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키치, 사보니스…, 패싱 센터의 시대?

김종수 2024. 2. 15.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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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클 조던은 현역시절 4대센터중 한명인 하킴 올라주원을 가리켜 ’스몰포워드다‘라고 말했다. 그만큼 올라주원이 다재다능하고 유니크하다는 것을 에둘러 농담섞어 표현한 것이다. 물론 당시에는 많은 이들이 거기에 고개를 끄덕거린바있다. 당시 올라주원은 '흑표범'이라는 별명으로 불릴만큼 날쎄고 운동능력이 좋았다.


크고 느린 선수들이 많던 당시 센터들과 크게 비교됐다. 거기에 더해 풋워크까지 매우 좋았던지라 포스트업, 페이스업을 자유롭게 구사했는데 특히 포스트인근에서의 부드러운 턴과 다양한 연계동작은 빅맨이 아닌 가드포지션 선수들마저 입을 쩍 벌어지게할만큼 기술 수준이 높았다는 평가다.


거기에 3점슛까지 가지고있던지라 당시의 관점에서보면 스윙맨으로봐도 무리가 없을듯 싶다. 그만큼 각포지션별로 역할분담이 확실하던 시대였다. 센터하면 일단 크고 몸싸움 잘하고 리바운드 잘 잡아주면 최고였다. 국내 지도자 가운데는 아무리 슈팅능력이 뛰어나도 센터가 골밑에서 떨어져서 플레이하면 불호령을 내리는 케이스도 많았다.


때문에 이따금씩 센터가 멋진 패스를 보여주거나 먼거리에서 외곽슛을 성공시키면 관중들 입장에서는 마치 신기한 것을 보았다는 듯 더욱 열광하기 일쑤였다. 농구대잔치 시절 조동기의 노룩패스, 프로농구 원년 제이슨 윌리포드의 3점슛 등이 그랬다. 물론 윌리포드같은 경우 본래 포지션은 스윙맨으로 알려졌지만 국내에서 5번을 보는 선수에 대한 이미지는 그만큼 딱 고정되어있었다고 보는게 맞다.


물론 현시대의 눈으로보면 ’올라주원이 왜 스몰포워드야? 전형적인 센터인데‘라고 말하는 이도 많을 것이다. 당시 올라주원은 별반 특별하게 보이지도 않을만큼 빅맨들의 플레이 스타일이 확 달라진 이유가 크다. 최근 트랜드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센터라도해도 최소한의 슈팅능력과 기동성은 필수다.


정말 규격외 수준이라면 모르겠지만 예전처럼 덩치와 힘으로 가치를 인정받기는 정말 힘들어졌다. 이는 현재 잘나가는 센터들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다. 제2의 올라주원으로 불리는 조엘 엠비드(30‧213cm)는 예전 올라주원보다 훨씬 스윙맨스럽다. 자신의 사이즈와 운동능력을 골밑에서만 발휘하지않는다.


높이와 힘으로 포스트를 지배하는 것은 물론 준수한 볼핸들링과 스텝을 앞세운 폭발적인 돌파도 압권이다. 거기에 미드레인지 점퍼, 3점슛 등 거리를 가리지 않는 슈팅 능력 또한 장착한지라 득점력에 있어서는 타의추종을 불허한다. 지난 2년간 연속 득점왕에 오른 것이 이를 입증한다. 샤킬 오닐 이후 센터가 득점왕에 오른 것은 그가 처음이다.


그 과정에서 빈틈이 생기면 빈공간 동료들의 찬스를 봐주는 등 흡사 키큰 스몰포워드를 연상시킨다. 현시대 최고를 넘어 역대급 센터의 반열을 향해 나아가고있는 니콜라 요키치(28‧211cm)는 한술 더 뜬다. 2014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41순위로 뽑힌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는 기대를 많이 받았던 빅맨은 아니다.


