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품 닮은 '울진', 대게가 '활짝'…이맘때면 그곳으로 미식기행

김세형 2024. 2. 15. 0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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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진 죽변항에서 바라본 겨울철 동해는 대게를 떠나 보낸 것을 아쉬워하듯 거친 파도가 인상적이다. 사진=김세형

눈에 담고 담아도 넘침이 없다. 울진의 겨울 바다는 늦겨울 놓치기에 아까운 자태를 뽐낸다. '철썩' 소리와 함께 하얗게 흩어지는 물보라가 예술이다. 성난 파도가 다소 거칠게 느껴질지도 모른다. 대게잡이가 한창인 요즘, 수백 미터 깊은 수심에서 품고 품었던 제 식구를 떠나보냈으니 그럴 게다. 그런들 어떠랴. 맛있게 태어난 게 대게의 숙명인 것을. 심해에서 단맛을 올리고 살을 단단하게 만들기 위해 탈피하기를 수차례, 그런 대게의 수고스러움을 알기에 맛있게 먹어주는 게 예의다. 과거 임금님 진상품으로 활용됐다고 하니, 한 번쯤 작은 사치를 부려도 좋다. 대게 맛에 빠져 매년 엄마 품을 찾는 아이처럼 늦겨울이면 울진을 찾는 게 일이 될 수 있다. 매년 2월, 울진에선 대게 축제가 열린다. 올해도 마찬가지. 겨울의 마지막을 특별하게 보내고 싶다면 울진으로 떠나보자.

◇2월 울진은 대게와 붉은대게가 가득한 고장으로서 신명나는 축제의 장으로 변한다. 올해 울진대게 축제는 가성비에 초점을 �Я� 진행되는 게 특징이다. 사진은 후포항 어판장 대게 모습. 사진제공=지앤씨21

▶ 2024 울진대게와 붉은대게축제 개막

서울에서 울진까지 떠나기 위해선 마음을 단단히 먹어야 한다. 우선 대중교통 편이 썩 좋지 않다. KTX를 이용해 강릉에 도착한 뒤 시외버스를 이용하거나, 서울에서 시외버스를 이용하는 방법이 있지만 대기시간을 포함해 최소 5시간 이상이 소요된다. 이동 편의성 등을 고려하면 자차로 이동하는 게 가장 빠르다. 고속도로의 연결성이 높아져 4시간이면 울진에 닿는다. 오랜 이동 시간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 그러나 막상 떠나보면 그리 수고롭지 않다. 눈 덮인 설산, 탁 트인 바다, 몰아치는 파도, 푸르른 소나무 군락, 밥 연기 피어오르는 아담한 마을 등 시시각각 변하는 풍경과 마주하다 보면 벌써 도착이다. 특히 북서풍의 영향을 받아 파도가 높아진 겨울철 동해는 이국적인 매력을 뽐낸다.

◇지난해 진행된 울진대게 축제에서 맨손 대게잡이 체험행사를 진행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지앤씨21

울진에 도착했다면, 축제를 즐길 차례다. 울진에선 매년 2월 대게, 붉은대게 축제를 진행한다. 올해는 2월 22일부터 2월25일까지 '2024 울진대게와 붉은대게축제'가 울진군 후포항 왕돌초 광장 일원에서 열린다. 맛과 영양이 풍부한 울진대게와 담백한 풍미의 붉은대게는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인기인 겨울철 별미 중에 별미다. 축제 기간동안 메인무대인 왕돌초 광장에서 거일리 대게원조마을 대게풍어 해원굿 등 공연 프로그램과 '바다의 보물을 잡아라', '울진대게와 붉은대게 경매' 등 상설 프로그램을 즐길 수 있다. 체험놀이마당 및 선상일출 요트승선체험, 등기산 대게길 걷기, 궁중의상 체험, 게장 비빔밥, 대게원조마을 대게국수 등 다양한 체험이 마련된다.

손병복 울진군수는 "올해 축제는 많은 사람들이 울진의 특산품인 대게를 즐길 수 있도록 '가성비'에 초점을 맞춰 진행할 계획"이라며 "대게뿐만 아니라 다양한 자연 관광 자원을 활용, 오래 머무를 수 있는 여행지로써 울진을 만들어 가겠다"고 말했다.

◇대게가 단맛이 뛰어나다면, 붉은대게는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사진은 울진 왕돌회수산의 대게와 붉은대게. 사진제공=지앤씨21

대게 생산량 1위인 울진은 대게 원조마을로 통한다. 여기서 팁 하나. 대게는 게가 크다고 붙여진 이름이 아니다. 몸통에서 뻗어 나온 8개의 다릿마디가 대나무를 닮아 대게로 불린다. 대게 중에서도 최상품은 박달대게. 속이 박달나무처럼 단단하게 차고 맛과 향이 뛰어난 박달대게는 배 한 척이 하루 2∼3마리만 낚을 정도로 귀하신 몸이다.

대게의 고향은 후포항에서 동쪽으로 23㎞ 떨어진 왕돌초 일대이다. 왕돌초는 맞잠, 중간잠, 셋잠 등 3개의 봉우리로 이루어진 수중암초지대로 넓이가 동서 21㎞, 남북 54㎞에 이르는 광활한 지역. 수중 경관이 아름답고 한류와 난류가 교차해 126종의 해양생물이 분포하는 생태계의 보고로 알려졌다. 대게는 껍질만 빼고 모두 먹을 수 있다. 찜통에 10~15분 정도 쪄낸 대게 다리를 부러뜨려 당기면 하얀 속살이 나온다. 게 뚜껑을 열어 뜨끈뜨끈한 밥과 비벼 먹는 게장도 별미 중의 별미로 꼽힌다. 붉은대게는 흔히 홍게라고 알려져 있다. 생김새는 대게와 비슷하지만 전체적으로 붉은빛이 강하다. 붉은대게는 몸 전체가 짙은 주홍색이다. 붉은대게는 대게 보다 가격이 조금 저렴하지만 맛은 뒤처짐이 없다. 대게가 단맛이 뛰어나다면, 붉은대게는 담백한 맛이 일품이다. 담백함과 짭조름한 맛을 좋아하는 이들은 일부러 붉은대게를 찾는다는 게 왕돌초회수산 대표의 말이다.

