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도의 숨은 명산 계족산] 닭다리 닮은 산세…주변에 '닭구이 거리' 생겨

김희순 광주샛별산악회 산행 고문 2024. 2. 16.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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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골 계곡에서 발원한 물줄기는 순천의 젖줄
호남정맥 주능선이 조망되는 깃대봉 아래 조망바위.

전국에는 계족산鷄足山이 여러 곳 있다. 순천·광양 계족산(729.4m)을 비롯해 대전 계족산(423.8m), 구례 계족산(702.8m), 영월 계족산(889.6m) 총 4곳이다. 계족산의 이름 유래에는 여러 설이 있다. 하나는 산의 모양이 닭다리를 닮았다는 것인데, 그 때문에 계족산은 닭발산, 혹은 닭다리산이라고 불린다.

또 다른 설은 지네가 많은 지역에 지네의 천적인 닭의 이름을 붙였다는 이야기다. 지네는 땅이 축축하고 어두운 곳을 좋아하는 습성이 있는데, 실제로 4곳의 계족산은 지네가 생육하기 좋은 큰 강이나 큰 계곡을 끼고 있다. 더 설득력 있는 이야기다.

순천과 광양의 경계에 위치한 계족산은 호남정맥의 마지막 구간인 백운산 주능선과 맞닿아 있다. 또한 여수지맥의 첫머리이기도 하다. 순천 시내와 비교적 가까운 거리에 있지만, 이곳에 오면 마치 첩첩산중에 있는 것 같다.

계족산에서 발원한 물줄기는 청소골 계곡을 따라 동천東川을 만들고 순천만 습지대로 흘러간다. 계족산 청소골 계곡에는 암반계류에 소가 많다. 접근성도 좋은 편인데, 예전에는 과거시험을 보기 위해 한양으로 가는 이들이 청소골 주막에서 하룻밤을 보내고 구례로 넘어갔다고 한다. 현재는 계곡 주변에 닭구이 거리가 조성되어 있다. 이 일대는 순천 사람들에게 여름 피서지로 사랑받는 곳이기도 하다.

정혜사 대웅전. 보물 제804호로 지정되어 있다.

17세기 목조건축의 귀중한 보물

겉으로 봤을 때 계족산은 특별하지 않다. 능선 따라 오르내림이 꽤 심해 보일 뿐, 평범한 육산의 외형이다. 등산로는 잘 정비되어 있고 크게 위험한 구간은 없다. 주요 지점마다 자세하고 섬세하게 기록된 이정표가 있다. 복잡해 보이는 이정표는 산행객들에게 정성스러운 길잡이 역할을 한다.

전체적으로 숲이 울창하다. 때문에 대부분의 조망이 빗장 친 것처럼 막혀 있어 장쾌한 조망은 기대하지 않는 것이 좋다. 4월 말부터 5월 초엔 철쭉꽃이 장관이다. 능선 곳곳에는 연분홍 꽃 터널을 이루고, 수령이 수백 년 넘는 것도 있다. 화순 화학산, 화순 백아산 철쭉 군락지처럼 사람 키를 훌쩍 넘게 크고, 나무의 두께도 고목처럼 굵다.

계족산 안쪽에는 깊숙이 자리 잡은 정혜사定慧寺가 있다. 이곳은 고려시대 13세기에 해소국사가 창건했다는 설이 있다. 부처 사리가 봉안됐을 만큼 중요했던 곳으로 고려시대 이후 조선 초기까지 순천을 대표하는 사찰이었다.

대웅전은 17세기 조선시대 목조건물 양식을 연구하는 데 중요한 자료로서 보물 제804호로 지정되었다. 정혜사는 고려시대 보조국사 지눌知訥(1158~1210)의 정혜결사定慧結社가 연상되지만 이와는 무관하다.

계족산에서 만난 유일한 암봉.
계족산의 명물인 ㄴ자 부부 굴참나무.

ㄴ자로 굴절된 특이한 모양의 굴참나무 두 그루

계족산 초입은 청소1교에서부터 시작한다. 정혜사까지 계곡과 포장도로가 1.5km 이어진다. 계곡은 의외로 넓고 수량도 풍부하다. 등산로 초입은 일주문을 지난 다음 다리를 건너면서부터 시작되지만, 0.4km 더 가서 정혜사를 둘러보고 절 옆으로 난 길을 따라 올라가도 된다. 정상까지는 1.6km 40분 정도로 꾸준한 오르막이다.

