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레이 볼!] 야수와 신사의 공존, 이것이 럭비

장민석 기자 2024. 2. 15.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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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웨일스 알렉스 맨이 2024 식스네이션스 경기에서 스코틀랜드를 상대로 트라이를 시도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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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는 적도를 기준으로 북반구와 남반구로 나뉩니다. 만약 북반구와 남반구가 서로 대표팀을 꾸려 스포츠 경기를 벌인다면 어떤 승부가 펼쳐질까요? 대부분 사람들은 이 대결 자체가 공평하지 못하다고 느낄 겁니다.

왜냐하면 전 세계 인구의 약 88%가 북반구에 쏠려 있기 때문이죠. 인구 대국인 인도와 중국, 미국 등은 모두 북반구에 위치한 나라입니다. 올림픽만 따져봐도 역대 동·하계 올림픽 메달 총합으로 순위를 내보면 10위 안에 든 남반구 국가는 하나도 없습니다. 호주가 11위거든요. 그런데 이 종목이라면 얘기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그 종목은 바로 럭비입니다. 럭비는 15인제인 럭비 유니언과 13인제 럭비 리그, 올림픽 정식 종목인 7인제 등 팀 구성 인원수에 따라 나뉘는데 메이저 종목은 바로 15인제인 럭비 유니언입니다. 이 럭비 유니언의 가장 큰 이벤트가 바로 4년마다 열리는 럭비 월드컵이고요.

럭비는 한국에선 대표적인 비인기 종목으로 꼽히지만, 세계적으론 아주 인기 있는 스포츠입니다. 작년 9~10월 프랑스에서 열린 럭비 월드컵은 약 240만명의 관중을 불러모았습니다. TV 누적 시청자 수는 10억 명이 넘었고요.

럭비 월드컵은 작년이 10회 대회였습니다. 그런데 그동안 10번의 럭비 월드컵 중 9번 우승을 남반구 국가가 차지한 거죠.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이 프랑스에서 열린 이번 대회를 포함해 4차례(1995·2007·2019·2023) 챔피언에 올랐고, 뉴질랜드가 3회(1987·2011·2015), 호주가 2회(1991·1999)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그야말로 ‘남반구 세상’이죠.

2023 럭비 월드컵 우승을 차지한 남아공 대표팀. /X(옛 트위터)

‘스프링복스(Springboks·영양)’라는 별칭을 가진 남아공 럭비 하면 1995년 월드컵 이야기를 다룬 영화 ‘인빅터스’가 생각납니다. 남아공은 악명 높은 인종차별 때문에 직전 두 대회(1987·1991년)는 참가조차 못하다가 1995년 월드컵을 개최하게 됩니다.

영화 인빅터스의 한 장면. 넬슨 만델라 남아공 대통령이 1995 럭비 월드컵 우승 트로피를 남아공 대표팀 주장에게 건넨 장면을 담았다. /조선일보DB

당시 넬슨 만델라 대통령은 백인들의 전유물이었던 럭비를 흑백이 어우러지는 국가 통합의 상징으로 탈바꿈시키려 했었죠. 당시 대표팀에서 뛴 흑인 선수는 단 한 명이었지만 남아공 국민 모두가 대표팀을 응원했고, 결승전에서 세계 최강 뉴질랜드를 꺾었습니다. 흑인인 만델라 대통령이 스프링복스 유니폼을 입고 시상식에 등장해 백인 대표팀 주장에게 우승 트로피를 건네는 장면이 영화의 하이라이트가 됐습니다.

2019 럭비 월드컵에서 우승한 남아공 대표팀. 흑인 주장인 콜리시가 웹 엘리스 컵을 높이 들고 있다. /조선일보DB

그리고 세월이 흘러 2019년 월드컵에선 남아공의 흑인 대표팀 주장인 시야 콜리시가 웹 엘리스 컵(럭비 월드컵 우승 트로피)를 번쩍 들어 올렸습니다. 2013년 별세한 만델라가 가장 보고 싶어했던 장면이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느덧 남아공 대표팀 주전 15명 중 6명이 흑인이었죠.