◇후포항 어판장에서는 아침마다 울진대게를 경매하는 품경으로 활기가 넘친다. 사진제공=지앤씨21

▶죽변·후포항 등 볼거리 다양

대게의 고장인 울진에서 특별한 경험을 하고 싶다면 후포항으로 발길을 옮겨보자. 이른 아침 후포항의 대게 위판장을 구경하고, 등기산스카이워크와 등기산공원을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후포항 어판장에서는 아침마다 연근해에서 잡아 온 울진대게를 경매하는 풍경으로 늘 활기가 넘친다. 경매장 구경도 후포항을 찾는 볼거리 중 하나. 매일 아침 큼직한 대게들이 어판장 바닥에 깔린다. 하얀 배를 위로 향하게 해 대게들이 움직이지 못하도록 한다. 익숙한 손놀림으로 대게를 크기에 따라 분류해 놓으면 순식간에 중매인과 구경꾼들이 경매사를 둘러싼다.

경매사는 중매인들이 내미는 나무판에 적힌 입찰가격을 보고 최고 낙찰가를 알린다. 경매가 끝난 대게는 손수레에 실려 가고 대기했던 대게들이 다시 어판장 바닥에 깔리기를 반복한다. 대게 철인 한겨울부터 봄까지 가장 붐비는 항구인 후포항 곳곳에는 수산물 가공 공장들이 들어서 있을 정도로 다양한 어획고를 자랑한다.

◇등기산 스카이워크는 등기산 공원에서 출렁다리를 건너와 갓바위 공원에서부터 바다 위로 뻗은 해상교량이다. 사진제공=지앤씨21

후포등기산공원은 후포항 인근에 있다. 후포항 앞바다를 밝게 비춰주는 후포등대가 인상적이다. 공원 안에 있는 후포등대는 1968년 1월 불을 밝혔다. 후포등기산공원 옆 등기산 스카이워크는 바다를 향해 나아가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후포 등기산 스카이워크는 등기산 공원에서 출렁다리를 건너와 갓바위 공원에서부터 바다 위로 뻗은 해상교량이다. 높이 20m, 전체 길이 135m이며, 강화유리 설치 구간이 57m에 달한다. 56㎜ 접합강화유리를 설치해 15t 무게도 견딜 만큼 튼튼하다. 덧신을 신고 스카이워크를 따라 걸으면 투명한 유리 아래로 아름다운 푸른 동해를 볼 수 있어 바다 위를 걷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스카이워크 전망대까지 가면 끝에는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다. 월요일과 비바람이 많은 날은 휴장한다. 이용 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11월~2월)다.

◇후포항 방파제는 낮과 밤의 분위기가 다르다. 해질 무렵 눈에 보이지 않는 파도소리를 듣다 보면 묘한 느낌을 받는다. 사진=김세형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늦은 밤 후포항 방파제 인근을 걷는 것도 좋다. 등기산 공원의 야간 조명이 아름답다. 특히 방파제 옆에서 듣는 '울음소리'같은 파도소리가 묘한 울림을 준다.

◇울진 백암산에 있는 신선계곡은 겨울철 트래킹 코스로 제격이다. 사진제공=지앤씨21

▶ 갑옷 입은 겨울 계곡, 트레킹 매력적

울진은 바다 못지않게 계곡의 아름다움이 빼어난 곳이다. 울진군 남쪽, 백암산(1,004m) 자락 북동쪽 사면의 바위골짜기를 타고 흘러내리는 좁고 긴 계곡이 신선계곡(신선골, 선시골)이 대표적이다. 산이 높으면 계곡이 깊고, 계곡이 깊어도 물이 없으면 명산이 아니라는 말이 있다. 백암산의 품에 안긴 신선계곡 6km의 풍경은 물이 많고 길며, 기기묘묘한 바위와 계곡수의 조화가 요술을 부린 듯하다.

◇고드름 갑옷을 두른 겨울 계곡은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사진=김세형

특히 겨울철 계곡은 바위를 따라 흐르는 물이 얼어, 고드름이 갑옷처럼 반짝이며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한다. 신선계곡은 백암온천 쪽에서 출발한다면 폐교된 선미초등학교 지나 선구교 건너기 전 좌회전해 소로로 접어든 후 매미소와 용소를 거쳐 접근할 수 있다.

선시골계곡으로 알려지기 시작한 신선계곡의 상류에는 1960년대까지만 해도 화전민 30여 호가 사는 독실(독곡)마을이 있었지만, 1960년대 말에 발생한 '무장공비 침투사건' 이후 소개령이 내려져 이제는 터만 남아 있다고 한다. 독실마을 사람들이 나무장작과 나물, 메밀 등을 지고 산 아래 마을로 내려와 해산물, 등잔석유 등과 바꾸어 올라갈 때 다니던 산길이 지금의 탐방로다. 산을 깎아 낸 길이라 뱀을 비롯한 야생동물의 이동로와 겹치기 때문에 주의가 필요하다.

김세형 기자 fax123@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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