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밭춘추] 눈물이 흔해졌다

김해미 소설가 2024. 2. 1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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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왜 그렇게 자주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다.

그녀의 눈에서 눈물방울이 맺히기도 전인데, 이미 내 눈에서는 눈물이 흐른다.

이 상태라도 오래오래 자기 곁에 있어 주기를. 그녀를 주제로 만든 신곡을 듀엣으로 부르는 부부에게 대부분의 관객이 따스한 공감의 눈물을 보냈다.

젊을 때는 무엇을 보든 내용을 분석하고 비평하기 바빴는데, 요즘은 오디션 음악 프로그램을 보다 가도,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다 가도, 시도 때도 없이 흐르는 눈물을 제어하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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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미 소설가

요즘 들어 왜 그렇게 자주 눈물이 나는지 모르겠다. 얼마 전 TV에서 즐겨보는 '인간극장'을 보았다. 6평짜리 집을 짓는 부부 이야기이다. 동양화가 전공인 여자가 결혼과 함께 생활전선에 끼어들어 붓을 놓은 지 16년이나 되었다. 이제 살림도 어느 정도 피었겠다, 남편은 아내가 다시 그림을 그리기를 원한다. 이제부터라도 자기의 삶을 살아 주기를. 그래서 아내에게 그림도구를 선물한다. 생각하지 못한 선물을 받은 아내는 눈시울이 붉어진다. 그녀의 눈에서 눈물방울이 맺히기도 전인데, 이미 내 눈에서는 눈물이 흐른다.

며칠 전에는 유명가수와 치매가 깊어진 그의 아내의 이야기가 나왔다. 자기 스케쥴을 소화하는 틈틈이 아내의 병수발을 하는 그는, 아내가 아직은 자기를 알아보고 필요로 하는 것을 고마워한다. 이 상태라도 오래오래 자기 곁에 있어 주기를…. 그녀를 주제로 만든 신곡을 듀엣으로 부르는 부부에게 대부분의 관객이 따스한 공감의 눈물을 보냈다. 그 순간만큼은 나도 신성한 정화의식에 참여한 것 같았다.

젊을 때는 무엇을 보든 내용을 분석하고 비평하기 바빴는데, 요즘은 오디션 음악 프로그램을 보다 가도, 영화를 보거나 책을 읽다 가도, 시도 때도 없이 흐르는 눈물을 제어하기 어렵다. 공자님 말씀이 이순이 되면 귀가 순해져서 어떤 말이든 편하게 받아들인다던데, 칠순이 넘은 이제야 감정이 순화되어 주인공과 나를 동일시하게 된 탓인가 좋은 쪽으로 해석했다.

어느 날부터인가 눈이 유난히 뻑뻑하고 뭐라 말하기 어렵게 불편하다. 안과에 가서 진료를 했더니 안구 건조증이란다. 눈물이 이렇게나 많아졌는데요? 물었더니 눈물이 너무 나는 것도, 안 나는 것도 다 같은 증세라고 한다. 진찰을 마친 후, 의사는 겨우 '인공 눈물'을 처방해 주었다.

설마 그 모든 것이 안구 건조증 때문이라고는 단 한 번도 생각을 하지 않았기에 난감하기 그지없었다. 겨우 그런 까닭일 리가 없다. 감정정화가 아니고 오히려 노화 탓이라니, 아직도 나는 이해가 안 된다. 김해미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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