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아그라도, 스페이스X도...“非파괴적 혁신으로 새 시장 열어야”

홍준기 기자 2024. 2. 15. 16: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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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BIZ] ‘블루오션 창시자’ 김위찬, 모본 교수 “비아그라, 스페이스X도 비파괴 혁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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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라포스트(La Poste·우정공사)가 내놓은 ‘VSMP(Veiller Sur Mes Parents·우리 부모님을 돌봐주세요)’란 서비스는 대표적인 ‘비(非)파괴적 혁신’ 사례라고 할 수 있어요. 집배원들이 고령자들의 집을 방문해 안부를 확인하고 말벗이 되어주는 서비스인데, 큰 인기를 끌면서 책이나 식사, 처방전 배달까지 서비스 영역이 확대됐습니다.”

프랑스 경영대학원 인시아드의 김위찬(오른쪽) 교수와 러네이 모본 교수는 WEEKLY BIZ 인터뷰에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면서 사회적 문제에 대한 해법까지 제시하는 비파괴적 혁신도 가능하다”며 “최근 주목받는 인공지능(AI) 역시 비파괴적 혁신의 수단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인시아드 블루오션 전략 연구소 제공

‘블루오션’ 전략의 창시자이자 글로벌 경영 전문지인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가 선정한 ‘세계 4대 경영사상가’로도 꼽힌 김위찬·러네이 모본 프랑스 인시아드 경영대학원 교수는 WEEKLY BIZ와 화상으로 만나 ‘비파괴적 혁신’이란 새로운 개념을 소개하며 대표적인 사례로 VSMP 서비스를 꼽았다. 리더는 종종 기존 산업을 없애고, 기존 인력을 줄이는 식의 ‘파괴’에 기반한 창조를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두 교수는 기존 산업의 경계를 넘어선 완전히 새로운 시장의 창조란 뜻의 비파괴적 혁신이 가능하다고 설파한다. VSMP 역시 기존에 있던 서비스 영역을 빼앗지도, 기존의 인력·비용 감축 같은 ‘파괴적’ 결과도 낳지 않은 새로운 서비스의 창조를 보여줬다는 게 두 교수의 설명이다.

그래픽=김의균

◇비아그라부터 스페이스X까지

두 교수의 ‘비파괴적 혁신’이란 개념은 100년도 넘은 경제학 통념을 비튼다. 경제학자 조셉 슘페터는 1912년 발표한 ‘경제발전론’에서 경제발전 과정에서의 기업가의 창조적 파괴 행위를 강조했다. 창조는 곧 파괴를 동반하는 행위라 본 셈이다. 그런데 두 교수는 지난해 5월 내놓은 저서 ‘비욘드 디스럽션(Beyond Disruption·파괴를 넘어서)’에서 기존 시장을 파괴하지 않고 새로운 시장을 창조하는 혁신이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김 교수는 “많은 사람이 슘페터가 말한 기존 시장의 파괴만을 혁신으로 가는 길이라고 여긴다”며 “비파괴적 혁신도 가능하다는 걸 이야기하고 싶었다”고 했다.

재사용 로켓으로 위성·탐사선 발사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춘 일론 머스크의 우주 기업 스페이스X 역시 기존 산업을 완전히 대체하지 않고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비파괴적 혁신의 사례다. 하지만 김 교수와 모본 교수는 “고차원적인 기술을 최초로 개발·적용한 ‘퍼스트 무버(First Mover)’만이 비파괴적 혁신을 달성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했다. 심장 질환 치료제로 개발되던 비아그라가 발기 부전 치료제로 명성을 얻거나, 접착력이 약한 ‘실패작’ 접착제가 포스트잇의 발명으로 이어진 것처럼 ‘우연한 발견’이 비파괴적 혁신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그래픽=김의균

◇‘곰(기존 산업)’의 반격을 피하려면

비파괴적 혁신은 기존 산업을 무너뜨리는 파괴적 혁신 과정에서 곰(영향력이 막강한 기존 사업자)의 ‘반격’을 피하는 데에도 도움이 된다. 파괴적 혁신은 기존 사업자의 강한 반발에 좌초되는 경우가 적잖다는 것이다. 원격 치아 교정 서비스를 제공하던 ‘스마일 다이렉트 클럽(Smile Direct Club·SDC)’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2014년 창업한 이 회사는 원격 의료 기술과 3D 프린팅 기술을 접목해 5000~7000달러에 이르던 교정 비용을 1895달러까지 낮췄다. 하지만 2017년부터 미국 치과 의사들이 “SDC 서비스를 이용하지 말아야 한다”고 권고했고, 이듬해엔 캘리포니아치과위원회의 조사관이 SDC 매장을 수색하기도 했다. 모본 교수는 “소송 비용과 (고객을 안심시키기 위한) 마케팅 비용이 늘면서 결국 SDC는 작년 12월 회사 문을 닫았다”며 “막대한 인력과 영향력을 보유한 기존 사업자를 자극하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보여주는 사례”라고 했다.

한국에서도 이런 사례가 이미 있다. 승합차로 승차 공유 서비스를 제공하려던 ‘타다’ 역시 택시업계의 반발로 사업을 접은 것이다. 김 교수는 “타다가 잘못했다는 것이 아니라 기존 플레이어를 퇴출시키려고 하면 그들의 반발로 인해 치러야 할 비용에 대해서도 고려했어야 한다는 것”이라며 “파괴적 창조로 모든 혁신을 달성할 수 없다는 점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설명했다.

◇인공지능(AI), ‘파괴적 혁신’인가

AI의 발전은 기존 산업과 일자리를 앗아가는 파괴적 혁신이 될 것인가. 이에 대해 두 교수는 “AI와 ‘기존 직업의 소멸’ 같은 파괴적 혁신을 연결 짓는 경우가 많지만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비파괴적 혁신’도 가능하다”고 했다. 이들은 대표적인 사례로 ‘핑안굿닥터’란 원격진료 플랫폼을 꼽았다. 14억 인구 대국 중국에서도 대형 공공 병원 쏠림 현상은 심각한 고민거리였다. 의사 한 명이 하루에 100명이 넘는 환자를 진료하다 보니 평균 진료 시간이 2분 남짓에 그쳤다. 이에 중국 대형 보험사인 핑안보험은 ‘핑안굿닥터’라는 원격진료 플랫폼으로 해법을 제시했다. AI를 통해 기본 진단을 하고, 음성·화상 통화를 통한 의사와의 상담을 곁들이는 서비스다. 핑안굿닥터 덕분에 가벼운 질환을 앓는 환자까지 대형 병원으로 몰리지 않게 됐고, 시골 사람들도 실력 있는 의사들의 원격진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 두 교수는 “중국처럼 의료 인프라가 열악한 나라에선 AI가 새로운 서비스를 창출해 사회적 문제까지 해결했다”며 “AI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비파괴적 혁신’이 가능하다는 걸 보여줬다”고 했다.

지난달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 전시회 ‘CES 2024′에 등장한 AI 기술이 적용된 아기 요람도 비파괴적 혁신 사례로 꼽혔다. 이 요람은 아이의 표정과 울음소리, 심박·호흡을 감지해 아이를 직접 달래주거나, 필요하면 부모를 불러주는 기능을 갖췄다. 김 교수는 “이러한 AI 기반 기계는 기존 산업을 무너뜨리는 파괴적인 속성이 없다”며 “AI 기술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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