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준의 골프세상] 돈이 전부가 아니다…PGA투어 그리워하는 존 람

방민준 2024. 2. 14.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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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프로골프(PGA) 투어를 떠나 LIV 골프로 이적한 존 람.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계약금 4억5,000만 달러(약 5968억 원)를 받고 LIV 골프로 옮긴 존 람(30·스페인)이 두 달도 안 돼 PGA투어를 그리워한다는 뉴스가 나왔다.



 



영국 BBC스포츠는 지난 8일 "존 람은 LIV골프 선수들이 PGA투어 대회에 나갈 수 있는 길이 얼른 열리길 희망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BBC스포츠는 "PGA투어에 다시 돌아가 경기에 나서고 싶다"는 존 람의 발언을 전하며 "대회에 출전할 방법이 있다면 그게 초청 선수 자격이라도 흔쾌히 받아들이겠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거액을 받고 LIV골프로 옮긴 존 람이 PGA투어를 그리워한다는 것은 LIV골프에서 골프선수로서의 보람과 의의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존 람의 이런 심경 변화는 음주와 고성방가가 허용되는 PGA투어 WM 피닉스오픈에 출전할 수 없는 현실에 기인하는 것 같다. 



 



WM 피닉스오픈이 열리는 TPC 스코츠데일 코스는 곳곳에 콜로세움을 방불케 하는 관람석이 설치돼 대회기간 내내 '골프해방구'로 골프 팬들의 성지로 변한다. 같은 시기 열리는 미식축구 결승전 슈퍼볼과 함께 미국의 양대 스포츠이벤트로 자리 잡았다.



 



존 람의 집은 대회가 열리는 TPC 스코츠데일 바로 인근에 있다. 람은 "집 앞에서 열리는 피닉스오픈에 나가지 못하는 것은 정말 슬픈 일이다. 내가 PGA투어 대회를 그리워하는 이유의 하나"라고 털어놨다.



 



존 람만이 PGA투어를 그리워하고 있을까. 필 미켈슨, 브라이슨 디섐보, 브룩스 켑카, 더스틴 존슨, 버바 왓슨, 캐머런 스미스, 세르히오 가르시아, 케빈 나, 리 웨스트우드, 마르틴 카이머, 이언 풀터 등 톱클래스 선수들이 돈을 좇아 LIV골프로 이적했지만 한 목소리로 PGA투어에서도 뛰게 해줄 것을 기회 있을 때마다 호소하고 있다. 이는 곧 돈은 많이 벌지만 골프선수로서는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증거다.



 



LIV 골프는 사우디아라비아 정부가 전주(錢主)고 호주의 백상어 그렉 노먼(69)이 총대를 맸다. 1980년대 초 PGA투어에 합류한 노먼은 디 오픈 2회 우승을 포함해 PGA투어 20승에 각종 대회에서 91승을 올린 역전의 노장. 1986~2004년 사이 331주 동안 세계랭킹 1위를 지켰고 한 해 평균 최저타 선수에게 수여하는 바이런 넬슨 상을 5번이나 받고 3번 상금왕에 올랐다. 2001년 세계 골프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린 그는 코스 설계, 골프의류 사업, 부동산 개발, 와인 및 외식사업으로 부를 쌓아 호주의 100대 부자 안에 들어있다.



 



라틴어 L(숫자 50)과 IV(숫자 4)를 결합한 LIV는 아라비아 숫자 54를 뜻한다. 파72 18홀을 3일간 돌아 54홀로 경기를 끝낸다. 보통 PGA투어는 하루 경기가 마무리되려면 12시간이 소요되는 데 반해 LIV골프에선 샷건 방식으로 진행해 5시간이면 경기가 끝난다. PGA투어보다 경기일 수가 하루 줄어들고 소요시간도 짧다는 점은 가정생활에 충실할 수 없는 선수들에겐 큰 매력이 아닐 수 없다.



 



여기에 거액의 계약금에 PGA투어의 두 배가 넘는 상금과 연말의 두둑한 보너스, 대회 참가 교통비(비행기 티켓), 호텔 숙박비, 캐디와 지원인력을 포함하는 4명분의 비용까지 대주니 LIV골프의 유혹을 뿌리치기 어렵다. 참가선수가 제한돼 컷오프도 없다. 오죽했으면 팻 페레즈가 LIV 골프에 참여하며 "로또를 맞은 기분"이라고 말했을까. 타이거 우즈는 PGA투어에서 벌어들인 상금보다 많은 10억달러 제안을 받고도 거절했다.



 



LIV골프 선수들이 PGA투어를 그리워하는 것은 무엇보다 경쟁구조의 차이와 이에 따른 동질감 결여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PGA투어에선 2부 투어나 Q스쿨을 거쳐 투어에 진입해 대회마다 컷오프를 통과해 우승경쟁을 벌인다. PGA투어 멤버가 되면 대부분 일주일에 3~5일을 경기하며 경쟁하면서도 한 식구처럼 가까워질 수밖에 없다. 주위엔 항상 많은 팬들이 에워싸고 있다.



 



그러나 LIV골프는 사정이 다르다. 액수가 외부로 공개되지 않았지만 모두가 미리 계약금을 받은 선수들이다. 컷오프도 없다. 어떻게 보면 용병 같은 선수다. 개인전과 함께 4명이 한 팀을 구성해 팀 성적에 따른 별도의 상금이 주어지지만 PGA투어처럼 동료의식이 끈끈하지 않다.



PGA투어에 비해 미디어의 노출이 적고 갤러리들이 적다는 것도 유명선수들에겐 소외감의 이유가 될 수 있다. 



 



지난해 PGA투어와 리브골프가 전격적으로 합병 발표를 했지만 신설 법인의 효력은 2025년부터 발효될 예정으로 아직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나지 않고 있다. 세계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 등 PGA투어의 상당수 선수들이 "LIV골프로 간 선수들이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PGA 투어로 돌아와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보여 LIV골프로 간 선수들의 PGA투어에 대한 그리움은 쉬 해소될 것 같지 않다. 



 



*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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