4년 뒤 남아공은 2023년 월드컵에서 대회 2연패(連覇)를 이룹니다. 콜리시는 이번에도 캡틴으로 우승컵을 들었습니다. 남아공은 현재 세계랭킹 1위를 달리며 여전히 강력한 위용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2015 럭비 월드컵에서 우승한 올 블랙스. /X

남아공과 함께 남반구 럭비를 대표하는 뉴질랜드는 럭비가 곧 종교인 나라입니다. 상·하의와 양말까지 검은색으로 통일해 ‘올 블랙스(All Blacks)’라 불리는 뉴질랜드 대표팀은 국민들의 전폭적인 지지와 응원을 받고 있습니다.

2011년 뉴질랜드에서 열리는 럭비 월드컵을 현장에서 볼 기회가 있었는데요. 아르헨티나와 8강전이 펼쳐진 날엔 마치 2002 한·일 월드컵 당시 우리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집집마다 뉴질랜드의 상징 실버 펀(silver fern·은 고사리)이 그려진 올 블랙스 깃발이 나부꼈고, 동네 펍은 럭비 경기를 보러 온 사람들로 장사진을 이뤘죠. 럭비 사랑이 지나쳐 월드컵에서 도중 탈락하면 조기(弔旗)를 게양한다고 하는데 당시엔 승승장구하며 우승까지 차지해 그 모습은 보지 못했습니다.

경기에 앞서 하카를 추는 올 블랙스. /X

올 블랙스 하면 하카(haka)가 유명합니다. 한 번쯤 영상으로 본 분들도 많을 텐데요. 올 블랙스가 경기를 앞두고 상대방 앞에서 거행하는 하카는 발을 쿵쿵 구르면서 손으로 가슴을 두드리거나 혀를 내밀고 팔꿈치를 치면서 주문을 외치는 뉴질랜드 마오리족의 호전적 댄스입니다.

다른 종목 같으면 뉴질랜드만 왜 특별한 세리머니를 하느냐고 항의가 나올 법도 하지만 럭비에선 그런 일은 없습니다. 럭비의 가장 중요한 정신이 상대에 대한 존중과 이해이기 때문이죠.

뉴질랜드 외에도 피지(시비)와 통가(시피 타우), 사모아(시바 타우) 등 태평양 섬나라들은 비슷한 의식을 치르고 경기에 임합니다. 그래서 뉴질랜드와 피지가 맞붙으면 경기 전에 펼쳐지는 하카 대 시비의 대결로 더욱 달아오르게 되죠.

2016 리우올림픽 남자 럭비 7인제 결승전. 피지가 올림픽 사상 첫 메달을 금으로 장식했다. /조선일보DB

피지도 럭비 강국인데 15인제 럭비 유니언보다는 7인제 럭비에서 세계 최강의 실력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7인제 럭비가 처음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2016 리우 올림픽 남자 종목에서 당당히 금메달을 따냈죠.

전 종목을 통틀어 올림픽 사상 첫 메달이 나오자 당시 피지 정부는 공휴일을 선포했습니다. 피지는 2021년 도쿄 올림픽에서 2연속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최근엔 럭비 유니언에서도 두각을 보이며 작년 월드컵에서 8강에 올랐습니다.

호주 역시 럭비 강호이지만, 럭비 유니언보다는 13인제 럭비 리그가 더 인기가 많습니다. 럭비 리그도 월드컵을 치르는데 16번 대회 중 호주가 12번 우승하며 압도적인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캥거루·코알라 등과 함께 호주를 대표하는 동물로 꼽히는 ‘월러비스(Wallabies)’란 별칭을 가진 호주 럭비 유니언 대표팀의 경우엔 지난해 월드컵에서 8강 진출에 실패하며 체면을 구겼습니다.

