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럭무럭 성장 중인 도로공사 ‘전체 1순위’ 김세빈 “제 점수는 50점…신인왕은 꼭 받고 싶어요”
김세빈을 차지하기 위해 그를 지명하기 위한 권리가 드래프트 전에 거래되기도 했다. 페퍼저축은행은 2022~2023시즌을 마치고 전력 보강을 위해 자유계약선수(FA) 최대어로 꼽힌 박정아를 영입했다. 그러나 도로공사에 보상 선수를 내주는 과정에서 주전 세터 이고은을 묶지 않는 실수를 저질렀다. 도로공사의 선택은 당연히 이고은. 다급해진 페퍼저축은행은 이고은을 다시 트레이드해 오면서 미들 블로커 최가은과 2023~2024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을 도로공사에 내줬다.
지난해 9월10일 열린 신인 드래프트. 최대 관심사는 직전 시즌 최하위로 전체 100개 구슬 중 35% 해당하는 페퍼저축은행의 구슬이 나오느냐 여부였다. 1순위 지명권 추첨 결과 나온 것은 페퍼저축은행의 검은색 구슬. 이는 곧 김세빈의 도로공사행을 의미했다.
만나자마자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2023~2024시즌을 2/3 이상 소화한 상황에서 본인의 활약도를 점수로 매겨달라는 질문에 김세빈은 곰곰이 생각하다 “50점”이라고 밝혔다. 15일 기준으로 세트당 0.581개의 블로킹을 잡아내며 이 부문 5위에 올라있음을 생각하면 스스로에게 다소 박한 평가 아닌가 싶었다. 이유를 묻자 김세빈은 “잘 하고 있는 부분도 있지만, 서브나 제2 연결 동작 등도 부족하고, 전반적으로 코트 위에서 부족한 모습이 너무 많이 나와서 절반인 50점을 주고 싶어요”라고 답했다. 이어 “프로 무대를 직접 뛰어보니 새삼 언니들이 대단하다는 것을 느껴요. 힘이나 높이, 모든 게 아마추어 때랑은 차원이 달라요”라며 혀를 내둘렀다.
김세빈이 부족하다고 꼽은 서브는 훈련 때 아무리 연습해도 막상 경기장에선 잘 안 들어간다고. 서브 때문에 눈물을 보이리기도 했던 김세빈은 “혼자 연습할 때는 정말 잘 돼요. 아직 경기할 때마다 불안하고 긴장해서 그런가 경기 때만 되면 잘 안 돼요. 범실 안 하려고 약하게 넣고 있는데, 더 열심히 연습해서 강서버가 되고 싶어요”라고 설명했다.
김세빈은 배구인 출신 부부의 둘째딸이다. 김철수 한국전력 배구단 단장과 김남순 전 국가대표 아포짓 스파이커의 피를 물려받았다. 배구인 부모를 둬 어릴 적부터 자연스레 배구를 접한 김세빈은 초등학교 때부터 키가 또래에 비해 월등히 컸고, 초등학교 4학년 때 배구를 시작했다. 김세빈은 “두 분 다 많은 조언을 해주세요. 경기 전에는 ‘자신감을 가져라’ 응원해주시고, 끝나면 잘 된 점과 안 된 점을 지적해주기도 하고요”라면서 “다만 조언도 여러 번 반복될 땐 잔소리로 느껴질 때도 있어요”라고 말하며 웃었다.
한때 GS칼텍스의 신인 세터 이윤신이 데뷔 첫 선발 출장하는 등 출장 시간을 받으면서 김세빈의 수상이 확정적인 것만 같았던 신인왕 레이스가 경쟁 구도로 가는 분위기가 생기기도 했다. 그러나 이윤신은 다시 백업 세터로 물러나면서 이대로 가면 만장일치 신인왕도 가능한 모양새다. 신인왕에 대해 묻자 배시시 웃던 김세빈은 “꼭 받고 싶죠. 의식이 안 되는 건 아니지만, 저도 신인왕을 받는 게 부끄럽지 않게 더 잘 하고 싶어요”라고 답했다.
인터뷰가 진행된 8일엔 도로공사 선수단의 외출이 예정되어 있었다. 인터뷰를 마친 김세빈은 팀 선배인 우수민과 드래프트 동기인 김미진과 함께 숙소 근처 빵집으로 향했다. 김세빈은 “저 빵집에 빵이 맛있어서 종종 가요. 빵을 먹고 CGV에 가서 영화를 볼까 해요”라고 답했다.
김세빈이 느끼는 ‘김천 라이프’는 어떨까. 김세빈은 “수도권에 살다가 처음 지방에 내려와 살다보니 처음엔 살짝 당황하긴 했지만, 이제는 좋아요. 숙소 근처를 자전거 타고 막 달리고 나면 스트레스가 풀리기도 하고요. 그리고 있을 건 다 있어요. 스타벅스도 있고, 최근엔 서브웨이도 생겼어요”라고 답했다.
김세빈과 야식을 함께 먹는 멤버는 배유나, 이윤정, 문정원이다. 배구 팬들이 보기엔 주전끼리 모여서 야식을 먹는건가 싶겠지만, 도로공사 선수 중 마른 체구라 체중 감량이 필요없는 멤버가 모이게 된 것이다. 김세빈은 “치킨도 먹고, 핫도그도 먹고 그래요. 언니들이 다 사주시니까 저도 얻어먹기만 하긴 그래서 가끔 사고 그래요. 야식을 그렇게 먹어도 살이 잘 찌지 않아요”라고 말했다.
김천=남정훈 기자 che@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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