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지사장’ 된 조진웅 “父 이름에 먹칠하지 않도록, 절실하고 충실하게 살아야” [SS인터뷰]

함상범 2024. 2. 15.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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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진웅. 사진 |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배우에게 ‘천의 얼굴’이란 수식어만큼 좋은 칭찬이 또 있을까. 배우 조진웅은 때로 험상궂어 보이지만 때로 푸근한 동네 형같은 두가지 인상을 준다.

덕분에 절대 선의 정의로운 인물을 연기하기도 하고 때론 극악무도한 악인을 표현하기도 한다. 영화 ‘끝까지 간다’(2014)에서 정체불명의 목격자 박창민으로 끝까지 긴장의 끈을 조이다가도 tvN 드라마 ‘시그널’(2016)에서 우직한 형사 이재한 역을 통해 시청자들의 무한 응원을 받기도 했다. 선과 악을 자유자재로 옮겨 다니거나, 선인지 악인지 불분명한 포지션에서 긴박감을 높이는 연기를 해왔다.

지난 7일 개봉한 영화 ‘데드맨’에서 조진웅은 선인지 악인지 애매한 포지션에서 정의를 향해 달려가는 바지 사장계의 전설 이만재를 연기했다. 가장으로서 모든 경제력을 잃고 바닥을 친 그때 이름만 팔아서 적잖은 부를 축적한 인물이다. 거액의 돈을 횡령하는 사람들을 위해 이름을 팔았다. 그 대가를 처절하게 치른 그는 자신의 죄를 깨닫고 거대 악을 쫓는다.

‘데드맨’ 스틸컷. 사진 |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조진웅은 “알고보니 ‘데드맨’이 실화 바탕이라고 하더라. 섬뜩했다. 시나리오부터 어려운 내용이었지만 만재의 감정선만 잘 따라가면 목적지까지 갈 것 같았다. 나만 잘하자는 마음으로 출발했다”고 말했다.

◇“바지 사장 레전드, 사실 나쁜 놈이죠”

영화 ‘데드맨’에서 조진웅이 연기한 만재는 범죄를 도모하는 이들에게 자신의 이름을 팔고 그들의 악행을 돕는다. 이름을 판 대가는 혹독했다. 엄청난 고초를 겪은 만재는 정치 컨설턴트 심여사(김희애 분)의 도움으로 기사회생한 뒤 심기일전해 거대 악과 다툰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자신 때문에 피해를 본 사람들에 대한 처절한 반성은 생략됐다. 관객들이 좀처럼 만재를 응원할 수 없는 이유다.

“처음 시나리오를 읽은 뒤 감독님한테 한 말이 ‘인마, 나쁜 놈이네. 정상적인 애가 아니잖아요’였어요. 저도 알죠. 얘를 누가 응원하겠어요. 그래서 고안한 점이 큰 기쁨을 누리지 못하는 거예요. 그저 자기 이름을 찾는 방식인 거죠. 만재가 귀하게 생각하지 않았던 것을 찾아가는 과정에 더 힘을 줬어요.”

조진웅. 사진 |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데드맨’은 조진웅과 김희애의 티키타카가 눈에 띈다. 저돌적으로 달리는 만재와 그를 적절히 조력하는 심여사의 시너지가 영화의 몰입을 높인다. 20년 넘는 경력의 조진웅도 오랜만에 강력한 선배 배우와 호흡을 맞춘 셈이다. 조진웅은 김희애와 연기호흡이 심장이 멎을 뻔한 순간이었다고 했다.

“김희애 선배는 배우로서도 그렇지만 삶을 살아가면서도 좋은 귀감이 되는, 꼭 뵙고 싶던 분이었죠. 함께 해보니 존경스럽더라고요. 선배님의 3분 롱테이크 신이 있었어요. 3분이라는 시간이 짧다면 짧지만 그 시간동안 대사와 호흡을 지키기에 배우들로선 레벨이 높은 도전이에요. 가장 긴장되는 시간일 텐데 내공으로 처리하시더라고요. 경이로웠어요. 심장이 멎을 뻔 했죠.”

◇“‘조진웅 옴’ 만든 아르바이트생, 꼭 잡을 겁니다”

조진웅은 의외로 유머 감각이 탁월한 배우다. 진중해 보이는 외모와 달리 극단적인 솔직함이 그의 매력이다. 영화 ‘대외비’(2023) 홍보 당시 “영화의 흥행보다 롯데 야구단의 우승을 바란다”는 발언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조진웅 옴’이 그를 지칭하는 대표 수식어가 됐다. 그를 여러 차례 본 술집 아르바이트생들이 몰래 욕하는 걸 배우 권율이 들었고, 그걸 만천하에 알렸다. 처음엔 반가웠지만, 그의 등장이 점차 괴로움으로 변화되는 장면이 재기발랄하게 담긴 밈이다.

“그 술집 아르바이트생 실제로 찾아낼 겁니다. 절대 즐기지 않고 있어요. 어떤 술집인지 알 것 같아요. 서울 강남구 쪽이에요. 다섯 번 정도 그랬던 것 같은데. 제 영화는 긴장을 정말 많이 해요. 남의 영화는 진짜 즐겨요. 응원하고 파이팅하고 그러다 사람도 막 부르는 거죠. 새벽 2시에. 그러면 5시까지 먹고 그러죠. 그래도 고놈 꼭 잡을 겁니다.”

조진웅. 사진 | 플러스엠엔터테인먼트


조진웅의 본명은 조원준이다. 돌아가신 아버지 이름을 빌려 활동하고 있다. 그래서 이름에 대한 무게가 남다르다. 이름을 빌려주는 ‘바지 사장’ 연기가 찰떡인 이유다.

“가끔 ‘난 왜 연극을 했을까?’라고 생각해요. 아버지가 야구를 시켰으면 대형타자가 됐을 텐데요. 하하. 아버지 이름으로 활동하다 보니 삶에 더 충실하게 돼요. 영화가 아니더라도 좋은 기획이 있으면 재능 기부 차원에서 참여하려고 하고요. 좋은 영향을 준다는 게 뭘까 고민하면서 삽니다. ‘데드맨’도 이름의 영향력을 말하는 작품이에요. 조진웅이란 이름에 걸맞게 살겠습니다.” intellybeast@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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