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농민시위에 ‘백기’…기후정책서 농업규제 철회

이종석(벨기에 브뤼셀 특파원) 기자 2024. 2. 16.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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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럽 전역을 뒤흔든 농민시위에 유럽연합(EU)과 주요국 정부가 사실상 '백기'를 들었다.

농업분야에 적용될 예정이던 온실가스 배출량과 농약 사용량 감축 목표치가 실제 정책에서 제외되며 시위 열기가 한풀 수그러들었다.

이달초 EU 집행위원회가 발표한 'EU 2040년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에서 농업분야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는 최종적으로 반영되지 않았다.

EU 주요국 농민들은 1월 중순부터 농업분야에 가해진 각종 환경 규제에 반발하며 시위를 지속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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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가스 감축 목표 미반영
농약 사용량 줄이기도 삭제
탄소배출 비용 부담 백지화
농산물값 보장 시위는 계속
이달초 벨기에 브뤼셀 시가지에서 진행했던 농민들의 트랙터시위.

최근 유럽 전역을 뒤흔든 농민시위에 유럽연합(EU)과 주요국 정부가 사실상 ‘백기’를 들었다.

농업분야에 적용될 예정이던 온실가스 배출량과 농약 사용량 감축 목표치가 실제 정책에서 제외되며 시위 열기가 한풀 수그러들었다. 하지만 일부 국가에서는 농산물 수취가 보장과 외국산 농산물 수입 축소를 요구하는 농민 목소리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1~2월 농민시위 발생 유럽 국가. 유락티브

이달초 EU 집행위원회가 발표한 ‘EU 2040년 온실가스 감축 로드맵’에서 농업분야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는 최종적으로 반영되지 않았다.

EU 집행위가 발표한 로드맵에서 농업분야에 대한 의무는 크게 축소됐다. 공식 발표 전 유출된 자료에는 2040년 농업부문의 비이산화탄소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5년보다 30% 이상 감축한다는 계획이 담겼지만 최종안에선 해당 내용이 빠졌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주요 산업분야로 농업, 특히 축산업을 지목했던 대목도 삭제됐다. 육류와 유제품 섭취를 축소하고 대체 단백질 식단을 권장한다는 내용과 농업부문에 탄소 배출 비용을 적용해 지속 가능한 농식품 가치사슬을 만든다는 계획 역시 철회됐다.

이에 대해 영국 ‘파이낸셜타임스’ 등의 매체는 “프랑스·독일·벨기에·이탈리아 등에서 농민들이 광범위한 시위를 벌인 데 따라 EU가 농민들의 반발을 잠재우기 위해 농업분야 권장 목표를 폐기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EU 주요국 농민들은 1월 중순부터 농업분야에 가해진 각종 환경 규제에 반발하며 시위를 지속해왔다. 특히 프랑스·독일 정부가 올해 예산에서 농업용 면세유 지원을 제외한 것이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EU가 ‘그린딜(Green Deal)’을 추진하며 농약 사용량과 질소 배출량을 과도하게 규제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EU 의회에 상정됐던 ‘지속 가능한 살충제 사용 규제’ 관련 법안도 이달초 폐기됐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강력히 추진하던 정책이다.

법안의 골자는 2030년 살충제 사용량을 2015∼2017년 평균의 절반 수준으로 감축한다는 것이다. 농민시위가 지속됨에 따라 EU 의회 내 최대 정치그룹이며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이 소속된 유럽국민당(EPP)이 법안에 최종적으로 반대했다. 다만 집행위는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수렴해 새로운 법안을 제안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뒀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EU로 유입되고 있는 우크라이나산 농산물에 대해서도 ‘방파제’가 마련된다.

EU 집행위는 우크라이나산 농산물 수입 급증으로 회원국에 피해가 발생하면 신속한 시정조치를 허용하기로 했다. 특히 설탕·가금류와 같은 민감품목에 대해서는 2022∼2023년 평균 수입량을 초과할 경우 자동으로 관세를 부과할 방침이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남미공동시장인 메르코수르(Mercosur) 농민들에게 EU와 유사한 환경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면 EU와 메르코수르 사이의 자유무역협정(FTA)을 거부하겠다고도 발표했다.

이밖에 EU의 공동농업정책(CAP)은 휴경지 4% 유지요건을 준수해야 보조금을 지원받을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으나, EU 집행위는 이 의무를 올해말까지 유예하기로 했다.

유럽농민·농협연합(Copa-Cogeca·코파코제카)은 “휴경지 의무 완화조치는 환영하지만, 농사 일정을 고려하지 않은 때늦은 발표”라는 의견을 내놓기도 했다.

EU 집행위 차원의 농업 지원대책이 제시됐지만, 유럽 농민시위 자체가 중단된 것은 아니다. 벨기에 농민들은 유통업체를 대상으로 정당한 농산물 가격 보장을 요구하고 있다. 폴란드 등 동유럽 일부 국가에서도 농민시위가 지속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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