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불붙은' 일본, GDP 순위 4위 추락에도 담담

김종훈 기자 2024. 2. 15. 1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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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적인 엔저로 인한 순위 왜곡, 증시 활황으로 충격 완화
15일(현지시간) 일본 도쿄 상가에서 세일 품목을 판매 중인 모습./로이터=뉴스1
일본이 명목 국내총생산(GDP) 순위에서 독일에 세계 3위 자리를 내줬으나 크게 동요하지 않는 분위기다. 최근 도쿄 증시의 기록적인 상승세와 더불어 엔저 현상 때문에 경제규모가 저평가됐다는 분석이 우세한 탓이다. 오히려 독일보다 수년 내 인도에 추월당할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위기 의식이 읽힌다.
일본, 13년 만에 'GDP 세계 3위' 자리 내줬다
15일 일본 내각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명목 GDP는 전년 대비 5.7% 증가한 591조4800억엔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평균 환율 기준 달러로 환산하면 약 4조2000억 달러로, 명목 GDP 순위에서 세계 4위를 차지했던 독일보다 낮아졌다. 지난달 발표된 독일의 지난해 명목 GDP는 4조1200억 유로로, 환산하면 4조5000억 달러였다.

현재 명목 GDP 규모로 세계 경제 1위는 미국이다. 일본은 2010년 전까지 2위였다가 중국에 추월당해 3위로 내려앉았고, 이번엔 독일에 밀려난 것. 이는 예견된 일이기도 하다. 미쓰비시 UFJ 리서치앤컨설팅이 지난해 일본 명목 GDP를 4조2000억 달러로 추산한 바 있다. 당시 아사히, 니혼게이자이(닛케이) 등 언론은 "이번에 독일을 앞서긴 힘들다"고 전망했다.

블룸버그는 독일에 이어 인도가 일본을 추월할 가능성을 조명했다. 매체는 인도가 2026년 명목 GDP 5조 달러, 이듬해 5조4000억 달러를 달성해 일본과 독일을 모두 밀어낼 것이란 IMF(국제통화기금) 전망치를 제시했다. 그러면서 "인도는 지난해 인구 수에서 중국을 넘어섰으며 향후 수십년간 성장세를 지속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저출산, 고령화를 겪고 있는 다른 아시아 국가들과 반대로 인도는 생산성 향상과 기술혁신을 이뤄낼 것이란 기대를 받는다"고 했다.

담담한 일본, 자신감 근거는?
그러나 여론은 GDP 순위에 대해서는 담담한 분위기다. 내각부 발표 후 아사히신문은 "이번에 4위로 전락한 이유는 저성장이 장기화된 것도 있지만 역사적인 엔저 현상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명목 GDP 순위는 달러 환산치를 기준으로 매겨지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일본 경제규모가 저평가될 수밖에 없다.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은 150엔 수준으로 3년 사이 30%가량 가치가 떨어졌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위치한 유럽중앙은행(ECB) 본부 전경./로이터=뉴스1

반면 유럽중앙은행(ECB) 금리인상으로 독일 명목 GDP는 상대적으로 고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ECB가 기준금리를 3%에서 4.5%까지 올리면서 유로화 가치는 우상향했다. 다케다 아츠시 이토추연구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환율이 달러당 133엔 이상으로 올라오면 다시 일본이 (독일을) 역전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블룸버그는 내각부 발표 전인 13일 보도에서 "정책당국과 여론 모두 중국에 추월당했던 2010년보다 충격이 덜하다는 반응"이라면서 도쿄 증시 상승세가 완충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쿄 증시 대표지수인 닛케이225 지수는 15일 오전 장중 3만8000선을 웃돌았다. 미즈호 증권의 쿠라모치 야스히코 시장 전략가는 "기업 실적이 전반적으로 개선되고, 향후 증시 전망도 낙관적"이라며 "최근 한 달간의 상승을 기업 실적이 뒷받침하고 있다. (이런 흐름이 계속되면) 역대 최고치 경신도 임박해 보인다"고 전망했다.

진짜 걱정은 "겨울에 옷 안 사고 소비도 안 해"
일본 여론은 GDP 순위보다 소비 약세를 걱정하는 분위기다. 닛케이는 물가변동 영향을 걷어내고 계산한 지난해 4분기(10~12월) 실질계정조정치는 전기 대비 0.1% 감소했다면서 "민간 예측치인 연율 1%를 크게 밑돌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개인 소비가 전기 대비 0.2% 줄었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의류 소비가 줄었고 외식도 감소했다"고 했다.

나가하마 토시히로 다이치생명경제연구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이미 2분기 연속 역성장을 경험한 바 있기 때문에 해외 투자자들은 이번 통계를 기술적 침체로 받아들일 수 있다"며 "노토 반도 지진과 자동차업계 생산중단 문제로 올해 1분기(1~3월) 생산성도 크게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이날 일본 내각부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실질 GDP 성장률은 1.9%로 한국보다 높았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발표한 지난해 한국 GDP 성장률은 1.4%였다. 한국 경제성장률이 일본보다 뒤처진 것은 위환위기였던 1998년 이후 처음이다.

김종훈 기자 ninachum24@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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