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브란스 ‘청소노동자 노조파괴’ 7년여 만에 유죄…너무 늦게 온 정의

김가윤 기자 2024. 2. 14.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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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 청소노동자들이 근로조건 개선을 요구하며 새 노동조합을 만들자 탈퇴를 종용하는 등 조직적인 '노조파괴' 행위를 한 혐의로 기소된 세브란스 병원과 용역업체 관계자들이 1심에서 모두 유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서부지법 형사6단독 김유미 판사는 14일 오전 노동조합법 위반 혐의를 받는 세브란스 병원 당시 사무국장 권아무개씨에게 벌금 1200만원을 선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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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계열 노조 설립에 노조파괴 공작
탈퇴종용 등 원하청 업체 모두 책임 인정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서울지역공공서비스지부의 변순애 세브란스병원분회장이 세브란스 병원의 ‘청소노동자 노조파괴’ 사건 재판이 끝난 뒤 서울서부지법 앞에서 발언하고 있다. 김가윤 기자

병원 청소노동자들이 근로조건 개선을 요구하며 새 노동조합을 만들자 탈퇴를 종용하는 등 조직적인 ‘노조파괴’ 행위를 한 혐의로 기소된 세브란스 병원과 용역업체 관계자들이 1심에서 모두 유죄를 선고받았다.

서울서부지법 형사6단독 김유미 판사는 14일 오전 노동조합법 위반 혐의를 받는 세브란스 병원 당시 사무국장 권아무개씨에게 벌금 1200만원을 선고했다. 병원의 청소용역 업체인 태가비엠 부사장 이아무개씨에게도 같은 형을 선고했다. 주식회사 태가비엠에는 벌금 800만원을, 세브란스 병원 당시 사무팀장과 파트장, 태가비엠 당시 노무이사, 관리이사에게는 벌금 400만원을 각각 선고했다. 태가비엠의 당시 현장소장과 미화반장에겐 벌금 200만원을 선고했다.

김 판사는 “근로자들의 권익 보호를 위해 조직된 노동조합은 사용자로부터 독립된 존재고, 사용자는 그 어떠한 명분으로도 노동조합의 조직·운영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점에서 피고인들의 행위는 충분히 비난받을 만하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또 “피고인들의 행위로 이 사건 노조는 조직·운영 등의 상당한 지장을 받았던 것으로 보이고, (아직도) 노조 등으로부터 용서를 받지도 못했다”고도 지적했다.

이 사건 공소장 등을 보면, 권씨는 청소용역 업체인 태가비엠 소속 노동자들이 당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에 가입하며 소속 세브란스병원분회를 만들려고 하자 지난 2016년 6월 말께 병원 사무팀장과 파트장에게 ‘노조 가입을 저지하라’고 지시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권씨의 지시를 받고, 이씨 등 태가비엠 관계자들에게도 같은 지시를 내린 것으로 조사됐다. 이 사실은 고용노동부 서울서부지청이 압수수색으로 확보한 15건의 ‘노조파괴’ 문건 등에서 확인됐다.

노조는 이 사실이 밝혀진 뒤 2016년 10월 연세의료원장 등을 부당노동행위로 고소했지만 검찰이 무혐의 처분했다. 노조는 2017년 9월부터 재차 3차례 걸쳐 고소를 진행했고 압수수색 등으로 구체적인 문건이 확보되면서 결국 권씨 등 9명이 기소됐다.

하지만 고소 시점부터 기소까지 4년5개월, 1심 재판에만 2년11개월이 걸리면서 사실상 8년이 지나도록 세브란스 병원의 ‘노조파괴’ 행위가 용인돼왔다는 비판이 나온다. 당초 140여명에 달했던 조합원은 현재 4명으로 줄었고, 조합원수 부족으로 교섭권마저 없는 상태다.

변순애 세브란스병원분회장은 이날 재판이 끝난 뒤 한겨레에 “기존 노조는 임금과 처우가 부당한 부분이 있어도 ‘가만히’ 있어서 민주노총 노조에 가입한 것”이라며 “병원의 압박에도 남아있는 이유는 ‘나의 권리’이기 때문이다. 1명이 남더라도 끝까지 권리를 주장하겠다”고 말했다.

피해자 대리인단은 성명을 내어 “이번 판결은 원청과 하청업체가 조직적으로 공모해 노동 3권을 유린하고 파괴한 범죄행위를 밝혀냈다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면서도 “너무 낮은 구형을 한 검찰과, 결국 벌금형을 선고한 법원에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김가윤 기자 gay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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