중간에 ㄴ자로 꺾인 굴참나무 두 그루가 있다. 부부처럼 서로 닮은 굽은 모습으로 오랜 세월 잘 버티어 줬다는 측은함이 든다. 주변에 굽은 굴참나무가 두 그루 더 있다. 모양이 특이하다고 나무 위에 올라서서 기념사진을 찍는 행위는 삼가야 한다. 낙엽이 수북한 능선길을 20여 분 지나면 정상이다. 84km에 이르는 여수지맥의 용계산으로 내려가는 길목이다.

정상은 잡목들로 인해 시야가 막혀 있고, 정상 표지판의 높이가 682m로 잘못 표기되어 있다. 바람이 잘 드는 능선에는 늘씬한 노각나무가 유난히 많다. 피부미인으로 불리는 노각나무는 사슴뿔 닮았다 해서 녹각나무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비단나무라는 별칭도 있다. 나무 박사 박상진 교수가 "우리나라에서 수피가 가장 아름다운 나무는 노각나무"라고 칭찬할 정도로 아름다운 풍경이 연속된다. 굉장한 군락을 이루고 있다.

여수지맥의 첫머리인 3개 면 경계.
계족산 정상. 정상석 대신 이정표가 길을 안내한다.

정상에서 안치까지 2.3km 약 1시간 거리며 비슷한 풍경이 반복된다. 노각나무와 굴참나무, 서어나무로 인해 시야는 막혀 있다. 안치는 광양시 봉강면에 올라오는 길과 합류한다. 서쪽으로 심원마을로 내려가는 지름길이 있다. 주변은 한마디로 철쭉 동산이다. 안치에서 0.8km 지점의 공터에는 수령 300년이 넘는다는 철쭉이 있다.

'3개 면 경계' 표지가 있는 갈림길은 순천 서면, 황전면, 광양 봉강면의 경계이자, 호남정맥에서 갈라지는 여수지맥의 출발점이기도 하다. 아쉽게도 잡목으로 인해 조망은 없다. 북쪽으로 0.2km만 더 올라가면 깃대봉(858.2m)이다. 헬기장 정도 크기에 스테인리스 의자와 삼각점이 있다.

이곳에서 호남정맥의 끝인 백운산 정상까지는 14.6km 거리다. 조망을 보려면 정상에서 살짝 벗어나야 한다. 조망바위에서 조계산과 무등산으로 이어지는 호남정맥 줄기와 지리산을 잠깐 보여 준다. 호남정맥인 미사치로 내려가는 중간에 '철쭉 군락지'가 있고 철탑을 지나면 미사치다. 이곳에서 10분 정도면 황전터널 입구다. 등산로 주변에는 이렇다 할 계곡이 없지만 심원마을에서부터 청소골 맑은 계곡이 시작된다.

날머리 황전터널 입구 직전.

산행길잡이

▶청소1교~포장도로(임도)~일주문~ 정혜사~ㄴ자 부부 굴참나무~계족산~ 안치~300년 고목 철쭉~3개면 경계 갈림길~ 깃대봉~3개면 경계 갈림길~

철쭉 군락지~ 철탑~미사치~황전터널 입구(11.3km 5시간20분 소요)

교통(지역번호 061)

서울 용산역에서 순천역까지 KTX가 운행한다. 편도 4만4,000원이며, 하루 17회 운행, 약 2시간 40분 소요된다.(서대전 경유 시 4만3,000원, 3시간 30분 소요) 순천역에서 53번 시내버스를 이용하면 정혜사 입구인 청소1교에서 하차한다. 황전터널 입구에서 산행을 마치고 0.8km 도로를 따라가면 53번 버스 종점인 심원마을이다. 심원마을에서 출발하는 53번 시내버스는 1일 13회(06:10, 07:15, 09:00, 10:10, 12:10, 13:40, 14:50, 16:00, 17:10, 18:20, 19:40, 21:00, 22:30) 출발한다. 황전터널 입구에서 청소1교까지 도보로 4.13km 거리로, 약 50분 소요된다. 문의 동신교통 743-6215.

맛집(지역번호 061)

청소골 계곡을 따라 닭구이요리 전문점이 5~6곳 있다. 어느 곳이나 전라도 맛집이지만, 산수정 산장(755-9933)은 100여 년 내려온 씨간장으로 요리하는 맛집이다. 촌닭백숙 6만 원, 촌닭구이 6만5,000원, 닭볶음탕 7만 원, 대표 메뉴인 닭꼬미 정식은 닭구이+꼬막+미나리를 함께 먹는 삼합 요리로 1인 3만5,000원 한다.

김희순 광주샛별산악회 산행 고문

월간산 2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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