의 주생산지가 고려조에서부터 현재까지 울진지방임이 재확인됨에 따라 울진군은 오래전부터 평해 거일리를 원조마을로 지정하고 '울진대게'의 통칭인 '박달게'의 명칭 복원과 함께 울진대게의 역사성과 정통성을 복원시키는 데 주력해 왔다. 여기에 울진대게 주생산지가 평해 거일리~후포항 일대에 펼쳐 있는 '왕돌초(짬)' 일대임이 확인됐다. 동해해양연구소는 '울진 동해 왕돌초' 학술조사를 통해 왕돌초 일대가 울진대게의 주요 서식지임을 밝혔다. '짬'은 바다 속에 형성된 바위군락을 일컫는, 울진지방의 방언이다. 자연산 미역을 비롯한 어족자원의 서식지이기도 하다.

울진군은 왕돌초(짬) 일원의 해양생태계 자원을 배경으로 해양생명산업과 환경치유산업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울진의 최대 해양자원으로 각광받고 있는 왕돌초(짬)를 가꾸고 보존하기 위해 최근 왕돌초 인근 해역에 버려진 침체 어망 인양작업 등 해양환경정화사업을 지속 펼치는 한편 치어 방류사업 등으로 지속가능 어업을 실현하고 있다.

월간산 3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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