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진의 가창신공] 최성수, 은유의 격이 다른 '음유시인'

조성진 기자 2024. 2. 15. 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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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라드‧트로트에서 EDM‧랩까지 폭넓은 촉수
시의 가사화 통해 우리말 깊이‧품격 더하려 해
시사랑회로부터 ‘음유시인상’ 수상
미발표곡 160여곡 이상
김호중 위해 발라드 곡 쓰기도
자신의 4대 베스트송 ‘그대는 모르시더이다’
‘남남’ ‘풀잎사랑’ ‘위스키 온더락’
연평균 50~60회 이상 공연
공연전 2시간 이상 워밍업 ‘완벽주의자’
27일 ‘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과 협연
BTS, (여자)아이들, 에드 시런, 잔나비, 지코 좋아해
“아내는 최고의 인생파트너‧어드바이저”
“지금까지 쓴 곡으로 ‘뮤지컬’ 만들어보고 싶어”
사진=조성진

[스포츠한국 조성진 기자] SK텔레콤이 20238월 공식 유튜브에 올린 '산으로 간 갤럭시Z 플립5'라는 휴대폰 광고 영상엔 최성수가 출연해 자신의 히트곡 '풀잎사랑'"그대는 플립 플립 플립/나는 청년 청년 청년/사랑해~ 플립 만을~"이라고 개사한 '플립사랑'을 부르는 장면이 등장한다. 유머러스한 분위기의 이 광고영상으로 최성수는 10대들 사이에서도 친숙한 존재로 떠오르고 있다.

가수이자 건국대 교수(문화콘텐츠학)이기도 한 최성수(64)2023년에 데뷔 40주년을 맞이했다. 2024년은 '10년 후 50주년'이란 또 다른 도약을 위한 출발의 해이기도 하다.

최성수 교수는 2023'당신이 좋더라구요''속초에서'란 데뷔 40주년 기념 신곡을 발매했다. 원곡은 기형도 시인의 '질투는 나의 힘''빈집'에 곡을 붙인 것이었다. 그러나 기형도 측으로부터 곡에 시를 사용하는 걸 허락받지 못해 '질투는 나의 힘''당신이 좋더라구요', '빈집''속초에서'로 바뀌게 됐다.

오는 27()엔 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지휘 이동훈)과 자신의 히트곡 중심으로 협연 무대를 꾸민다. 예전부터 최성수 교수는 KBS국악관현악단 등 몇몇 국악단과 협연하며 대중가요와 국악의 교류를 꾸준히 시도해왔다. 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과의 협연에선 '동행' '위스키 온더락' '달이 떴다고 전화를 주시다네요' '풀잎사랑' 등 여러 히트곡을 무대에 올릴 예정이다.

3월에도 몇몇 공연이 예정돼 있고 좀 더 준비되면 오랜만에 단독콘서트도 개최하려고 한다.

음악가는 역시 공연 아니던가. 최성수 또한 연평균 50~60회 이상 공연을 하고 있다. 어떠한 무대에서도 '삑사리'가 나면 안 된다는 각오로 무대에 서기 전까지 쉴 새 없이 목을 푼다. 무대 규모와 관계없이 평균 2시간 이상 워밍업한다. 지방 공연을 위해 목적지로 이동하는 차 안에서 도착할 때까지 쉴 새 없이 꽥꽥거리며 목을 푼다. 그만큼 '프로'로서 자신에게 엄격하려고 한다.

사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최성수 교수는 60대임에도 족히 20년은 젊어 보이는 '동안'이다. 언행에서 품격이 엿보일 뿐 아니라 옷 잘 입는 패셔니스타이기도 하다. '잘 생겼다' '귀티 난다' '신사 같다' '목소리 좋다' '격조 있다' 등 최성수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괜히 생긴 게 아니다. 술 담배를 하지 않는다고 하는데 아마 이것도 건강을 유지하는 비결 중 하나로 보인다.

지난 13일 자 스포츠한국에서 예고한 바와 같이 '조성진의 가창신공'에선 이태원 모처에서 가수 최성수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최성수 교수가 들고 다니는 가방엔 두툼한 악보집이 한 권 있다. 작업 중인 곡들을 담은 노트인데, 언제나 함께하는 노트다 보니 손때가 잔뜩 묻어 있었다. 지금까지 많은 히트곡을 발표했음에도 아직 공개되지 않은 곡도 많았다. 그는 시에 멜로디를 붙이는 작업에 애정을 쏟고 있는데 이렇게 써놓은 노래만 163곡 이상이다. 그럼에도 매일 새로운 곡 쓰기를 늦추지 않는다.