호주는 또한 럭비가 변형된 ‘오지 풋볼(Aussie Football)’이 큰 인기를 끌고 있어 상대적으로 럭비 유니언의 열기가 덜한 편입니다. 오지 풋볼은 경기당 평균 관중이 3만명이 넘는데 특히 파이널 시리즈는 호주의 수퍼볼이라 불릴 정도로 열기가 뜨겁습니다.

아르헨티나는 2023 럭비 월드컵에서 웨일스를 물리치며 4강에 올랐다. /X

남미에도 럭비를 잘하는 나라가 있습니다. 축구로 유명한 아르헨티나입니다. ‘축구 황제’ 리오넬 메시를 앞세워 2022 카타르 월드컵을 우승한 아르헨티나는 작년 럭비 월드컵에서도 4강에 드는 기염을 토했습니다.

참고로 뉴질랜드와 호주, 남아공, 아르헨티나는 럭비 챔피언십이란 이름으로 남반구 최강을 가리는 대회를 매년 열고 있습니다. 뉴질랜드가 12회 정상에 오르며 절대 강자의 면모를 보이고 있고, 남아공과 호주는 각각 1회 우승했습니다. 아르헨티나는 작년에 호주를 제치고 3위를 차지했죠. 아르헨티나 대표팀의 별명은 ‘로스 푸마스(Los Pumas)’입니다.

이렇듯 럭비는 남반구 나라가 주름잡는 스포츠입니다. 그렇다고 ‘종가’ 잉글랜드를 비롯한 북반구 팀들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제가 이 글을 쓰게 된 것은 넷플릭스의 스포츠 다큐 시리즈 ‘식스네이션스: 온몸으로 부딪쳐라’를 보고 나서인데요.

넷플릭스의 새 스포츠 다큐 시리즈 '식스네이션스'.

식스네이션스 챔피언십은 북반구 럭비를 대표하는 여섯 나라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 웨일스, 아일랜드, 프랑스, 이탈리아가 정상을 다투는 대회입니다. 1883년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 웨일스, 아일랜드 4국으로 출발해 프랑스가 합류했고, 2000년에 이탈리아가 들어오며 식스네이션스가 됐죠. 오랜 역사만큼 권위와 인기를 자랑하는 빅 이벤트입니다. 매년 초 열리는데 올해 대회인 2024 식스네이션스는 2라운드가 진행 중입니다.

식스네이션스의 묘미는 압도적인 강자가 없다는 것. 2016~2017년 잉글랜드가 2연속 우승을 한 이후로는 매년 챔피언이 바뀌고 있습니다.

3일 잉글랜드와 이탈리아의 경기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몇몇 용어를 설명드리자면, 식스네이션스에서 5전 전승으로 우승하면 그랜드 슬램, 꼴찌를 하면 우든 스푼이란 타이틀이 주어집니다.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 웨일스, 아일랜드 중 한 팀이 다른 세 팀을 모두 이기면 트리플 크라운이라고 하죠. 작년의 경우엔 아일랜드가 5전 전승을 하며 그랜드 슬램과 트리플 크라운을 따냈고, 이탈리아가 5전 전패로 우든 스푼의 불명예를 안았습니다. 넷플릭스 다큐는 바로 작년 시즌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10일 웨일스전을 위해 트위크넘 스타디움으로 입장하는 잉글랜드 선수들. /로이터 연합뉴스

북반구 럭비 강호를 살펴보자면 역시 ‘종가’ 잉글랜드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럭비 발상지인 영국은 축구처럼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로 나눠 출전하는데 럭비가 축구와 다른 점은 북아일랜드가 이웃나라인 아일랜드와 단일 국가대표팀을 이뤄 나온다는 것입니다.

