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늙는 법’ 배우 김보연의 가방에는…?[왓츠인마이백④]

이유진 기자 2024. 2. 1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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웰에이징의 대표주자 배우 김보연씨의 가방에는 무엇이 들어 있을까?

1974년 영화 <애정이 꽃피는 계절>로 데뷔한 배우 김보연씨(67)가 올해로 50주년 연기 인생을 맞았다. 그는 어떤 대본 속 캐릭터든 자신의 손에 들어오면 살려내고야 마는 ‘화타’ 같은 연기자다. 한없이 온화하고 너그러운 종갓집 며느리가 되기도 하고, 스릴러를 방불케 하는 표독스러운 시어머니가 되기도 했다. 때로는 아들과 다름없는 스무 살 연하남과 로맨스 ‘케미스트리’를 만들어냈다. 평범한 생활 연기는 되레 어울리지 않는, 웰에이징의 대표주자 김보연씨의 가방에는 무엇이 들어 있을까?

“내일모레면 칠십이에요. 젊어 보이기보다 건강해 보여야 하는 나이죠.”

날렵한 턱선, 풍성한 머리숱, 꼿꼿한 자세…. 도무지 제 나이로 보이지 않는 그를 만날 때마다 사람들은 묻는다. “영양제 뭐 먹어요?” “운동 뭐해요?” “화장품은 뭐 발라요?” 김보연씨는 진정한 안티에이징을 바란다면 건강 관리가 우선이라고 강조한다. 관리나 시술을 받고 가꾼다면 피부나 체형 같은 외형은 단기간은 좋아질 수 있다. 그러나 그 어떤 고가의 관리도 3개월 이상 유지되는 것은 없단다.

배우 김보연씨는 안티에이징보다 웰에이징을 지향한다. 건강 관리(이너뷰티)를 우선으로 하는 이유다. 헤어/손유정(까라디) 의상/ 트렌타트레(Oliver 올리버)

“진정한 안티에이징은 건강과 스트레스 관리가 첫 번째예요. 나이 든 피부에 마사지나 레이저 시술만 열심히 한다고 좋아질까요? 주름만 생겨요. 손을 최대한 덜 대는 것이 좋아요. 그 대신 속 건강을 챙겨야 몸과 피부에 윤기와 활력이 도는 거거든요.”

그는 애용하는 스킨케어 제품도 따로 없다. 지인의 선물 등 그때그때 생기는 것들을 바른다. 값비싼 고농축 성분의 화장품이 피부에 과유불급이라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제 화장대를 보면 이렇다 할 제품이 없이 자잘한 샘플만 즐비해요. 그마저도 떨어지면 만원짜리 저렴한 크림을 사서 발라요. 요즘 화장품 싸고 좋은 것 많이 나오던데요? 지금 쓰고 있는 블러셔는 무려 10년 전에 조카가 준 거예요. 새로 사려 해도 단종되어 없더라고요. 그렇게 피부를 길들이는 거죠 뭐.”

“삼시 세끼 골고루 먹지만 폭식하지 않는다” 그는 여전히 20대 시절 건강한 몸무게를 유지하고 있다. 사진/ 이유진 기자 헤어/손유정(까라디) 의상/ 트렌타트레(Oliver 올리버)

그가 신경쓰는 관리는 주 3회 운동과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 골고루 담긴 다양한 식재료를 적당히 먹는 것이다. 좋아하는 빵도, 아이스크림도 참지 않는다. 대신 폭식은 하지 않고 하루에 한 번, 네 등분 중 하나를 쪼개어 먹는다. 그가 40㎏대 후반 몸무게를, 처지지 않은 턱선을 유지하는 비결이다.

“언니와 동생이 미국에 살아서 자주 방문해요. 그때마다 보이는 한 노숙인이 있었거든요. 늘 쓰레기통에서 유통기한이 지난 음식을 주워 먹는 사람인데, 몇년에 한 번씩 갈 때마다 눈에 띄어요. 사는 환경치고는 특별히 쇠약해진 모습을 볼 수 없어요. 그 사람을 보면서 ‘가리지 않고 여러 가지 먹어야 건강하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털털한 성격의 그가 가방조차 들고 다니지 않는 시절이 있었다. 반면 최근에는 가방 속 물건이 하나둘 많아지고 있다. 나이가 주는 자연스러운 변화다. 사진/ 이유진 기자 헤어/손유정(까라디) 의상/ 트렌타트레(Oliver 올리버)

극단적인 예시지만 그의 말은 몸에 좋은 음식만 찾아 먹는다고 건강이 무조건 따라오는 건 아니라는 것에 힘이 실렸다. 좋은 음식보다는 ‘다양한’ 음식을 먹는 것이 필요하다. 운동도 마찬가지다. 무조건 열심히 한다고 건강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이 나이가 되면서 무조건 몸에 좋은 것은 없다는 걸 느껴요. 아무리 운동이 좋아도 너무 맹신하고 매몰되면 안 돼요. 적당히 운동하고 건강 검진도 잘 받고 병원을 잘 다니는 버릇을 길러야 큰 병을 앓지 않아요.”

배우 김보연씨의 ‘What’s in my bag?’ 사진 이유진 기자

김보연씨의 가방 안에서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은 단팥빵이었다. 그는 세상에서 제일 싫은 느낌이 ‘허기’란다.

“열심히 작품 활동하던 20대에는 주식이 김밥이었어요. 늘 허기가 져 있었고 위염을 달고 살았죠. 이제 삼시 세끼 잘 챙겨 먹고 다니고 위도 좋아졌지만 배가 고프면 그때 생각이 나서 영 기분이 좋지 않아요. 간식은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가방 속 필수품이에요.”

‘없으면 없는 대로….’ 털털한 성격의 그가 가방조차 들고 다니지 않는 시절이 있었다. 반면 최근에는 가방 속 물건이 하나둘 많아지고 있다. 나이가 주는 자연스러운 변화다. 마스크와 손 소독제 그리고 손수건은 꼭 챙긴다. 귀찮아서 먹지 않았던 비타민 영양제 한두 포 챙겨 넣는다. 장소에 상관없이 상·하체 근력 운동을 할 수 있는 밴드도 잊지 않는다. 깜빡 잊어버릴 수 있는 것들을 적기 위한 메모지와 볼펜을 챙기는 것도 근래 생겨난 버릇이다. 그리고 과거에 챙기지 않았던 또 한 가지, 손톱 정리 용품이다.

나이 드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나를 위해 작은 것을 챙겨나가는 것도 웰에이징의 하나다. 사진/ 이유진 기자 헤어/손유정(까라디) 의상/ 트렌타트레(Oliver 올리버)

“나이가 드니까 손톱이 약해지는 것 같아요. 외출했는데 불시에 손톱이 갈라지거나 깨졌을 때 다듬기 위한 도구로 가지고 다녀요. 나이 드는 것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나를 위해 작은 것을 챙겨나가는 것도 웰에이징의 하나라고 생각해요.”

김보연씨는 옷이나 가방 쇼핑은 일절 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대신 좋은 사람들과 맛있는 음식을 나눠 먹고, 어려운 이들을 한 번 더 돌아보는 데에 아낌없이 쓴다. 순간의 기쁨보다는 나눔의 여운이 더 좋단다. “철이 들면 늙는다는데, 나 늙나 봐.” 그의 웃음이 그 어느 때보다 건강해 보인다.

이유진 기자 882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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