체격과 힘은 좋았지만 평균에도 못미치는 운동능력, 기동성이 평가절하의 원인이 됐다. 실제로 느리고 힘만 좋은 센터의 성공사례는 NBA역사를 둘러봐도 찾아보기 쉽지않다. 하지만 요키치는 그런 기존의 혹평을 빼어난 BQ로 잠재워버렸다. 체격만 센터일뿐 코트를 읽는 눈, 이런저런 기술 등에서는 어지간한 가드를 연상케하는지라 자신의 큰몸을 장점으로 활용해 리그를 대표하는 포인트센터로 우뚝섰다.


요키치는 농구도사로 불린다. 패스, 슈팅, 포스트업까지 다방면에서 뛰어난 능력을 가지고있는지라 상대 수비가 막아내기가 매우 어렵다. 특유의 리듬으로 상대의 움직임을 무너뜨리고 흐름을 가져올줄 안다. 간혹 뻣뻣이 서서 빠르지않은 동작으로 슛을 날리는데 상대는 제대로 반응하지못하고 연신 얻어맞는 경우가 많다. 그만큼 타이밍을 완전히 지배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를 입증하듯 2년연속 정규시즌 MVP를 차지한 것을 비롯 지난시즌에는 소속팀 덴버 너기츠에 사상 첫 파이널 우승의 영광을 안기며 본인 또한 파이널 MVP에 등극했다. 52경기에서 평균 26.3득점, 9어시스트(4위), 12.2리바운드, 1.2스틸, 0.9블록슛으로 고른 활약을 펼치고 있다. 요키치가 어시스트 순위 5위안에 드는 모습은 이제 특별할 것도 없다.


물론 요키치 이전에도 센스좋고 패스잘하는 센터는 적지않게 있었다. 특히 상대적으로 흑인들에 비해 운동능력에서 밀릴 수밖에 없는 백인 플레이어중에 이런 유형이 많았다. 하지만 그럭저럭 경쟁력을 가지고 있었을 뿐 리그 트랜드에 변화를 가져올 정도는 아니었다. 커리가 3점슛의 시대를 열었다고는하지만 이전에 빼어난 슈터들이 없었던 것은 아닌 것처럼.


운동능력이 탁월하지않아도 센터로서 정상에 설 수 있다는 것을 요키치는 증명했다. 농구 유망주 중에는 요키치의 플레이 스타일을 롤모델로하는 이도 적지않을 것이다. 요키치가 워낙 이 분야에서 독보적이라서 그렇지 도만타스 사보니스(28‧211cm)도 만만치않다. 53경기에서 평균 20.2득점, 8.4어시스트(5위), 13.2리바운드, 0.8스틸로 소속팀 새크라멘토 킹스를 이끌고있는데 올시즌 트리플 더블 횟수에서는 요키치(2위, 15회)를 제치고 1위(18회)의 기염을 토하고 있다.


르브론 제임스와 함께 원투펀치로 LA 레이커스를 이끌고있는 앤서니 데이비스(31‧208cm)는 빼어난 운동능력을 갖추고있음에도 가드 출신으로서의 경험을 살려 패싱게임에서도 준수한 모습을 보여주는 모습이다. 알파렌 센군(22‧211cm) 또한 컨트롤타워로서의 재능을 인정받으며 제2의 요키치로 성장중이다.


핸들러에 대한 압박과 다양한 수비전술의 강화가 이뤄지는 가운데 빅맨에게 요구되는 사항도 점점 많아지는 추세다. 이제 대세는 사이즈만으로도 경쟁력이 있다가 아닌 시야, 기술도 좋은데 사이즈까지 갖추고있다로 변해가는 중이다. 각팀별 센터들의 슈팅, 패싱게임이 경기에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끼치는지 지켜보는 것도 NBA를 즐기는 또 다른 재미가 되고 있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그림_김종수 칼럼니스트​​​
​#이미지참조_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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