발라드트로트에서 EDM랩까지 폭넓은 촉수를 자랑한다.

"예전엔, 먼저 멜로디 만들고 가사를 붙이는 방식을 추구했지만, 지금은 가사에 멜로디를 붙이며 작업하고 있습니다."

최성수가 시를 좋아한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명동 '쉘부르' 시절부터 에세이시집 등 하루에 한 권씩 닥치는 대로 책을 읽으려 했고 지금도 국내의 여러 시인과 교류하며 대중가요의 노랫말에 운치와 은유를 더하고자 노력 중이다. 2023년 시사랑문화인협의회(시사랑회)로부터 '음유시인상'을 받기도 했다.

"시인들이 가진 우리말의 깊이와 품격을 대중음악 가사에 적극 활용하려고 합니다. 좋은 시를 더 많이 알릴 수 있기도 하니까요."

2021년에 발표한 '혼술'도 이원필 시인의 시에 멜로디를 붙였다. 최성수 교수 집은 이태원 몬드리안 호텔과 가까워 이곳을 자주 찾아 커피 한잔 마시며 곡을 정리하곤 했다. '혼술'도 이곳에서 완성한 것. 최성수 교수가 사는 집 건너편에 이원필 시인이 살고 있었다. 그래서 자주 어울려 차 한잔하는 사이가 됐는데, 어느 날 이원필 시인이 시 하나를 건네며 읽어보라고 했고 최성수 교수는 읽는 순간 시가 너무 좋아 즉석에서 악상이 떠올라 멜로디를 붙인 게 '혼술'이다.

"혼술도 인생입니다. 그래서 한잔해요

산다는 것이 옆에 꼭 누가 있어야 하나 봐요

사랑이 떠나가네요. 세월도 또 가구요

정을 준 사람 마음 준 사람 술잔에 있어요

혼자 마신 술잔 위에 마주 앉은 내 그림자

가슴에 숨겨놓은 외로운 섬 하나

너무나 보고 싶어서 혼자 한잔 했답니다

술은 입으로 사랑은 눈에

하지만 그댄 없어요

혼술은 아프답니다. 다정한 어깨 그리워요

산다는 것은 주거니 받고 기대며 사는 거래요

행복을 그려요. 꿈에서도 당신과

나 한잔 당신 한잔 그대 눈동자에 건배

낮부터 내리는 비에 술 한 잔이 땡겼어요

행여 살다가 힘이 들 때는 노래나 부르자구요

인생은 짧고 술잔은 비고

나는 별을 마셔요."

최성수 교수는 향후 '향수' 같은 곡을 꼭 써보고 싶다고 했다. 오랫동안 가슴에 남는.

"저는 노골적인 건 질색입니다. 직접적인 것보다 다의적이고 은근한 표현을 좋아해요. 듣는 이에게 다양한 상상력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곡을 써보고 싶은 이유죠. 시를 가사에 많이 사용하려고 하는 것도 이 때문입니다."

박인수이동원이 부른 '향수'는 원래 최성수에게 곡 작업 의뢰가 처음 들어왔다. 1987년경 KBS PD가 최성수에게 해금된 시인 정지용의 '향수'를 건네며 "여기에 곡을 붙이면 좋을 것 같다"고 써보라고 했던 것이다.

"그런데 막상 곡을 써보려 하니 쉽지 않았어요. '향수'란 시가 지닌 문구도 너무 좋았고 또한 거기에 멜로디를 붙이려고 하니 너무 어려운 것이었어요. 고민하고 고민하다가 결국 못하겠다고 했어요. 얼마 후 작곡가 김희갑 선생이 곡을 완성했는데, 처음 이 곡을 듣곤 충격을 받았어요. 시의 문구 하나하나에 기가 막히게 잘 녹여낸 멜로디 하며 곡의 완성도가 너무 좋았기 때문이죠. 이때부터 시에 곡을 붙이는 노력을 해보자란 생각을 하게 됐습니다."

유치환 시인의 '행복'에도 곡을 붙였는데, 이 곡에 대한 각오도 남다르다.

