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M엔터·멜론 인수 손실 털어내…'최혜령표 깐깐 회계' 시장은 웃었다

손엄지 기자 2024. 2. 16. 0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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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느슨했던 투자 프로세스를 재점검하면서 확인하는 과정 거쳐"
인수 기업 가치 부풀리는 회계 견제…카카오 쇄신에 주가 7.8% 상승 마감
최혜령 카카오 CFO

(서울=뉴스1) 손엄지 기자 = 카카오(035720)가 지난해 1조497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고 발표했지만 주가는 오히려 급등했다.

이번 당기순손실은 자산을 보수적으로 재평가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비용 때문으로, 오히려 재무건전성이 강화됐다는 평가가 나왔기 때문이다.

16일 최혜령 카카오 최고재무책임자(CFO)는 15일 열린 카카오 실적 콘퍼런스콜에서 "작년 하반기부터 다소 느슨했던 투자 프로세스를 카카오 스스로 재점검하면서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다"고 말했다.

카카오는 지난해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이 적자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SM엔터테인먼트(041510), 멜론 등 카카오가 인수한 기업의 가치를 보수적으로 재산정하면서 영업 외 비용이 크게 발생한 영향이다.

지난해 4분기 발생한 카카오 기타 비용 내용

지난 4분기 영업권 손상 1조3884억원, PPA(매수가격배분) 손상 2703억원을 기타비용에 반영했다.

영업권은 기업을 인수할 때 해당 기업의 실제 순자산 가치보다 더 많은 금액을 지불할 때 발생하는 가치다. 이는 기업의 미래 수익성이나 성장성 등을 고려해 결정한다.

PPA는 영업권과 비슷하지만 좀 더 구체적인 무형자산일 때 사용한다. 예를 들어 엔터테인먼트 회사가 아티스트와 계약을 할 때 향후 10년 간 벌어들일 수익은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다. 이를 PPA로 분류한다.

카카오는 이번 회계 처리 과정에서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타파스, 멜론 등의 영업권 손상차손이 8892억원이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인수 시점 대비 영업 환경이 크게 변화했고, 글로벌 사업 진출도 늦어지고 있는 점을 감안했다.

카카오게임즈(293490) 역시 기대매출을 조정하면서 영업권과 PPA를 포함해 약 4310억원을 손상 처리했고, SM엔터의 경우 인수가 대비 주가 하락분을 반영해 2547억원을 손상에 반영했다.

다만, 회사의 무형자산 가치를 축소했다고 기업의 가치가 떨어진 것은 아니다. 영업권과 PPA는 무형자산으로 영업에 따른 손실이 아니기 때문에 현금흐름과도 무관하다.

일부 기업들은 무형자산의 가치를 부풀려 경영 성과가 좋은 것처럼 꾸민다. 카카오는 기업의 가치를 최대한 보수적으로 산정해 이 같은 논란을 원천 차단했다. 당장은 실적이 안 좋아보여도 리스크를 털고 가겠다는 의지다.

최 CFO는 "대규모 손상은 과거 연말마다 회계 기준에 의해 의례적으로 인식하던 손상과는 성격이 다른 배경에서 이뤄졌다"면서 "카카오가 진출한 엔터테인먼트나 게임 분야의 경쟁력이나 사업 전망, 전략이 바뀐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또 카카오는 매출을 인식하는 방법을 총액법에서 순액법으로 바꾸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순액법이란 매출에서 내부거래로 인한 수익과 비용을 상계해 순액으로 표시하는 방식이다. 순액법으로 매출 기준을 변경하면 매출은 줄어들지만 영업이익률은 늘어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가맹택시 매출 인식을 순액법으로 변경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고, 선물하기와 메이커스 사업에서도 이런 회계 기준 변경을 외부 전문가와 논의 중이다.

아울러 카카오 연결기준으로 매출연동비에 포함했던 SM엔터의 지급수수료 비용 일부를 인건비와 외주용역비로 변환했다. 항목을 구체화해서 회계 투명성을 강화한 것이다.

최 CFO는 지난해 11월 카카오에 합류했다. 법인카드로 게임 아이템 1억원어치를 결제해 정직 처분이 내려졌던 김기홍 전 CFO의 자리로 왔다.

그는 삼일회계법인 출신 회계사이면서 지난해까지 외국계 투자은행(IB)에 몸담았다는 점에서 선진적이고 강도 높은 내부 통제에 나서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번 실적 발표에서 드러난 최 CFO의 회계 처리는 카카오의 경영 투명성 강화에 힘을 실을 것으로 보인다. 인수 기업의 가치를 과도하게 부풀리는 것을 견제하겠다는 의지도 확인할 수 있다.

리스크를 털어낸 카카오의 실적에 시장은 환호했다. 실적 발표날 카카오의 주가는 전일 대비 7.83% 상승 마감했다.

eo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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