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명가처럼 생각하고 만드는 맞춤 가구 디자이너

2024. 2. 14.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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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종석

카테고리로 손쉽게 나눌 수도, 짧게 규정할 수도 없다.
전에 없던 가구와 공간을 만들어내는 길종상가의 박길종 대표를 만나봤다.


한마디로_정의하기_힘든_스튜디오

2010년도에 시작한 길종상가는 지난 13년여간 개인 클라이언트를 위한 집, 사무실용 가구뿐 아니라 상공간 전체 디자인부터 명품 브랜드나 대기업과의 협업, 박물관과 미술관에서의 전시까지 다채로운 프로젝트를 다뤄왔다. 아크릴, 금속, 유리, 나무 등 여러 재료를 사용해 어디서도 본적 없는 듯한 개성 강한 작업물을 창조해 내고 있다. 길종상가의 박길종 대표는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목공소 아르바이트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그렇게 목공 기술을 배우다 미대 학우들과 단체전도 나가고 가구 제작 의뢰도 받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길종상가를 열게 되었다.

좌측 사진은 2019년에 제작한 ‘산뜻하지만 무거운 수납장’, 우측 사진은 2021년에 제작한 ‘구불구불’ 선반. 두 제품 모두 개인 의뢰로 만든 가구들이다

하나의 디자인을 개발해 그 제품을 양산한다면 좀더 쉬울 수도 있는데, 길종상가는 어려운 길을 고집한다. 의뢰를 받을 때마다 해당 프로젝트의 목적, 예산, 기능, 클라이언트의 취향 등에 맞춰 매번 새롭게 디자인하고 제작한다. 주택 건축도 땅을 먼저 보고, 예산과 거주 인원에 따라 주택의 규모를 정하고, 취향이 맞는 건축가에게 설계를 의뢰를 하는 것처럼 길종상가에 가구를 의뢰하는 것도 같은 프로세스로 진행된다. 길종상가의 포트폴리오가 마음에 든다면, 제작을 원하는 가구의 목적과 용도, 예산, 디자인과 컬러 등을 전달해 의뢰하는 방식이다.

Ⓒ박길종, 신동환
가장 기억에 남는 프로젝트를 묻는 질문에 항상 최근의 프로젝트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한다는 박 대표. 작년을 기준으로는 경기도 이천에 위치한 LP바 ‘근정전’ 프로젝트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박 대표가 공간 전체를 디자인했고, 시공은 이전에 길종상가에서 일했던 경력이 있는 LP바 최원빈 대표가 직접 맡았다. 가구도 길종상가 작업실에 들러 함께 만들었다.
시계 방향대로 2021년에 제작한 도면함 / 2022년에 제작한 ‘색색각목 조명’ / 2022년에 제작한 ‘원형 사선 직선’ 테이블 / 올해 작업한 개인 사무실 가구들, 역시 모두 개인 의뢰로 작업했다.
경기도어린이박물관 2층 전시실 입구에 <우리 몸은 어떻게?> 전시와 연계되는 틈새 전시 겸 휴게 공간 <우리 몸은 무지개>를 구성했다. 신체 모양 의자에 앉거나 누워보며 우리 몸의 색깔과 형태를 다양하게 상상해 볼 수 있는 작품이다. 멀리서 보면 얼굴처럼 보이기도 한다.
카페 ‘보스베이글웍스’ 프로젝트. 따뜻하고 고전적인 느낌이 들도록 디자인했다. Ⓒ박길종, 신동환
전통주점 ‘뒷동산’ 프로젝트. 공간 전체에 구불구불한 곡선을 표현하기 위해 얇은 목재 루버가 수천 개 쓰였다.
카페 ‘애쉬빌 베이커리’ 프로젝트. 클래식한 분위기와 모던한 분위기를 동시에 누릴 수 있는 공간이다. Ⓒ이해란
지난해 시청각 랩에서 진행했던 개인전 <여름 그늘, 휴거>. 길종상가가 아닌 박길종 대표의 이름으로 열린 첫 번째 전시이다. ‘봄에서 여름으로 걸어가는 농담 같은 전시’라는 소개 문구대로 박 대표가 봄에서 여름으로 걸어가면서 경험하고 느꼈던 것들을 표현했다. 특히 아래 왼쪽 사진은 작품 ‘팔방풍’. 여름에 언덕을 올라 전시장에 오느라 더운 관객들이 땀을 식히고 들어와 그늘 같은 전시장에서 쾌적하게 전시를 둘러볼 수 있도록 설치했다.


유행을_쫓지_않는_자유분방함으로

이토록 범주화할 수 없을 만큼 다채로운 공간 작업을 해오는 박 대표의 집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졌다. “자유분방해요. 그동안 직접 만든 것, 어디선가 주워 온 것, 누가 준 것, 행사나 전시가 끝나고 가져온 것들이 모두 섞여 있죠. 한 번에 그렇게 세팅한 것이 아니고 시간이 지나면서 하나하나씩 쌓였어요. 유명 디자이너의 값비싼 가구들은 하나도 없고 모두 이름 없는 가구들이에요.” 과연 그다운 대답이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 위치한 복합문화공간 ‘B the B’에서 진행된 길종상가의 <사물의 가정> 전시. 박 대표가 서울 유망 브랜드 10개 사에서 영감을 받아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새롭게 제작한 가구들을 해당 브랜드의 제품과 함께 전시했다. 사물을 바라보는 박 대표의 재치 있는 관점을 가구를 직접 사용하며 느껴볼 수 있어 큰 호응을 얻었다. Ⓒ이윤호

그렇다면 가구 잘 고르는 법은 무얼까 물었다. 자신만의 스타일을 추구하라는 답이 돌아왔다. 잡지, SNS에 나오는 인테리어 자료들을 많이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유행에 편승하려 하지 말아야 한다고 말이다. 새집이라면, 급하게 이 공간을 가구들로 빨리 채워야 한다는 강박보다는 지내보면서 우리 집에 어떤 가구가 필요할지, 내 생활 동선에는 어떤 가구가 맞을지 천천히 떠올려보고 공간을 구성해 보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변종석


브랜드 정보_ 길종상가 | 인스타그램 parkgagong, www.bellroad.1px.kr


기획_ 오수현 | 사진_ 변종석, 브랜드 제공

ⓒ월간 전원속의 내집 2024년 2월호 / Vol.300 www.uujj.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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