"이젠 박인수이동원 '향수'를 잇는 콜라보 명곡이 나올 때라고 봐요. 유치환 시인의 '행복'이 그 계보를 이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일단 성악가는 송기창(바리톤)을 염두에 두고 있고 대중가수는 누가 좋을지 고민 중입니다."

인터뷰 중 최 교수는 가이드보컬만 완성된 '행복'을 내게 들려주었다. 빈티지한 매력과 특유의 정서를 자극하는 멜로디였다. 송기창 바리톤과는 전혀 다른 결의 허스키 보이스의 여가수가 함께해도 좋을 것 같았고 이와는 또 다르게 아이유도 잘 어울릴 것 같았다.

가수 최성수가 항상 가방에 넣고 다니며 작업하는 악보집.

최성수 교수는 김호중에게 선물하기 위해 쓴 곡이 있다고 했다.

"노래를 워낙 잘하는 가수다 보니 평소에도 김호중에 대해 관심이 많았습니다. 그러던 중 TV조선 '명곡제작소'에 출연해 김호중과 함께 노래해보니 기대했던 것보다 노래를 너무 잘 불러 놀랐어요. 성악가가 갖지 못한 '치기'도 있죠. 여기에서 말하는 '치기'는 뉘앙스를 낼 줄 안다는 뜻입니다. 다시 말해, 김호중은 오랫동안 클래식을 하며 (클래식 음악가들에서 볼 수 있는)잘난 척하는 게 없고, 생활 속에서 길들여진 (서민의)밑바닥 정서의 슬픔, 뭐든지 잘해야 한다는 성공에 대한 갈망이 강해 보였습니다. 다양한 걸 할 수 있는 흡수력도 돋보였죠. '위스키 온더락'을 노래하는 걸 봤는데 너무 잘 부르더군요."

김호중을 위해 쓴 곡은 황동규 시인의 '즐거운 편지'에 곡을 붙인 발라드다. 황동규 시인의 '즐거운 편지'는 발표된 지 수십여년이 흘렀지만 현재까지 한국인이 사랑하는 대표 시 중 하나로 꼽히며 몇몇 영화에도 이 시를 낭송하는 장면이 등장한 바 있다.

"김호중의 근간, 첫 번째 특장점은 클래식인데, 그의 이러한 매력을 (격조있게)대중가요에 잘 녹여내게 하려고 했습니다. 1970년대는 '목련화' '비목' 등에서도 알 수 있듯이 가곡이 대중가요일 만큼 유행하던 시절이었죠. 바로 이런 스타일로 가장 잘 부를 수 있는 가수가 김호중이라고 생각했고 이러한 점을 염두에 두고 김호중에게 특화해 만든 노래입니다."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 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 보리라.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 버린 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그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최성수 교수는 황동규 '즐거운 편지'에 얽힌 놀랍고 감동적인 사연도 들려줬다.

"GP(남북 최전방 감시초소) 근무 중인 군인이 군 생활이 너무 힘들어 턱밑에 총을 겨누고 자살을 시도하려던 순간 벽에 새겨진 이 시를 읽고 살아야겠다고 결심했다고 합니다."

문구 하나하나가 깊은 울림을 주는 시에 최성수 교수가 멜로디를 붙여 자신의 기타 반주와 함께 1차 완성한 가이드보컬 음원을 들려줬는데, 가곡 같은 느낌의 운치격조에 잔잔한 아름다움이 깃든 바로 그 '김호중 표 발라드'란 생각이 들었다. 그간 '진실' '진심'을 노래해온 김호중의 생각과 음악 세계에 잘 맞아떨어져 그 여운이 더할 것으로 기대된다.

최성수는 1960년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서 태어났다. 자가용과 전화가 있던 부유한 가정에서 유년기를 보냈지만, 아버지가 몇 차례 사업에 실패하며 초교 5학년 때 재정이 급격히 기울었다. 가족이 뿔뿔이 흩어지게 됐고 이 때문에 최성수는 문경, 부평, 정선 등 여러 곳으로 이사하며 '감수성 예민한' 10대 시절을 보내야 했다.

어릴 때부터 글을 잘 써 친구들 연애편지를 대필해 줬고 노래도 잘 불렀다. 중학교에 들어가 성가대에서 활동했다. 음악애호가인 큰 누나의 영향으로 다양한 팝송을 접하던 것도 이 무렵부터다.

