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282] ‘경기(景氣)’와 ‘여기(戾氣)’
늘 강아지가 문제였을까. 이른바 ‘개’가 출현하는 한자가 많다. 그중에서도 개가 어디로부터 나가려고 하는 동작과 관련이 있는 글자가 우선 돌(突)이다. 구멍[穴]에서 밖으로 뛰쳐나가려는 개[犬]의 모습으로 급한 상황을 그렸다.
다음은 려(戾)라는 글자다. 문[戶] 아래 틈으로 개[犬]가 비집고 나가려는 모습을 그렸다고 푼다. 그로써 이 글자가 얻은 뜻은 ‘비틀어지다’ ‘어긋나다’ ‘뒤집히다’ 등이다. ‘여기(戾氣)’라고 적는 단어가 대표적이다. 이 말은 상황이 비틀어지거나 계속 어긋나다가 폭력적인 행위로 이어지는 현상을 말할 때 자주 등장한다. 동양 의료계에서도 곧잘 쓰는 말이다. 요즘 자주 사용치는 않으나, 어긋나고 비틀어진 상황을 괴려(乖戾)라고 했다.
폭려(暴戾)라는 말도 그런 기운을 지닌 사람 등이 드러내는 흉포함을 가리킨다. 바르고 좋은 기운인 정기(正氣)와 반대여서 흔히 나쁜 기운, 사기(邪氣)라고도 한다. 이런 기운을 가리키는 말은 귀기(鬼氣), 살기(殺氣) 등도 있다.
삶이 녹록지 않을 때, 형편이 극히 나빠질 때 사회적으로는 이런 ‘여기’가 팽배해지는가 보다. 경제 사정을 일컫는 말이 마침 경기(景氣)다. 따뜻한 기운을 말하는 단어였다가 아예 경제 형편을 가리키는 말로 자리 잡았다.
요즘 중국에서는 ‘경기’가 곤두박질치면서 ‘여기’가 기승을 부린다는 말이 나온다. 사람들끼리 갈등과 반목이 심해져 걸핏하면 충돌과 폭력으로 이어지는 현상이 잦단다. 주머니가 비어가니 사람들이 사나워지고 있다는 얘기다.
문틈으로 개가 뛰쳐나가는 ‘려’라는 글자에 ‘삼 수(氵)’를 더하면 공교롭게도 ‘눈물 루(淚)’다. ‘여기’가 기승을 부리면 약자의 설움은 눈물로 번진다는 얘길까. 곤궁한 중국인들의 울음소리가 높아진다. 한국 사회 ‘여기’의 생산 기지, 여의도 국회가 살펴야 할 글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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