잉글랜드 프레이저 딩월이 10일 웨일스와 벌인 2024 식스네이션스 경기에서 트라이를 기록하고 기뻐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잉글랜드는 국가대표 경기가 열리면 ‘럭비 성지’로 불리는 트위크넘 스타디움(8만2000명 수용)이 꽉 들어찰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자랑합니다. 북반구 국가로선 유일하게 월드컵 우승 기록도 있죠. 2003년 호주에서 열린 월드컵 당시 조니 윌킨슨이 개최국 호주와 결승전에서 극적인 3점짜리 드롭 골(공을 튕겨 올라오는 공을 차 골대를 넘기는 것)로 잉글랜드에 우승을 안겼습니다. 그때 윌킨슨은 잉글랜드에서 ‘누가 최고의 킥을 구사하느냐’는 질문에 수퍼스타 데이비드 베컴보다 먼저 나오는 이름이었습니다.

스코틀랜드 선수들이 3일 2024 식스네이션스컵에서 웨일스를 꺾은 뒤 양 팀 대결에서 승리한 팀에게 주어지는 도디 위어컵을 들고 있다. /AFP 연합뉴스

스코틀랜드와 웨일스 사람들은 축구보다 럭비에 더 열광합니다. 특히 역사적인 배경 때문에 두 지역 모두 잉글랜드를 꺾는 날이면 난리가 나죠. 스코틀랜드와 웨일스가 지금 영국 땅인 브리튼 섬의 원주민이었던 켈트족이 잉글랜드를 이루는 앵글로색슨족에게 밀려나 북부와 남서부에 각각 자리 잡은 지역이기 때문입니다.

3일 스코틀랜드전에 나선 웨일스 선수들. /로이터 연합뉴스

수백 년 동안 척박한 땅에서 경제·사회적으로 소외되고 무시당해왔던 터라 럭비를 통해 복수하는 거죠. 인구만 따져보면 잉글랜드가 5600만, 스코틀랜드가 550만, 웨일스가 320만이라 상대가 안 될 것 같은데 럭비 대결에선 박빙의 승부를 펼칠 때가 많습니다.

11일 이탈리아전에서 승리하고 기뻐하는 아일랜드 선수들. /로이터 연합뉴스

아일랜드는 영국에 대한 감정이 더 안 좋은 나라입니다. 아일랜드는 무려 영국의 식민 지배를 700년 동안 받았죠. 아일랜드 섬과 북아일랜드가 연합을 이룬 아일랜드는 작년 식스네이션스를 제패하며 유럽 최강자가 됐습니다. 현재 세계랭킹도 남아공에 이어 2위입니다. 서로 다른 두 나라인 아일랜드와 영국이 단일팀을 구성한 만큼 경기 전 국가를 부르지 않고 ‘아일랜드의 부름’이란 노래를 제창합니다.

그런데 그라운드에서 피튀기게 대결하는 이 4국은 또 연합팀을 결성해 남반구 투어에 나서기도 합니다. ‘브리티시 앤드 아이리시 라이언스’란 이름으로 4년에 한 번씩 남반구 나라로 건너가 경기를 펼치는 것이죠. 2021년엔 남아공으로 갔고, 오는 2025년엔 호주 투어가 예정돼 있습니다.

2일 아일랜드전에 나선 프랑스 선수들. /EPA 연합뉴스

유럽에서 영국만큼 또 럭비가 진심인 나라가 바로 프랑스입니다. 의외라 생각하는 분들도 있을 수 있지만, 프랑스는 럭비 월드컵에서 세 차례 준우승한 강호죠.

한국에서 활발하게 방송 활동을 하는 프랑스인 파비앙씨는 “프랑스는 축구보다는 럭비의 나라”라고 말할 정도입니다.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가 2016년 프랑스인들에게 럭비와 축구 중 어떤 종목을 더 좋아하느냐는 질문을 던졌는데 55%가 럭비, 36%가 축구라 답했습니다.

아프리카 혈통 선수가 주축을 이루는 축구와 달리 대부분 선수가 백인이라 장 마리 르펜 등 극우주의자들은 “럭비 대표팀이 진정 프랑스를 대표하는 팀”이라는 발언을 해 논란을 빚기도 했습니다. 프랑스는 2022년 식스네이션스에서 그랜드 슬램 우승을 이루며 환호했습니다. 홈에서 열린 2023년 월드컵에서 첫 우승에 도전했지만, 8강에서 명승부 끝에 남아공에 28대29로 덜미를 잡혔습니다.