악기(기타)를 연주하게 된 건 막내 외삼촌의 영향이다. 서울예고 및 서울대 음대에서 국악(대금)을 전공한 외삼촌이 폐결핵으로 입원해 문병하러 갔는데 이때 삼촌 병실에 걸린 클래식 기타를 보고 기타를 배우게 된다.

2 때 잭슨 브라운 'The load out/stay'를 들으며 감동받았고, 지금도 자신의 인생곡으로 꼽을 정도다. 성악가(테너)를 꿈꾸기도 했고 당시 국내에서 유명한 성악가 엄정행을 롤모델 삼아 연습하기도 했다.

이처럼 음악에 빠져 살다 보니 공부를 게을리했고 결국 대학 시험에 세 번이나 실패하고 입대했다. 육군종합행정학교(남성대)에서 복무했는데, 하필이면 최성수가 입대할 즈음 대규모의 골프장을 만들 때라 군 생활을 더욱 고되게 했다.

명동 '쉘부르'는 최성수가 무명 시절 본격적으로 대중 앞에서 노래를 부른 첫 무대다. 코모도스(commodores) 곡을 불러 쉘부르 오디션에 통과한 그는 'Three times a lady', 'Still' 등 코모도스의 대표곡을 무대에서 자주 선보였다. 쉘부르에서 활동하며 DJ 이종환으로부터 다양한 팝음악의 세계를 접할 수 있었다.

"코모도스 'Three times a lady'를 처음 부를 땐 고음이 잘 올라가지 않았어요. 그래서 라이오넬 리치가 가성으로 부르는 줄 알았죠. 그때 심정을 '내가 죽고 싶다고 느꼈을 때는 코모도스의 노래가 정말 안 될 때였어. 절망했지만 다 괜찮아 지금은 더 잘하니까'라는 내용의 가사로 쓰기도 했습니다."

다양한 팝음악을 노래하던 시절이었지만 또한 음악적으로 자신의 오리지널리티를 찾는 방황기이기도 했다. 목소리가 얇아서 조 코커 노래를 열심히 흉내 내기도 했다. 이처럼 이 가수 저 가수의 명곡들을 열심히 카피하며 최성수 스타일을 만들어 간 것이다.

1980년대 중반부터 '남남' '해후' '동행' '풀잎사랑' 등 여러 히트곡 및 1989KBS 10대가수상을 받는 등 정상의 가수가 됐지만 갑자기 미국 유학길(버클리 음대)에 올라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에 대해 최성수는 "대학을 나오지 못한 콤플렉스가 있었고" 또한 "서태지 등장 이후 더 이상 발라드로는 갈 길이 없다고 여겨 음악적으로 나를 업그레이드하며 돌파구를 찾아보고 싶었다"고 유학 간 이유를 밝혔다.

버클리 음대 학사에 이어 UCLA에서 뮤직비즈니스를 전공했다. 귀국 후 장안대 실용음악 교수로 재직하며 석사 논문을 준비했다. 이렇게 해서 중앙대 예술경영대학원에서 '대학 실용음악 보컬 교육이 학습효과 및 진로 결정에 미치는 영향'으로 2015년 석사 학위를 받았다. 이 논문은 대학의 실용음악 보컬 교육이 어떠한 학습효과를 유발하며, 진로 선택에 어떠한 영향을 주고 있나 분석하고, 보다 나은 교육 방안을 제시하고자 했다. 이를 위해 최 교수는 실용음악대학 졸업생과 재학생을 대상으로 설문을 통한 실증분석을 시도했다.

최성수 교수는 자신을 알린 1'남남/애수'를 가장 애착이 가는 앨범이라고 했고, 베스트곡으론 '그대는 모르시더이다' '남남' '풀잎사랑', 그리고 '위스키 온더락'을 꼽았다.

'그대는 모르시더이다'는 최성수가 어머니 타계 후 처음으로 만든 노래다. 부모라는 존재는 타계하면서 자식의 업을 끊어주시고 가는구나라고 생각해 쓴 곡이다. 이 곡을 부르며 무명이던 자신이 잘 풀린다는 느낌이 들었다.

