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투리, 미디어 사투리, 사투리 호소인'...유튜브가 불러온 사투리 콘텐츠들

조소희 기자 2024. 2. 15. 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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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광 사투리에서 시작해 하말넘많의 사투리 특강으로
피식대학 '경상도 호소인'도 인기
가혁 〉 안녕하세요. 한 주의 문화 소식을 전하는 소희가봄입니다.

소희 〉 이번 주 주제는 '사투리, 미디어 사투리, 사투리 호소인'입니다.

가혁 〉 아 전공 분야네요?
뉴스들어가혁 2월 15일자

소희 〉 그렇습니다. 제가 jtbc에서 사투리 못 고치는 걸로 좀 유명하잖아요. 사실 녹음실 불려가서 많이 혼났거든요. 제 전공 분야를 한번 말해보자 이런 건 아니고요. 연휴 기간 고향에 갔다 왔잖아요. 그래서 고향에 가니까 고향 친구들이 왜 이렇게 서울말을 쓰냐고 타박을 많이 하더라고요. 그래서 준비했습니다.

가혁 〉 일단 사투리는 알겠고 미디어 사투리는 뭔가요?

소희 〉 시작은 이기광 사투리였습니다. tvn 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에서 배우 이기광 씨가 박민영 씨의 고향 친구로 나오는데요, 평소에는 서울말을 사용하다가 박민영 씨랑 이야기할 때는 부산 사투리를 쓰는데 이게 본토인으로서 좀 듣기가 힘들더라고요.

가혁 〉 네 그렇죠. 이게 예전부터 제주도 사람이 제주도 사투리하는 배우들 못듣겠다. 부산 사투리 이상하게 하면 부산 사람들도 못 보겠다 이런 평이 종종 있었어요.

소희 〉 네 사실 예전 같았으면 공부 좀 더해라 연습 좀 더 해라 하고 끝났을 일인데요. 유튜브 시대이지 않습니까 사람들이 이 어색한 사투리를 참지 못하고 2차 콘텐츠를 만든 겁니다. 먼저 유튜브 채널 하말넘많에서 강민지 씨가 '미디어 사투리 특강' 하는 콘텐츠를 찍었는데요. 조회 수가 156만을 기록하면서 대박이 납니다. 인기에 힘입어 두 번째 강좌도 찍었는데 이것도 133만 조회수를 기록합니다. 안녕하시소~ 로 시작하는 이 영상은요. 미디어가 사투리를 너무 과장되게 표현한다, 이 과장된 사투리를 미디어사투리라고 칭하면서 조금 힘을 빼고 적당히 강세를 넣으라는 조언을 해줍니다. 더빙 콘텐츠를 찍는 유준호 씨는 아예 이 이기광 씨 부분을 잘라서 '안불편한 사투리'로 새로 더빙을 해서 올리기도 했습니다.

가혁 〉 재밌네요. 아, 도저히 못듣겠으니 우리가 새로 알려줄게 이런 거네요.

소희 〉 강민지 씨의 특강의 요지는 이렇습니다. 사투리라는 게 단순히 음절을 오르락 내리락만 한다고 해서 되는 게 아니다. 영상에 나오는 부분인데, 경상도 사람들은 “와 너 생일이니 축하해 여기 선물이야” 이렇게 말하지 않는 다는 거죠. “여 있다” 이렇게 툭 던져주는 게 진짜 경상도 사람들이거든요. 그러니까 어설프게 따라하고 모사하지 말라 그 이면에는 좀 존중해서 대본을 쓰고 연기해달라는 것도 담겨있겠죠.

가혁 〉 재밌네요. 또 사투리 관련해서 인기 있는 콘텐츠가 있죠. 피식대학에서 하는 경상도 호소인이라고요.

소희 〉 구독자 288만 명을 보유한 피식대학의 새로운 시리즈입니다. 피식대학 멤버 이용주는 부산에서 태어나서 용인에 살고 또 호주로 유학을 갔거든요. 그래서 영어도 능숙하시고 사실 표준어를 쓰시는데 자기가 자꾸 경상도 사람이라고 말이 안되는 경상도 방언을 씁니다. 뭐 가령 맛있다를 맛꿀마라고 한다던 지, 해보겠습니다를 해뿔라예 라고 한다던 지 자꾸 경상도 사람인 척을 한다는 겁니다.

가혁 〉 약간 전환 같네요. 경상도 남자가 되고 싶다 이런 갈망인가요.

소희 〉 네 그렇습니다. 그런데 이 콘텐츠가 의도한 건 아니겠지만 숨은 맥락을 한번 찾아볼까요. 재벌집 막내아들에서 이성민 씨가 재벌 회장 역을 하시면서 경상도 사투리를 쓰시던 거 기억 나시죠. 밥알이 몇 개고 ? 그 부분이요. 실제로 삼성과 엘지 1세 재벌 회장들은 고향인 경상도 사투리를 썼지 않습니까 재벌 1세들과 일했던 임원들은 일부러 경상도 사투리로 보고를 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물론 지금은 2세대 3세대로 넘어오면서 그런 일은 없겠지만요

소희 〉 그래서 왜 선배 그런 말 들어보셨죠. 저는 진짜 많이 들었는데요. 아니 여자들은 사투리 잘 고치는 데 왜 너는 못 고치냐. 사회 언어학자 백승주 교수(전남대)는요 “언어는 위세=권력과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여성이 자신의 첫 번째 혀를 버리고 표준어를 택하는 이유는 그 목소리를 사회가 듣지 않기 때문이고, 남성들이 비표준형을 쓰는 이유는 동성사회의 유대감을 확인하면서 사투리가 가진 숨겨진 위세가 드러나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소희 〉 경상도 남성들에게는 누가 표준어를 쓰라고 압박하지도, 또 사투리를 쓰는 게 놀림거리가 아니라 오히려 나의 정체성을 밝히는 통로가 되었기 때문에 사투리를 고칠 필요를 못 느끼게 됩니다. 오히려 이렇게 경상도 호소인이라는 콘텐츠가 나오기도 하고요. 사실 뉴스를 자세히 보시면요, 경상도 출신 남성 정치인들 정말 안 고쳤습니다. 못 고친 걸 수도 있고요.

소희 〉 제가 오늘 소개해 드린 두 유튜브 두 개 일단 재밌습니다. 이 표준어가 가하는 무거운 압박, 마치 표준어를 쓰지 않으면 촌스러운 사람이 된 것 같은 거대한 사회적 구속 속에서 말이죠. 경상도 인을 호소하는 피식대학의 이용주 씨와. 또 반대로 바뀐 시대상을 반영하는 거겠죠, 내가 대구경북 출신 여성인데 내가 사투리 제대로 못 쓰는 미디어들 바로 잡아줄게 라고 유쾌하게 말하는 유튜버 하말넘많의 강민지 씨의 특강도 한번 들어보시면 깔깔거리면서 왜인지 모르게 통쾌한 하루를 보내실 수 있을 겁니다. 또 개그맨 김두영 씨가 돌려서 말해주세요 라는 충청도 방언 콘텐츠도 재밌습니자. 다양한 사투리 콘텐츠가 더 나와서 표준어에 저항하면서 즐거운 하루 보내고 싶습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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