3일 잉글랜드전이 끝난 뒤 이탈리아 선수들의 모습. /EPA 연합뉴스

식스네이션스에서 꼴찌 단골손님인 이탈리아는 북부 지역을 중심으로 럭비가 사랑받고 있습니다. 아직 월드컵 8강을 이룬 적은 없습니다. 동유럽 조지아도 랭킹 13위에 올라 있는 복병입니다.

세미프로리그가 제법 큰 인기를 끄는 일본은 홈에서 열린 2019년 대회에서 8강에 오르며 국민들을 열광에 빠뜨렸습니다. 홍콩도 영국 식민 지배를 받은 만큼 아시아의 럭비 강호입니다.

많은 분이 럭비와 미식축구를 헷갈리는 경우가 많은데 가장 크게 다른 점은 전진 패스입니다. 12일 끝난 수퍼볼을 봐도 알 수 있듯 미식축구에선 한 플레이에서 한 번의 전진 패스가 허용됩니다. 쿼터백이 앞으로 공을 던지는 장면을 자주 볼 수 있었을 겁니다.

반면 럭비는 전방으로 공을 던지는 것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앞으로 공을 보내기 위해선 들고 달리거나 발로 차는 방법밖에 없죠. 그래서 미식축구보다 킥이 훨씬 더 중요합니다.

2일 프랑스와 아일랜드의 식스네이션스 경기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득점 방식은 트라이(5점)와 컨버전 킥(2점), 드롭 골(3점), 페널티골(3점) 등이 있습니다. 공을 가지고 상대편 골라인을 넘어 인골 라인 안으로 들어가 공을 그라운드에 접촉하거나 인골 지역에 떨어진 공을 상체로 찍으면 5점짜리 트라이가 됩니다. 트라이를 하면 득점이 된 위치와 평행한 지점에서 공을 차는 기회를 주는데 포스트 사이를 넘기면 2점을 추가로 얻게 되죠.

드롭 골은 경기 중에 공을 튕겨 올라오는 공을 차 골대를 넘기는 것으로 3점이 주어집니다. 페널티 골은 상대방의 반칙 때 드롭 골의 기회가 부여되는데 성공하면 3점을 얻게 됩니다.

윈스턴 처칠은 ‘축구는 훌리건들이 하는 신사의 스포츠이고, 럭비는 신사들이 하는 훌리건의 스포츠’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럭비는 아주 거친 경기이지만, 그 안엔 신사도(紳士道)가 녹아 있습니다.

일단 심판의 권위가 절대적이라 축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항의 장면을 쉽게 볼 수 없습니다. 오직 주장만이 심판의 판정 의도에 대해 질문할 수 있죠.

11일 아일랜드와 이탈리아의 경기 모습. /로이터 연합뉴스

전·후반 80분이 흐르고 플레이가 중단되면 심판은 경기 종료를 알리는 ‘노 사이드(No Side)’를 선언합니다. 럭비에선 경기 종료 순간을 ‘게임 오버’나 ‘타임 오버’라 하지 않고 ‘노 사이드’라고 하는데 여기엔 경기 후 선수들은 결국 어느 편도 아닌 하나라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경기를 하는 동안엔 처절하게 맞부딪친 선수들은 노 사이드가 선언되면 서로 웃으며 악수를 나눕니다. 예전엔 라커룸에서 두 팀 선수들이 함께 샤워도 했다고 하죠. 그래서 럭비에선 경기가 끝나고 서로 충돌하게 되면 아주 심각한 사안으로 받아들여집니다.

한국에선 여전히 생소하지만, 글로벌한 인기 종목인 럭비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이 글을 읽고 넷플릭스 ‘식스네이션스’를 본다면 좀 더 재미있게 즐기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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