'풀잎사랑'은 최성수의 시그니처송 이상의 의미가 됐다. 그러나 개인적으론 제일 싫어하는 곡이라고. '사랑해~'라는 부분에서 음역이 잘 올라가지 않아 악을 쓰며 불렀고 노래를 들을 때 종종 오글거리기도 했기 때문. 물론 이제 이 곡에 대한 고마움이 앞선다. 긍정적인 메시지와 좋은 멜로디로 항상 분위기를 밝게 만들어 주며 이 노래로 휴대폰 광고까지 찍기도 했으니까.

"위스키 온더락은 제겐 참 감사한 곡입니다. 이 노래가 없었으면 제 유학 생활도 추억하기 힘들었을 겁니다."

'위스키 온더락'은 미국 유학 시절인 2000년에 쓴 곡이다. 최성수 나이 만 40세가 되던 20005월 보스턴의 한 술집에서 위스키 온더락을 주문했다. 시험 기간이라 고민도 많았고 자신감도 떨어져 힘들던 시절이었다. 보스턴은 5월에도 눈이 내리는 곳이라 최성수라는 음악가에겐 이 모든 게 더욱 감성을 자극했던 것. '글래머러스한' 바텐더가 위스키 온더락을 따라 주며 특유의 술집 분위기에 취해 떠오른 악상을 정리한 게 이 곡이다. 그러나 가사를 여러 차례 뜯어고치며 100% 노래로 완성한 건 2001년이다.

"저는 젊을 때부터 술을 잘 못했어요. 체질상 술이 몸에 받질 않기 때문이죠. 와인 한 잔만 마셔도 밤새 술 냄새가 날 정도예요. 단지 술로 폼 잡는 걸 좋아할 뿐입니다.(웃음) 그러고 보니 제 곡에 술을 노래한 게 꽤 되는 것 같네요. 저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애주가인 줄 착각할 만도 하군요.(웃음)"

"지금까지 제가 발표한 노래 중엔 빠른 곡이 별로 없었어요. '기쁜 우리 사랑' 등 손에 꼽을 정도죠. 어느 날 빠른 곡이 있으면 공연에 활력을 불어넣기도 좋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는데 그나마 유학 시절에 썼던 '위스키 온더락'이 있어 공연 흐름상 아주 좋은 것 같아요."

작업실.

최성수 교수는 마틴(Martin) 기타 애호가다. '동행' '만남' '해후' 등이 모두 마틴 D-28 마마스앤파파스 아티스트 시리즈로 썼다. 현재 마틴 D-41, 마틴 D-28 마마스앤파파스 아티스트 시리즈 외에 문찬호 기타 등 6대의 기타를 보유하고 있다.

일렉기타를 연주하고 싶어 깁슨 ES-335를 샀지만, 자신의 감성과는 맞질 않아 처분했다. 테일러 811을 구매했지만, 카포를 끼고 연주할 때마다 튜닝이 틀어져 이 기타도 바로 처분했다. 갖고 있던 마틴 D-28LA기타센터에서 마틴 D-41과 바꿔 지금까지 애용하고 있다. 최성수 교수는 미국 체류 시절 마틴기타 공장이 있는 펜실베니아 나자레스 옆 동네에서 살았다. 마틴 D-41을 이곳 공장으로 가서 시리얼 넘버 등록하고 AS를 받기도 했다.

젊은 학생들을 상대로 강의하는 만큼 최근 음악에도 관심을 늦추지 않으려 한다. 아이돌그룹 중에선 여전히 BTS를 가장 좋아한다. 걸그룹 중엔 (여자)아이들 '퀸카(Queencard)'를 특히 인상 깊게 들었다고. "(여자)아이들은 노래를 참 잘 만드는 것 같아요."

"에드 시런도 좋아합니다. 하루에 13~4시간 이상 에드 시런만 들었을 정도니까요. 개인적으로도 이런 스타일의 싱어송라이터를 좋아합니다."

"후배 음악인 중에선 잔나비, 지코 등을 좋아해요. 제 곡들이 의외로 힙합과 만나 또 다른 매력을 발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EDM힙합 뮤지션들과도 적극 콜라보하고 싶어요."

"뭐를 하더라도 성공했느냐의 유무는 (상대)눈빛으로 알 수 있어요. 강의가 좋으면 학생들의 눈빛도 달라지는 것이고 감동적인 공연 또한 관객의 눈빛부터 다르기 때문이죠. 강의를 마치고 학생들의 눈빛을 볼 때 이러한 뿌듯함, 보람을 느낍니다."

