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메이징 애플' 최고가의 비결…'십만전자'는 언제쯤?[밸류업 코리아]②

김정현 기자 2024. 2. 15.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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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기업도 주주환원 제대로 이행되면 주가 50~120%↑"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권고로 그치면 저PBR도 테마주로 끝날 우려"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상생의 금융, 기회의 사다리 확대'를 주제로 열린 네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대통령실 제공) 2024.1.17/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김정현 기자 = 국내 증시는 소위 '박스피'에 갇힌 채 횡보하고 있다. 반면 일본 증시는 1980년대 버블 시대 수준으로 회복했다. 미국 증시도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미·일 증시 호황의 기저에는 자사주 매입, 배당금 확대 등 기업들의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적극적 노력이 깔려있다는 평가다. 이같은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추진 중인 한국형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도 기업들의 주주환원을 담보할 수 있는 조치들이 담겨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애플·메타 등 美증시 이끄는 빅테크, 주가·시가총액 고공행진

미국 증시 호황을 이끌고 있는 '빅테크'(대형 기술주) 중 하나이자 글로벌 시총 2위인 애플도 적극적으로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진행해왔다.

팩트셋에 따르면 애플이 지난 2012년부터 2022년까지 10년간 자사주 매입에만 쏟아부은 돈이 5720억달러(약 763조6200억원)에 달한다. 애플의 주가는 같은 기간 14달러에서 180달러로 13배 가까이 뛰어올랐다. 인스타그램과 페이스북을 운영하는 메타도 최근 첫 배당 및 500억달러(약 66조7500억원)의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하면서 주가는 전일 대비 20% 상승하고 시가총액은 하루 만에 2000억달러(약 267조원) 늘었다.

김성환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 기업들의 주주환원정책은 미국 주식시장이 중장기 우상향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 중 하나"라며 "스탠다드앤푸어스(S&P) 500 기업들은 연평균 발행주식을 1% 소각하는데, 순이익보다 EPS 성장성을 강화하고 적정 PER 상향으로 이어지는데다, 수급 차원에서도 순매수 주체로 작용하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일본 정부의 기업가치 제고 정책을 바탕으로 최근 부활한 일본 증시도 마찬가지다. 미쓰비시상사는 지난 6일 5000억엔(약 4조4324억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 계획을 발표하자 주가가 10% 가까이 뛰었다.

'상장 폐지'까지 언급한 강력 정부 정책에 따라 일본 상장기업들도 적극적 자사주 매입에 나섰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상장기업들의 자사주 매입은 역대 최대 규모인 9조6000억엔(약 85조원)으로 집계됐다.

ⓒ AFP=뉴스1

◇韓 주주환원 정책·기업가치 모두 부족…코스피 평균 PBR, 美·日은 물론 中보다 낮아 반면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겪고 있는 국내 주요 상장기업들은 미국, 일본 등 해외 기업들과 비교할 때 주주환원 정책도 약하고, 기업가치도 낮은 것으로 평가받는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 평균 주가순자산비율(PBR)은 0.96배로 1배에 미치지 못한다. 미국(4.6배), 일본(2.0배)은 물론, 중국(1.2배)보다도 낮다.

개별 기업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005930)와 SK하이닉스(000660)의 PBR은 각각 1.42배, 1.85배로 TSMC의 4.35배, 애플의 43배와 비교해 한참 뒤처졌다. 현대차(005380)도 0.70배에 불과해 도요타(1.26배)에 비해 낮았다.

주주환원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국내 상장사들의 자사주 매입 및 소각 규모는 4조7600억원으로 지난해 일본 상장사 자사주 매입 규모의 5.6%에 불과했다.

이남우 한국기업거버넌스포럼 회장은 지난 5일 개최한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은 세계 최고의 제품을 만들고 최상의 수익을 내는데, 자본시장에선 2류나 3류 취급을 받는다"며 "주주환원 정책을 제대로 이행하면 주가가 최소 50%에서 최대 120%까지 상승 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강조했다.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페널티 없고 혜택만?…"체질 개선없는 반짝 테마 우려"

이같은 상황을 고려할 때, 이번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의 성공을 위해서는 일본처럼 국내 기업들의 주주환원 정책을 강화하기 위한 강력한 조치가 담겨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일본거래소그룹(JPX)은 지난해 PBR 1배 미만 상태가 지속되는 기업들을 향해 상장폐지 목록에 오를 수 있다고 경고하며 강력히 정책을 추진했다.

반면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과 관련해 당국에서 거론되는 내용은 주주가치를 방치하는 기업에 대한 '페널티'가 아닌 노력하는 기업에 대한 '혜택'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많다. 기업들의 반발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지난해 5월 보도자료를 통해 "글로벌 경쟁기업이 보유한 포이즌필이나 차등 의결권이 불허된 상황에서 자사주를 통한 경영권 방어마저 어려워지지 않을까 우려된다"며 자사주 소각 의무화를 반대한다는 의견을 표명한 바 있다.

익명을 요구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자사주 매입이 소각으로 인식되는 미국이나 일본과 달리, 우리나라에서는 자사주 매입을 주주환원이 아니라 자금조달을 위한 수단으로 쓰는 경우도 많다"며 "취득과 달리 장외 처분엔 제한 규정이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우리 기업들도 자사주 소각을 늘리는 등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곤 있다"면서도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단순히 권고 수준으로 그친다면 저PBR 열풍도 체질 개선이 아닌 반짝 테마주로 끝날 우려도 있다" 아쉬움을 표했다.

Kri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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