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천항 내 경비료 갑질... 작지만 작은 일 아니다

경기일보 2024. 2. 15.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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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만과 공항은 국가 주요 보안시설이다. 사람과 물자가 드나드는 국경 관문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천항에도 인천항보안공사가 있다. 항계(港界) 내 출입이 없는 일반시민들은 모르는 기관이다. 국가공기업 인천항만공사의 자회사다. 항계 내 경비보안 및 인원 차량의 출입통제 등이 주업무다. 이런 인천항에서 최근 규정에 없는 경비료를 기업체에 부과해 시끄러웠다. 해양수산부가 원상회복에 나섰지만 경비 갑질이라 할 만하다.

인천항보안공사는 지난달 12일 한 업체에 경비료를 낼 것을 요구했다. 인천내항 4부두에서 수출 중고차를 단순히 보관만 하는 일을 하는 작은 업체다. 보안 관리를 해줬으니 비용을 내라는 것이다. 금액도 중고차 1대당 5천원이었다. 이 업체는 2019년부터 같은 자리에서 같은 일을 쭉 해 왔다. 그간은 한번도 부과되지 않았던 경비료였다.

업체로서는 황당했으나 도리가 없었다. 중고차를 부두 내 야적장으로 들여오는 과정에서 막아서기까지 했다. 경비료를 내지 않았다는 이유였다. 이 때문에 수출 중고차를 제때 납품하지 못하는 피해까지 당했다. 결국은 20여일 동안 2천여만원의 경비료를 낼 수밖에 없었다.

보안공사의 홈페이지에는 경비료 규정이 올라 있다. 경비료 납부 대상도 명시돼 있다. ‘경비료는 수출입 화물의 화주와 이 화물을 하역해 수익을 얻는 하역회사를 납부 대상자로 한다.(제3조)’ 경비료는 관련 법 등에 근거해 징수하며 징수요율 등은 인천지방해양수산청의 승인을 받는다고도 안내한다. 피해 업체는 인천내항 4부두 야적장을 임대, 단순히 중고차 보관 및 컨테이너 적입 작업만 한다. 명백히 부과 대상이 아니다. 화주도 하역회사도 아니기 때문이다.

피해 업체는 감독관청인 인천해수청에 유권해석을 요청했다. 경비료 문제 때문에 항만 출입까지 지장을 받아서다. 인천해수청은 경비료 부과 대상이 아니라는 의견을 이 업체와 보안공사에 보내 왔다. 그러나 보안공사는 자체적으로 인천해수청에 유권해석을 요청한 끝에 원상회복 조치에 나섰다고 한다.

어찌 보면 아주 작은 일이다. 그러나 그냥 넘어갈 일은 아닌 것 같다. 이 같은 피해를 당한 업체가 더 있었을 수도 있다. 상식적으로도 항만 경비료는 덩치 큰 하역회사나 화주업체가 부담하는 게 맞다. 그러면 인천항을 들고 나는 전체 화물에 대해 경비료를 부과하는 셈이 된다. 단순 보관 등의 단계에까지 경비료를 걷는 것은 이중 삼중 부과다. 기업 활동을 옥죄는 이 같은 준조세는 엄격히 시행돼야 한다. ‘공사’ 간판을 걸고 자릿세 걷는 식은 아닌 것 같다. 담당 직원의 단순 업무 착오였으리라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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