최성수는 알아주는 카매니아이기도 하다. 1980년대 중반 르망을 시작으로 스텔라, 콩코드, 그랜저 등의 국산 차에서 사브를 시작으로 메르세데스 벤츠 280, 재규어, BMW540, 아우디RS6, 페라리, 포르쉐, 마세라티, 벤틀리 컨티넨탈 GT, 맥라렌SLR까지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차를 경험했다. 미국 체류 중 서킷 경험까지 할 정도로. 하지만 이젠 럭셔리카보다 카니발, 전기차 등에 끌린다고 했다.

자동차 뿐 아니라 한때 오디오에 심취해 각종 명기를 컬렉션하기도 했다. 물론 지금은 자동차와 오디오 모두 손을 뗐지만.

"골프도 무척 좋아했지만 좋아하는 만큼 증오할 때도 있습니다. 골프에 투자하는 열정만큼 피아노에 바쳤으면 어땠겠느냔 생각이 들 때가 있기 때문이죠.(웃음)"

'노량', '서울의봄' 등등 1000만 관객 영화는 다 보는 편이다. 인생 영화는 '어바웃 타임''백투더퓨처'라고. "만일 제가 어릴 때 '백투더퓨처'가 나왔다면 내 인생도 달라졌을 수 있습니다."

아내가 드라마를 좋아해 집에 있을 땐 함께 드라마란 드라마는 빼놓지 않고 보는 편이다. 최 교수는 KBS2 '고려 거란 전쟁' 등 사극을 특히 좋아한다.

2월 27일 부산 공연 포스터.

올해로 아내와 결혼 28년 차가 됐다. 21녀 모두 수재들이다. 큰아들은 결혼과 함께 분가했고 막내아들은 군 복무 중이다. 큰아들은 연세대(경영학) 및 미시간 주립대(경영 마케팅) 졸업 후 비타민 관련 분야에 종사하고 있다. 딸은 뉴욕대(파인아트) 및 서울대 대학원(미술경영) 졸업에 이어 '서울옥션'에서 근무하다 현재 모 기업이 운영하는 갤러리에 재직 중이다. 막내아들 또한 명문 USC 경영대 재학 중 입대한 재원이다.

최성수 교수의 하루는 아침 7시반~8시 기상 후 강아지 밥 주는 걸로 시작한다. 토이푸들(1), 푸들(5), 킹 찰스(12) 등 세 마리를 기르고 있다. 아침은 커피와 빵으로 간단히 해결한다. 식구 모두 아침을 잘 먹지 않는 스타일. 이어 자택 내의 작업실로 가서 곡을 쓰거나 그 외 여러 스케줄을 소화한다. 점심 후 다시 작업실에서 기타 치며 노래 작업을 한다.

아내는 최성수 교수 최고의 인생 파트너이자 어드바이저일 뿐 아니라 가장 든든한 후원자이자 발전적 비판을 아낌없이 해주는 꼭 필요한 '지적질쟁이'.

"당신은 교수니까 책(저작물)은 꼭 써야 한다""아내가 워낙 다그치기도 해 언젠가는 한 권 쓰려고 합니다. 늘 다그침을 받다 보니 진짜로 쓰긴 써야 할 것 같아요.(웃음)"

명동 '쉘부르' 시절부터 최성수에겐 칼국수가 소울푸드다. 명동까지 가지 못할 땐 이태원 인근 칼국수 집을 찾아 1주일에 두 차례 정도 먹을 만큼 칼국수 애호가다. 최백호 이치현 유익종과 함께 노래한 '이번 생은 이대로 살기로 하자'에서도 곡 후반에 "앞이 안 보일 때 내내 먹었던 칼국수나 먹어야겠다"라는 가사가 나올 정도.

"K팝 및 한국 대중음악계는 지금처럼만 가면 너무 행복하고 좋을 것 같아요. 우리 가요가 전 세계인들에게 이렇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는 건 단군 이래 최대의 축복입니다. 쉽게 말해 영국 남자조차 우습게 보던 (콧대 높은)프랑스 여성들이 한국 남자들을 우러러볼 수 있게 됐으니까요. 물론 '아티스트'의 길을 가는 건지 단지 '샐럽'으로만 가는 건지에 대해선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기도 합니다만."

"지금까지 쓴 많은 곡을 중심으로 향후 뮤지컬을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스포츠한국 조성진 기자 corvette-zr-1@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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